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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공화국의 겨울나기

창고·꽁지만 배 불리는 도박판 노름빚 ‘산성’에 선수만 죽어나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도박공화국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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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의 꽃 섯다와 아도사끼

도박공화국의 겨울나기

2006년 9월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관광부 앞에서 기독교사회책임과 한국미래포럼 등 35개 단체로 구성된 도박척결기독교연합이 주최한 단도박기도회가 열렸다. 이들은 도박공화국으로 만든 참여정부가 잘못을 반성하고 도박산업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름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았다. 부동산업자인 K사장은 “세븐카드를 하는 하우스가 제일 많고 ‘바둑이’도 많이 합니다. 바둑이 몰라요? 4장의 카드를 받아 서로 다른 그림과 낮은 숫자를 만들어 상대방과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게임입니다. 무늬가 모두 다른 1,2,3,4를 잡는 일명 ‘골프’가 가장 높아요. 이것도 판돈이 엄청 크죠”라고 말했다.

화투로 하는 게임은 더 다양하다고 했다. 일단 ‘노름의 꽃’으로 불리는 ‘섯다’(2장으로 하는 게임)가 있고 고스톱, 도리짓고땡도 많이 한다고 한다. 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소로’라는 게임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3장으로 하는 ‘섯다’라고 보면 된다. 고스톱은 주로 아줌마들이 하고 본격적인 도박판에서는 섯다나 도리짓고땡을 많이 한다고 K사장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농촌에서 벌어지는 노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산도박, 길도박이라 불리는 ‘아도사끼’다. 몇 년 전 화제를 뿌린 드라마 ‘타짜’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계동춘이 산속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놓고 하던 도박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아도사끼는 카지노의 바카라와 룰이 비슷한 게임으로 2장의 화투를 받아 끝수가 9(갑오)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38광땡 같은 일명 ‘족보’는 없다. 수십 명의 사람이 양옆에 앉아 두 패 중 한 곳에 베팅을 해 이기면 베팅 금액만큼을 받는다. 양쪽 베팅 금액에 차이가 생기면 창고(하우스)가 메워주고 남는 것도 창고가 가져간다. 위에서 소개했듯, 아도사끼판에 들어갔다가 6개월여 만에 4억원가량의 전 재산을 날린 ‘다슬기’의 얘기다.



“아도사끼는 판이 크죠. 한 게임에 수천만원 이상이 걸려요. 20~30명이 한꺼번에 거니까 당연히 판돈이 커지죠. 매일 이 산 저산 옮겨 다니면서 하고, 장소도 좀 넓어야 해서 주로 산에 비닐하우스를 쳐놓고 합니다. 게임마다 ‘똥(창고비)’ 10%를 떼는데 나중에 돈을 다 잃으면 하우스에서 가져온 돈의 5%를 개평으로 줍니다. 그러면 그 돈으로 또 노름해서 다 죽는 거지. 결국은 똥으로 다 죽게 되어 있어요. 돈을 따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동네마다 벌어지는 판때기

도박문제는 잊을 만하면 언론에 오르내린다. 전문도박단이 잡혔다느니, 경찰이 어디에서 도박판을 덮쳤다느니 하는 소식은 신문 사회면의 오랜 단골 기사다. 도박 빚으로 자살한 사람들, 풍비박산이 난 가정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바다이야기 사건도 따지고 보면 도박에 중독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도박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억대의 도박판, 전국을 다니며 사기도박판을 벌이는 타짜들의 모습도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 큰 문제는 영화 소재로나 쓰일 만한 억대 도박판, 사기 도박판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생활도박이 더 문제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도박을 하다 걸린 아줌마나 ‘다슬기’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우리 이웃의 얘기다. 한 노름꾼의 말이다.

“큰 도박보다는 동네노름판이 더 문제예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규모인데, 단속도 쉽지 않고 피해도 심각하죠. 사실 노름판이 많기도 많고요. 다 동네사람인데 누가 누구를 단속하겠어요.”

기자가 동네노름판 취재를 위해 찾은, 인삼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노름꾼은 “인구 5만의 이 작은 군 읍내에만 20개가 넘는 상설노름판이 성업 중”이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동네노름판이라고 해서 그냥 ‘심심풀이’ 정도로 보면 큰 오산이다. 겉으로야 아는 사람들끼리 장난처럼 벌이는 노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이 사람을 잡는 악순환이 영화 속 판때기와 다를 바 없다. 브라운관에서만 봐왔던 도박판 설계자인 꽁지, 창고 등이 모두 있었고 이들로 인한 도박 피해도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렇다면 대체 판때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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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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