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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공화국의 겨울나기

창고·꽁지만 배 불리는 도박판 노름빚 ‘산성’에 선수만 죽어나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도박공화국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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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판때기가 만들어지는 데는 7~8명이 필요하다. 하우스를 제공하는 창고가 있어야 하고 선수들에게 판돈을 대주는 꽁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창고와 꽁지가 거느리는 5~6명의 선수가 있어야 비로소 판때기는 만들어진다.

창고가 내주는 하우스는 보통 빌라나 아파트에 만들어진다. 창고는 자기 돈으로 집을 얻어 하우스를 차리고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 단속이 뜨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호텔이나 여관 등으로 그때그때 장소를 변경한다. 요즘에는 시골에 비어 있는 집이 많아 아예 집을 세내어 판때기를 까는 경우가 많다.

꽁지는 판에 앉은 선수들에게 산성이라 불리는 노름빚을 빌려준다. 이것을 두고 흔히 ‘산성을 내린다’ 혹은 ‘산성을 받는다’고 한다. 판때기에서 산성을 받을 때는 한 바가지, 두 바가지 같은 표현을 쓰는데 기자가 들어간 기본 판돈 100만원의 노름판에서는 기본 한 바가지가 100만원이었다. 돈을 다 잃은 선수는 꽁지에게 한 바가지(100만원)씩 돈을 빌린다. 꽁지는 이것을 꼼꼼히 기록한다.

산성은 통상 5일 꺾기(5일 만기), 10일 꺾기(10일 만기)로 오고가는데 빌릴 때마다 선이자가 10%씩 떨어진다. 선수들은 100만원을 빌리면서 90만원을 받고 갚을 때는 100만원을 갚는다. 5일 혹은 10일마다 이자는 10%씩 늘어난다. 그러나 꽁지와 선수 간의 인간관계, 친분에 따라 이자율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노름판에서는 “처세를 한다”고 부른다.

산성, 각통게임, 1빠따



도박공화국의 겨울나기

도박이 사회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경찰에 검거된 주부도박단의 모습. 경찰이 현장을 덮치자 한 주부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꽁지는 주로 전현직 조직폭력배(조폭)들의 몫이다. 노름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하기는 상당히 버겁다. 기자가 들어간 판때기에 돈을 대던 꽁지 G씨도 전직 조폭이었다. 문신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누가 봐도 건달 냄새가 났다. 말을 섞기가 다소 껄끄러울 정도. 그러나 G씨는 이 지역에선 매너 좋고 경영능력 좋은 꽁지로 불리고 있었다. 노름도 하지 않고 착실하게 꽁지일로 큰돈을 모았다고 한다. 부인은 읍내에서 잘나가는 식당을 한다고 했다. G씨는 품성이 좋아서인지 휘하에 선수 10여 명을 데리고 있었고 선수의 이탈률도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했다.

창고와 꽁지가 한번 판때기를 만들면 기본 5시간이 ‘한 타임’으로 돌아간다. 그 시간 동안에는 선수들이 임의로 자리를 뜰 수 없다. 잃은 사람이 요청하고 딴 사람이 받아주면 연장에 들어가는데 연장타임은 3시간을 단위로 돌아간다. 물론 밤을 새우면서 15~24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창고와 꽁지는 판때기 뒤에 자리를 잡고 노름을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편의를 돕는다. 물도 갖다주고 밥도 시켜주면서 자기 선수를 응원한다. 다방에서 커피도 시켜 돌리고 담배도 사다준다. 선수들은 꽁지나 창고에게 일을 시킬 때마다 1만~2만원씩 돈을 날린다.

‘창고비’를 주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먼저 판마다 10%가량의 판돈을 떼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각통게임’이라고 한다. 이렇게 뗀 돈은 노름이 끝난 뒤 혹은 노름 중간 중간 7등분되어 선수들에게 하나씩 주고 나머지 하나를 창고가 가져간다. 보통 8~10시간 노름판이 이어진다고 할 때 창고 몫으로 떨어지는 돈은 100만~150만원이 된다.

시간을 계산해 창고비를 주는 ‘타임비’ 방식도 있다. 한 시간에 한 선수가 2만원씩 돈을 내 창고에게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명의 선수가 5시간을 노름한다고 했을 때 선수 1인당 10만원(5시간×2만원)씩 총 60만원을 창고비로 준다.

어떤 룰을 쓸 것인지는 선수들과 창고가 그때그때 상의해 결정하는데 통상 각통게임의 창고비가 타임비보다 크기 때문에 선수들은 타임비 방식을, 창고는 각통게임 방식을 선호한다.

선수 관리가 꽁지 성공의 열쇠

기자가 들어간 세븐카드 판때기에는 금산에서 소위 ‘1빠따(제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로 불리는 M도 있어 흥미로웠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스키점퍼에 빈티지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여느 30대 못지않았다. 사람들은 M이 ‘콧구멍파기’를 잘한다고 했다. 콧구멍파기는 “패를 받아 열심히 쪼면서 절대로 뻥카를 치지 않는 스타일을 뜻하는 이 바닥 은어”다. 물론 바라던 족보가 메이드 되면(좋은 패가 들어오면) 과감하게 질러먹는 감각도 뛰어나 ‘1빠따’에 올랐다고 사람들이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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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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