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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 기자의 재미있는 자동차 <마지막회>

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 나성엽│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cpu@donga.com│

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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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와 드라이버들의 ‘속도전’ 도구였던 F1 머신이 지금과 같이 현란한 광고판으로 바뀐 것은 1968년 스폰서십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지원이 줄어들자 F1 대회를 주관하는 FIA는 스폰서십을 허가했다. 당시 로터스 F1 팀은 F1 머신 최초로 담배 회사 ‘임페리얼 토바코’(Imperial Tobacco)사의 회사 로고를 차에 붙이고 경주에 참가했다.

1970년에는 F1 대회에 ‘슬릭 타이어’(slick tyre)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슬릭 타이어란 바퀴가 땅에 닿는 부분에 아무런 무늬가 없어 접지력을 20%가량 향상시킨 제품이다. 1977년 프랑스 르노가 F1에 입성할 때 미셰린의 레디얼 타이어도 F1 대회에 데뷔했다.

1979년, 르노는 터보차저가 달린 엔진을 장착한 RS10 F1 머신으로 디종(Dijon) 그랑프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F1에서 처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터보 엔진 머신이었다. 터보차저를 장착한 1500cc 엔진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터보차저가 달려 있지 않은 3000cc 엔진보다 뛰어난 성능을 냈다. 1983년에는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머신이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은 기업이 아닌 개인팀인 에클레스톤의 브라함팀 소속의 피켓(Piquet)이었다.

터보차저 엔진의 보편화로 F1 머신의 성능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경지에 이르렀다. 1986년에는 모든 출전 머신이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았고 일부 머신은 예선전에서 최고출력 1000마력을 냈다. 제원표상 최고 출력이 1300마력에 이르는 머신도 있었다. 조직위원회인 FIA는 안전상의 이유로 1987년과 1988년 터보차저의 성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세팅하도록 규제했다. 그래도 차량의 속도가 드라이버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오르자 FIA는 1989년 터보엔진을 금지하고 대신 배기량 허용기준을 3000cc에서 3500cc로 높였다.

1990년대 초반 각 팀은 전자 운전장비(electronic driver aids)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차체의 진동과 자세를 제어하는 ‘액티브 서스펜션’(active suspension), ‘반자동 기어박스’(semi-automatic gearboxes), ‘트랙션 컨트롤’(TCS) 같은 첨단 장비도 봇물을 이뤘다. 1990년대에 F1 머신에는 소형경량 TV카메라가 부착돼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박진감 있게 TV로 중계할 수 있게 됐다. F1 경기에 쏟는 광고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빗길에서 차체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TCS 등의 첨단 장비는 요즘 고급 승용차에 안전 사양이나 옵션으로 나오고 있지만 당시에는 ‘운전자의 실력이 아닌 전자 장치에 의존해 운전한다’는 비난 여론이 있어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터보차저 엔진 금지, 전자장비 장착 제한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F1의 평균 시속은 계속 빨라졌다. 그러자 1994년에는 연료에도 규제를 두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사용되던 벤젠(benzenes)과 톨루엔(toluenes) 합성연료를 금지하고, 일반 자동차가 사용하는 무연휘발유만을 허용했다. 또 엔진 배기량도 3500cc에서 3000cc로 다시 낮췄으며 유사시 쉽게 탈출할 수 있도록 운전석 입구를 넓히도록 했다. 슬릭타이어 대신 바닥에 무늬가 있어 접지력이 감소하는 그루브 타이어를 도입하고 날개 크기도 축소해 공기의 역학적 도움을 덜 받아 속도를 줄이게 했다.

만약 FIA가 속도를 줄이기 위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지금 평균시속 200㎞대, 최고시속 300㎞대로 서킷을 도는 F1 머신들은 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수많은 사상자를 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F1 백미, ‘피트스톱’

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타이어 워머. 타이어를 데워 출발과 동시에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장치.

슈마허와 TCS, 터보차저 등 고급차 엔진과 옵션을 탄생시킨 F1. 선수와 각종 기계장치는 F1을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F1에 관한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F1 경기 자체는 보고 듣는 묘미가 있다. 우선 경기장 소음이다. TV가 아닌 현장에서 F1 경기를 볼 때는 귀마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관중석 앞쪽이냐, 뒤쪽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장소이건 머신들이 눈앞을 지나칠 때 그 소리를 생으로 들으면 고막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귀를 파면서 실수로 푹 찔렀을 때의 고통과 비교할 만하다. 귀마개를 해도 머신의 소음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저 ‘귀가 좀 덜 아프다’ 싶을 정도의 효과다.

또 하나의 재미는 ‘피트스톱’. 평균 5.215㎞의 서킷을 2시간여에 걸쳐 59회 도는 F1 머신들의 총 주행거리는 최대 310㎞. 이 거리를 직진 경로에서는 시속 300㎞ 이상, 코너에서도 200㎞가량으로 주행하려면 머신에는 여기저기 큰 무리가 간다. 타이어도 3차례가량 교환해야 하고 연료도 새로 주입해야 하며, 간단한 고장은 즉석에서 수리해야 한다. 타이어 교체 등을 하기 위해서는 레이스 도중 한두 차례 지정된 정비 구역에 정차해야 하는데 이를 ‘피트스톱’(Pit Stop)이라고 한다.

피트스톱을 하더라도 경기장의 초시계는 계속 간다. 이 때문에 피트에서 머무는 횟수와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해당 경주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피트스톱을 단 한 차례도 안 하는 것이나, 현재 개발된 타이어의 성능으로는 불가능한 얘기다. 피트에 서는 횟수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F1팀이 선택한 방법은 가장 짧은 시간 내에 타이어 교체와 급유를 마치는 것. 보통 F1 머신이 정비 등을 위해 피트에 들어서면 약 9초 만에 타이어 4개 교환과 급유를 마친다. 이 시간이 단 1, 2초라도 늘어나면 해당 팀은 경기 우승권에서 거리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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