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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히로뽕 100g 작업하면 검찰이 풀어준대요”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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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S씨가 이 작업을 하느라 한 달 국제전화비가 200만원 넘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씨와 검찰의 ‘작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S씨와 K씨 그리고 취재 도중 만난 마약 투약자, 판매책 등은 “야당이 작업의 대가로 받는 돈은 한 사람당 300만~500만원, 히로뽕의 경우 10g 정도면 약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단순 투약으로 구속됐을 경우에는 보통 3~5명, 판매로 잡혔을 경우에는 3000만원 정도를 야당에 주고 작업을 하면 최하형(주로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정원, 검찰 등 마약과 관련된 정보,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이 일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의 진술과 관련, 검찰의 한 마약관련 부서 관계자는 “야당이 검찰의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을 사주해 함정수사를 벌이거나 이들을 수사에 참여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마약사범들이 검찰청을 제집처럼 드나든다는 것도 허무맹랑한 얘기다. 마약사범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경우 일정부분 정상을 참작해 구형량을 조절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한 작대기에 100만원

히로뽕 투약 및 판매 혐의로 2년간 옥살이를 하고 최근 출소한 최O영(50)씨는 20여 년 전 당구장을 운영하다 히로뽕을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아는 동생이 피로회복제라고 준 흰색 가루를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히로뽕이었다는 것. 물에도 타 마시고 커피에도 섞어 먹었는데 그 약만 먹고 나면 2~3일씩 잠도 안 오고 힘이 펄펄 넘쳐 좋았다고 했다. 그 약을 먹고 여자와 섹스를 하면 12시간 이상을 계속해서 흥분할 수 있었는데 그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히로뽕을 오래 하다보니 자연스레 유통구조를 알게 됐다. 중간 판매책, 투약자도 여러 명 소개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판매에도 나섰다. 처음 판매책으로 나섰을 때 최씨는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상선(上線)을 잘 만난 덕에 물건도 싸게 받았고 무엇보다 판로가 좋았다. 1994~95년 히로뽕 가격이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던 시절에는 10g을 100만~120만원에 사서 주사기 한 개(속칭 ‘한 작대기’, 히로뽕 0.8~1g)당 100만원씩에 팔았다고 했다. 10g은 주사기 14개 분량을 만들 수 있는 양이며 주사기 1개로는 10~14번 투약할 수 있다.

가루인 마약을 주사제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사기에 마약을 넣고 증류수나 식염수를 넣어 희석시킨 뒤 한 눈금씩 맞는다. 초보자들은 한 눈금을 2~3차례에 걸쳐 나눠 맞기도 한다. 중독이 심해질수록 투약량은 점점 늘어난다. 약 기운을 느끼는 데는 주사를 쓸 경우 보통 2~3초, 물이나 커피에 타서 마실 경우 2~3분이 걸린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경찰에 검거된 히로뽕 투약자들. 1992년.

최씨에게 물건을 주는 판매책은 매매가 될 때마다 그 대가로 일명 ‘도시락’(2~3g 의 히로뽕)을 챙겨줬는데 최씨는 이것을 받아와 본인이 직접 투약하거나 여자들에게 선물했다. 그는 당시를 아주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하고 있다. 많이 팔 때는 하루에 100g도 팔아봤다. 하루 종일 팔고 나면 수백만원이 현금으로 떨어졌고 종종 1000만~2000만원의 거금을 쥐는 날도 생겼다. 최씨는 이 돈을 주로 쇼핑이나 여자에게 썼다.

“약에 취해서 길을 가죠, 그러다 백화점 같은 데를 지나면 갑자기 쇼핑에 꽂히는 거예요. 그럼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사요.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1000만원짜리 무스탕도 샀고 100만원 넘는 발리 구두도 여러 켤레 샀어요. 당장 돈이 없으면 계약금 걸어놓고 다음 날 가서 사기도 하고, 그때는 항상 약에 취해 있었으니까. 여자에 꽂히면 하루고 이틀이고 섹스만 했어요. 돈도 많을 때니까 여자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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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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