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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⑧

북한 교육현실 집중 분석

가난한 집 자녀들은 공부보단 생업현장 당 간부 등 부잣집 자녀들은 치열한 입시전쟁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교육현실 집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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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민군대 지원, 노병 지원, 영예군인 지원, 각종 건설장 지원 등 각종 지원 명목으로 걷어 들이는 돈의 종류를 세려고 해도 힘들다. 지원항목도 시멘트, 돌, 소금, 마대, 옥수수, 장갑, 휘발유 등 가지각색이다. 또 좋은 일하기 운동, 꼬마 계획 운동을 한다면서 토끼털이나 폐지를 내라고 하는가 하면 인민군대에 ‘꼬마탱크’나 ‘소년호 비행기’를 헌납한다면서 폐철이나 폐동을 헌납하라고도 한다.

충성의 당자금을 마련한다며 학생들로부터 고사리, 콩, 깨도 걷어 들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에 중학교 3학년 이하 학생들에게 당과류 1㎏씩을 선물로 주는데, 어느 때인가는 심지어 이 선물을 만든다면서 옥수수와 달걀을 내라고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기가 원자재를 내서 만든 당과류를 받으면서도 김 부자 초상화에 인사를 하면서 선물이라고 받아야 하는가하며 술렁이자 이런 일은 이제 없어졌다.

위에다 내는 것뿐 아니라 학교도 자체적으로 겨울 난방용 화목비, 학교꾸리기 비용 등으로도 걷는다. 각종 행사를 위한 포스터 준비나 송년회 같은 것을 치르느라 학생들끼리 자체로 걷는 것도 꽤 된다. 이렇게 각종 명색을 내대고 걷어 들이는 것을 다 합치면 한 해에 100가지가 넘어갈 것 같다.

그 모든 항목의 물품들이 집에 다 있을 리는 만무하다. 시멘트니 장갑이니 폐철이니 하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고 결국은 다 돈을 낼 수밖에 없다. 이 돈의 상당수는 간부들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 사람들은 다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가렴주구(苛斂誅求)가 갑자기 심해진 것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국가 공급과 지원이 없어지니 필요한 모든 것은 걷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사람들이 월사금을 내면서 학교에 다니던 일제 강점기가 오히려 그립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



황 선생도 늘 자신이 교사인지 수탈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행복중학교에는 내라는 것이 무서워 학교에 못 나오는 학생이 많다. 황 선생 반에도 하루 평균 10명이 넘는 결석생의 태반은 돈 내는 것이 무서워 못 오는 학생이다. 다 집안이 가난한 학생들이다.

결석생이 있으면 온 학급을 그 학생의 집에 보내 데리고 오게 한다. 이건 북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전통이다. 하지만 이미 포기한 학생도 7~8명이 된다.

공부 포기한 농촌학생

가봤자 그 학생들은 산에 나무하러 갔거나, 뙈기밭에 일하러 갔거나, 혹은 부모 장사를 도와주느라 집에 없다. 부모들을 만나봤자 대답은 뻔하다. 이렇게 대충 나이 먹게 해서 군대에 보내면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에 간다 해도 뒤를 대줄 수 없으니 그럴 바에는 군에 보냈다가 농민을 시키는 것이 편하다는 것, 농민이 될 신세에 공부는 해서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고 그들은 되묻는다.

황 선생은 그들의 말에 반박할 논리가 없다. 어차피 이 세상이 그런 것이다.

행복중학교는 농촌학교여서 중학교와 소학교가 같은 건물에 붙어있다. 원래 북한에서는 소학교를 인민학교로, 중학교는 고등중학교로 불렀다. 그러나 2002년 고등이란 말은 중학교 다음 단계에 붙이는 것이 올바르다는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고등중학교가 중학교로, 인민학교는 소학교로 됐다.

소학교는 4년, 중학교는 6년이다. 여기에 학전 교육이라고 지칭하는 유치원교육 1년을 덧붙이면 북한이 자랑하는 11년제 의무교육이 된다.

북한은 원래 7월1일생부터 다음해 6월30일생까지 같은 학년이 됐는데, 2004년부터 같은 연도에 태어난 학생들이 같은 학년이 돼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하달되면서 하루아침에 제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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