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김우룡과 MBC, 8개월 전쟁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0-04-01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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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룡과 MBC, 8개월 전쟁
    MBC문제는 일단 겉으로는 정리가 됐다. 엄기영(59) 전 사장이 떠난 빈자리는 김재철(57·전 청주MBC 사장)사장이 채웠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장단·임원 인사도 끝났다. ‘낙하산 인사’라며 김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던 노동조합도 몇 가지 조건을 내건 뒤 김 사장에게 사장실을 내줬다. 총파업을 준비하던 노조는 일터로 돌아갔다. 김 사장과 노조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임명한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을 사퇴시키는 데 동의했고 이 문제로 방문진과 김 사장은 사이가 나빠졌다.

    방문진과 MBC 간 갈등은 지난해 8월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출신의 김우룡(67) 한양대학교 석좌교수가 신임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시작됐다. 취임 직후부터 김 이사장과 다수의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는 MBC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엄 전 사장 체제의 MBC 경영진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김 이사장과 엄 전 사장 간 갈등은 이후 6개월간 이어졌다. 엄 전 사장은 지난 2월8일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했다. 자신이 추천하지 않은 인사를 방문진이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에 임명하자 더는 견디지 못했다. 사표를 내면서 엄 전 사장은 “오늘 방문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말했다.

    MBC=‘좌파정권’의 하부구조

    ‘신동아’는 지난해 8월 김 이사장의 취임부터 시작된 방문진과 MBC 간 갈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 이사장과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엄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인 2월9일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두 번째 인터뷰는 3월9일 방문진 이사장실에서 있었다. 3월9일은 김재철 사장이 MBC 관계사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한 다음날이다. 당시 방문진은 김 사장의 인사안(案)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3월9일의 인터뷰는 전날의 임원 인사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 엄기영 전 사장이 사표를 낸 뒤 MBC 문제가 정리될 줄 알았는데 김재철 사장이 임명된 이후 갈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럭비공이 하나 들어와서….”

    두 번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이사장에 오른 이후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기자가 느끼기에 일부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MBC의 현실에 대한 김 이사장의 인식은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0년은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좌파정권이라고 할 수 있고, MBC가 언론자유라는 이름으로 좌편향되는 10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가) 정권의 하부구조 역할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념적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MBC가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정권 등과 연합해서 MBC를 무슨 기지로 삼았다고 봅니다. 탄핵방송이 그랬고, 하이라이트가 PD수첩이었죠. 노무현 탄핵방송 때도 국민을 오도했잖아요. 반정부 투쟁의 본산이 되어 전횡을 일삼았죠.”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 중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내용도 많았다. 김 이사장과 대척점에 있었던 엄 전 사장 등의 확인이 불가피했다. ‘신동아’는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인 3월9~11일 여러 차례에 걸쳐 엄 전 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엄 전 사장은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김 이사장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신동아’는 이외에도 MBC 사장을 지낸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3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했다. ‘신동아’는 이들의 설명과 주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이후 방문진과 MBC 간 갈등에 접근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발언은 대부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정무적인 판단으로…

    엄 전 사장은 2월8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방문진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 전 사장의 발언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엄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인 2월9일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엄 전 사장의 이 발언과 관련, “뭐긴 뭐냐, 나가라는 것이지. 어차피 내보내려고 했는데 자기 발로 걸어 나갔으니 120% 목표 달성했다”고 말했다. 엄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해 당시 김 이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은 이랬다.

    ▼ 사실상 예정됐던 일이군요.

    “내가 사실 지난해 8월27일 엄 사장을 해임하려 했어요. 하지만 정무적인 판단으로 미룬 겁니다.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을 때부터 (내가) MBC의 문제를 계속 제기했습니다. 전략이었죠.”

    ▼ 어떤 정무적인 판단을 하신 것인지.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고 또 정운찬 총리 임명문제도 있고 해서….”

    ▼ 엄 전 사장의 사퇴는 예상하신 건가요.

    “솔직히 2월 말까지는 버틸 줄 알았어요. 그때까지도 안 나가면 해임하려고 했어요.”

    ▼ MBC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셨나요?

    “MBC는 콜럼버스와 같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아는 X가 하나도 없어요.”

    김 이사장이 엄 전 사장을 해임하려 했다는 지난해 8월27일은 MBC의 2009년 하반기 업무보고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김 이사장과 일부 방문진 이사들은 당시 업무보고에서 엄 전 사장 등 MBC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광우병 보도로 법적 논란을 빚은 PD수첩(지난 1월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시청자 의견 조작의혹을 받은 100분토론 등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방문진의 야당 추천 이사 중 일부가 “개별 프로그램에 대해 일일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을 정도였다. 8월26일 진행된 제10차 임시이사회에서는 이런 얘기도 오갔다.

    “광우병의 발상지는 영국으로, 광우병 피해가 우려된다면 지역적 발생 빈도에 비추어 미국산보다는 유럽산이 훨씬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과 EU(유럽연합) 사이 FTA 체결이 진행될 때 ‘PD수첩’이 한번이라도 유럽산 쇠고기의 광우병을 주제로 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까?” (차기환 이사)

    “본부장 발언을 들으면 ‘PD수첩’은 아직 법률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으니 공정성을 잃었다는 사과를 해야 할 단계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줍니다.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MBC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까?”(감사)

    “공영방송으로서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보는데, ‘PD수첩’에 국민 통합 내지 사회 통합에 기여한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가 지난 7년간의 통계를 내보니, 동맹국인 미국과 관련된 주제가 총 23회 방송되었는데, 그중 미국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내용의 방송을 한 예가 전혀 없습니다.” (김광동 이사)

    “PD는 기자가 받는 수준의 사실 취재 훈련 없이 단지 프로그램 기획 안목만으로 만드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PD들에게 기자들 정도의 취재 노력이나 훈련을 요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검토해볼 문제입니다.”(김우룡 이사장)

    5억8000만원짜리 경영컨설팅

    김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업무보고에서는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2008년 12월 5억8000만원을 들여 수행한 MBC 경영컨설팅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상암동 신사옥 부지 매입 과정의 문제,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의 문제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김 이사장의 얘기다.

    “상암동 신사옥 부지를 매입하면서 (MBC가) 과태료를 낸 사실이 있습니다. 내가 그걸 물었더니 (담당 임원이) ‘네, 있습니다’ 그래요. 1억8000만원을 냈다고 합디다. 60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취득세 낼 시기를 놓쳐서 과태료를 낸 겁니다. 그런데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았어요. 과거의 MBC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사장, 간부들 모두 있는 자리에서 내가 공식적으로 얘기한 겁니다. 또 2008년 12월에 딜로이트 컨설팅에 5억8000만원을 주고 경영컨설팅을 받았어요. 내가 보고서를 다 읽어봤습니다. 내가 그랬어요. ‘왜 중요한 문제는 하나도 다루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노조 압력으로 그렇게 됐다’고 그래요. 임금, 인력구조조정, 인력감축, 노동조합의 문제 등 MBC가 안고 있는 민감하고 핵심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하고 컨설팅 보고서를 내기로 약속을 한 거야. 사실상 야바위를 한 거지. 그래서, ‘야, 이거 엄기영이 지시야?’ 그랬죠. 엄기영 사장이 옆에 앉아 있는데 말이죠. 이게 도대체 무슨 경영이야.”

    그러나 경영컨설팅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엄 전 사장의 입장은 달랐다. 엄 전 사장은 김 이사장이 ‘신동아’에 밝힌 주장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엄 전 사장이 3월11일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런 대화가 오고간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5억8000만원은 그리 많은 돈이 아닙니다. 한 10억원은 되어야 제대로 된 경영컨설팅 보고서가 나와요. KBS의 경우 30억~40억원을 들여서 경영컨설팅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싸구려 컨설팅을 받은 거예요. 비상경영하면서 줄이고 줄여서 한 겁니다. 김 이사장의 주장은 한마디로 픽션입니다. 그리고 내가 옆에 있는데 그렇게 말했다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어요?”

    경영컨설팅 문제는 실제로 지난해 8월26일 열린 제10차 임시이사회에서 거론된 적이 있다. 하지만 회의록 내용은 김 이사장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외부 경영진단을 받을 때 노사, 인력, 구조조정 관련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핵심 문제를 제외한 진단을 받고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것이 되는데,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김우룡 이사장)

    “제가 답변 드리겠습니다. 노조의 압력으로 관련 사항을 제외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리고 구조조정 등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영 흐름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김 이사장은 2월9일 인터뷰에서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MBC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사장이 되고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사장과 임원 등 8명의 간부가 1년에 판공비만 7억6000만원을 쓴 겁니다. 이거 문제 아닙니까? 내가 엄 사장과 관련된 A4 용지 20페이지가 넘는 투서가 들어와도 조사도 안 했는데…. 일각에선 내가 이사장 된 뒤로 월급을 6000만원 올렸다는 소문이 있던데, 140만원이던 판공비를 320만원으로 올리고 이사장 방에 홈시어터 하나 사다 놓은 게 다입니다.”

    2주마다 불러서 모욕

    김 이사장은 3월9일 인터뷰에서는 “판공비 문제는 (이사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엄 사장은 당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리고 급했는지 쇄신안을 만들어서 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몇 언론은 방문진이 김우룡 이사장과 이사 8명의 급여 인상을 염두에 두며 올해 예산을 증액 편성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향신문은 3월11일자에서 “방문진 이사장이 MBC 회장급인데 MBC 이사만도 못한 연봉을 받고 있다. MBC 사장 연봉이 2억4000만원, MBC 이사 연봉이 1억6500만원인데 방문진 이사장 급료는 MBC 사장의 절반 정도”라는 김 이사장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두 번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엄 전 사장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방문진 이사들이 엄 전 사장과 MBC를 압박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특히 지난해 9월9일 열린 제11차 임시이사회에서 엄 전 사장이 직접 밝힌 ‘뉴MBC플랜’의 실패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그러나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 설치, 경영혁신을 위한 전사적인 미래위원회 구성,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개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뉴MBC플랜’은 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엄 사장이) 공정방송위원회라는 걸 만들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시청자위원회의 재판이었다. 외부인사들 불러 밥 먹는다고 공정방송이 되나? 의지와 실천의 문제다. 회의를 몇 번 했다는 걸로 공정방송이 만들어지겠나. 공정방송을 만들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그걸 전사적으로 교육하고 토론해야 한다. 경영자와 간부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교육하고 질책하고 책임을 묻고, 무엇보다 거짓말하지 않는 방송, 과장방송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MBC플랜’이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엄 전 사장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잘됐으면 좋았는데, (뉴MBC플랜) 한다고 했는데 단협 같은 부분은 잘 안 됐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지난해 말에 저를 포함한 임원들이 집단사표를 낸 것이죠. 계획대로 안 되자 방문진 이사들도 공개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했고요.”

    이와 관련, MBC 사장을 지낸 최문순 의원은 방문진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영진이 책임질 만큼 MBC의 경영상황이 정말 나빴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2005년경 MBC 매출은 1조3000억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에는 1조4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죠. 엄기영 사장 때도 실적이 괜찮았습니다.”

    지난해 방문진이 발표한 2008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도 최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08년 경제위기 속에서도 방송3사 중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경영지표 중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 광고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512억원(-7.6%) 감소한 6250억원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경쟁사인 KBS(-10.2%)나 SBS(-9.1%)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MBC플랜’이 보고된 이후 방문진은 2주마다 한 번씩 엄 전 사장 이하 간부들을 방문진으로 불러 추진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방문진은 PD수첩의 편향성 해결, 시사교양 프로의 통폐합 등을 요구했다.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도 본격적으로 나왔다.

    “오늘 보고한 대책도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가령,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경영진이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고진 이사, 9월9일 11차 임시 이사회)

    “‘시사매거진 2580’‘뉴스 후’‘PD수첩’ 등 개인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는 등 상징에 걸맞은 과감한 조치를 통해서 MBC 내외부에 MBC의 변화를 알리는 모멘텀을 만들기를 촉구합니다.” (김광동 이사, 9월23일 12차 임시이사회)

    막걸리파티에선 무슨 얘기가…

    2주마다 사장 이하 간부들을 불러 보고를 받는 것에 대해 일부 방문진 이사들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방문진 정상모 이사는 10월7일 임시이사회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방문진이 엄 사장으로부터 2주마다 뉴MBC플랜에 대한 이행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그런 조치로 되겠느냐’ ‘단체협약을 바꿔라’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라’고 일일이 지시하는 등 마치 1980년대의 보도지침처럼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간섭하고 있다”고 밝히는 일도 벌어졌다. 정 이사의 ‘보도지침’ 발언은 이후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다. 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이전에는 업무보고 때 사장은 인사만 하고 각 부문 본부장이 와서 보고를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부문별로 조율이 안 되고 자기 것만 보고하고 가는 식이 됐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업무보고에는 사장 이하 전 간부가 배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역대로 방문진이 이렇게 한 적이 없었다. 2주에 한 번씩 사람을 불러서 모욕 주고…, 그만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27일, 이명박 대통령은 MBC에서 열린 특별생방송 ‘대통령과 대화’를 마친 뒤 MBC 경영진, 수행한 청와대 참모 등과 막걸리를 마시며 1시간 가까이 담소를 나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엄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에게 “나는 방송이 공정하게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김 이사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엄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이 대통령과 엄 사장 사이에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지난해 12월10일 엄 전 사장이 낸 사표를 반려하셨죠.

    “대통령이 엄 사장과 막걸리 먹으면서 ‘조만간 엄 사장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언질을 줬지. 그리고 며칠 뒤 엄 사장이 자기와 본부장들 사표를 (나에게) 들고 왔어. 그전에 내가 엄 사장에게 ‘문 걸어 잠그고 이사들 사표 받아오라’고 시켰거든. 엄 사장은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자기 사표는 반려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거지.”

    ▼ 사표 수리가 안 될 것으로 알고 사표를 냈다?

    “감을 잡았지.”

    ▼ 그런데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죠.

    “(엄 사장과) 얘기가 잘될 줄 알았지. 그런데 얘기가 잘 안 되더라고. 내 앞에서는 네네~ 하면서, 돌아서면 뒤통수를 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표를 내게 했지.”

    김 이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엄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7일 7명의 임원과 함께 재신임을 묻는 일괄사표를 낼 당시 자신의 거취를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 12월10일 방문진은 김세영 부사장(편성본부장 겸임),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 등 4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엄 사장,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한귀현 감사의 사표는 반려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엄 전 사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우선 대통령과 그런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당시 경영진이 ‘뉴MBC플랜’ 한다고 했는데 단협과 관련된 부분이 잘 안 됐어요. 그러고 나니 방문진에서 공개적으로 ‘책임져라’ 라고 한 겁니다. 여러 차례 했죠. 그래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임원들 다 불러서 ‘약속은 약속이니 방문진에 재신임을 묻자’고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해놓은 것도 많으니 재신임을 한번 물어보자고 (임원들을) 설득했어요. 사실이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당시 MBC 간부들의 일괄사표 사건과 관련한 뒷얘기는 최 의원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최 의원은 엄 전 사장 등 MBC 간부들로부터 당시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MBC에서는 일괄사표를 내도 대부분 반려될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많아야 1~2명 정도 상징적인 차원에서 사표가 수리될 거라고 봤다는 거예요. 주요 본부장이 전부 날아갈 줄은 생각도 못한 겁니다. 결국 이 일로 엄 사장은 팔다리가 잘렸죠. 엄 사장이 자기 것만 반려될 줄 알고 사표를 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됩니다. 결국 다른 사람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은 꼴이 됐는데. 엄 사장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을 겁니다.”

    일괄사표가 처리된 지 4일 만인 12월14일 저녁 엄 전 사장과 김 이사장은 후임 임원진 인사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독대한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그날 두 사람은 와인 2병을 마시며 의견을 나눴고 단일안에 거의 접근했다. 김 이사장은 “당시 내가 엄 사장에게 ‘이제부터는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 나를 도와라’라고 했다. 그런데 나와 얘기할 때는 합의를 해놓고 (엄 사장이) 다음날 바로 뒤통수를 쳤다”고 말했다.

    황희만, 윤혁은 모르는 사람?

    “뒤통수를 쳤다”는 김 이사장의 주장은 아마도 엄 전 사장이 당시 방문진 정상모 이사를 통해 “엄 사장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했으면 한다는 입장”(미디어오늘 2009년 12월15일)을 밝힌 것을 두고 한 발언으로 생각된다.

    결국 두 사람의 와인 회동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다음날(12월15일)로 예정되어 있던 임원인사를 위한 주주총회도 열리지 못했다. 방문진 대변인인 차기환 이사는 당시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들에게 “밤늦게까지 협의한 결과 거의 단일안을 이뤘고, 김 이사장이 엄 사장 의견을 상당수 수렴했는데 (엄 사장이) 갑자기 전혀 다른 새로운 안을 냈다. 엄 사장이 거의 전원 교체를 요구해 단일안 마련이 무산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날의 일에 대해서도 엄 전 사장은 다른 설명을 했다.

    “뒤통수를 친 적이 없습니다.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추천했는데 방문진이 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문제죠. 사실상 김 이사장이 MBC 사장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솔직히 김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방문진과 MBC 간부들은 밥도 한번 못 먹었어요. 아무리 만나달라고 해도 안 만나줬습니다.”

    엄 전 사장은 올해 2월8일 사표를 제출했다. 자신이 결정해 올린 본부장(이사) 후보를 방문진이 뒤집자 곧바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엄 전 사장은 보도본부장에 권재홍 선임기자를, 제작본부장에 안우정 예능국장을 추천했으나 방문진은 황희만 울산MBC 사장, 윤혁 부국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 이사 선임 과정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엄 전 사장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토요일(2월6일)에 방문진 OOO 이사를 만났습니다. ‘PD수첩 진상조사해라’는 등의 조건을 얘기하더라고요. 그게 되면 권재홍, 안우정을 밀 수 있다고. 저는 ‘PD수첩과 권재홍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따지면서 답은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오후 늦게 김 이사장과 전화를 했어요. 김 이사장이 ‘이제 됐다. 더 미룰 수 없으니 (권재홍, 안우정 인선에 대해) 엄 사장이 직접 설명을 해라. 그냥 빨리 해치우자’고 하더라고요. 전 ‘이제 됐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나서 권재홍 기자와 안우정 국장을 차례로 만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방문진에서 (이사 선임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이들과 인사문제까지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11시쯤 방문진 OOO 이사가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는 ‘권재홍이 보도본부장을 사퇴했다’는 겁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권 기자에게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권 기자가 김 이사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보도본부장 (취임을) 축하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것저것 걸림돌이 많다. (보도본부장을)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권 기자는 김 이사장에게 ‘내가 걸림돌이 되면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니냐. 내가 언제 보도본부장 하겠다고 했냐’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권 기자의 이 말을 김 이사장은 ‘권재홍이 사퇴했다’고 기정사실화 한 거죠. 내가 김 이사장을 부도덕한 인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만약 권 기자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사장인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게 맞죠.”

    엄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 김 이사장은 “(당시)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었다. 비판적 시민사회 인사가 참여하는 PD수첩 진상조사 위원회를 구성하고 올바른 노사관계를 정립한다는 약속을 하는 경우 권재홍으로 갈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황희만으로 한다는 게 당시 합의된 내용이다. 그것도 내가 직접 한 게 아니고 한 이사가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했다. 그런데 끝내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황희만으로 간 것이다. (사실) 권재홍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합의하고도 직전에 바꿀 수 있다. 합의가 법률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편, 최 의원은 이 문제로 김 이사장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황희만, 윤혁 두 사람이 임명된 뒤에 제가 국회에서 김 이사장에게 ‘이 두 사람을 아시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당연히 모르죠. 왜 이 사람들을 뽑은 거냐고 물으니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청와대에서 올린 것 아니냐’고 따졌죠”라고 말했다.

    말귀 알아듣는 사람

    엄 전 사장이 사표를 내자 방문진은 곧바로 후임 사장 인선에 나섰고 공모를 통해 2월26일 2010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재철 청주MBC사장을 후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의 선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흠결이 없는 사람, MBC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어차피 1년짜리 사장인데, 아무리 빼어난 CEO라고 해도 MBC를 이해하는 데도 1년은 걸릴 겁니다. 그러니 일단 MBC 출신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김 이사장은 2월9일 인터뷰에서 “MB 특보 출신 사장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내부발탁입니다. 그 다음에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있는가, MBC 발전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나, 정치적 편향은 없나, 이런 몇 가지를 보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문화진흥회와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겁니다.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는 게 첫 번째 기준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김 사장과 방문진의 관계는 원활하지 못했다. 김 사장이 자신을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방문진의 뜻에 반하는 약속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방문진이 엄 전 사장의 사퇴를 불러오면서까지 임명한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제작본부장을 김 사장이 사퇴시키겠다고 노조 측과 약속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방문진은 김 사장을 맹비난했다. 방문진과 김 사장 간 갈등은 방문진이 3월11일, 김 사장의 교체안을 수용하며 일단락될 때까지 계속됐다. MBC는 3월1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황 본부장을 특임이사로, 윤 본부장을 특임이사 겸 MBC프로덕션 사장으로 발령 냈다. 이 문제와 관련, 김 이사장은 3월9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재철 사장의) 지금 언행이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지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거기에만 너무 집착하다가 저지른 실수 혹은 과오다. 두 번째는 지역방송 사장을 오래 하다보니 경험과 훈련이 덜 되어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사장의 역할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언제까지 신뢰할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두 이사와 관련된 문제를 이사장인 나와 협의한 것처럼 (김 사장이) 흘리고 다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황희만 보도본부장을 특임이사로 보직이동하는 건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솔직히 기분은 아주 나쁘지만, 하지만 본부장 및 이사 인사를 노동조합과 협상한 것은 사장이 인사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사장이 자기 방에 들어가기 위해 인사권을 (노조에) 바친다는 건 논리적으로 안 맞아요.”

    김재철, 큰집에 불려가서…

    김 사장과 방문진 간 갈등은 3월8일 단행된 사장단·임원 27명의 인사에서도 불거졌다. 김 사장이 방문진과 협의 없이 인사를 단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방문진 차기환 이사는 인사가 발표된 직후 “관계회사 임원에 대한 부분은 승인, 합의가 필요 없는 협의 사항이지만 인선안을 오늘 회의 때 처음 받아서 인사 기록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 실질적인 협의가 (사전에 없어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방문진은 김 사장의 마산-진주MBC 통합 사장 임명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중 3월8일 인사와 관련된 부분이다.

    ▼ 사장단·임원 인사가 논란을 일으켰는데….

    “어제(3월8일)부터 대학살이 시작됐죠. 인사가 잘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무능한 사람을 정리하고, 특정 정권에 빌붙은 사람을 척결한다는 의미에서는 80점 정도는 되는 인사라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한테 얼마나 휘둘렸는데. 큰집도 (김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입니다).”

    ▼ 김 사장이 큰집에 갔다 왔나요?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 (김 사장이) 좌파들 끌어안고 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습니다. 어제 인사로, 내부에 있는 중간간부들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방문진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지만, 내가 이걸 거부했으면 당장 ‘방문진, 김재철 사장 인사안 거부’ 이렇게 (보도가) 나왔을 거 아냐. 그러면 김재철은 코너에 몰리게 됩니다. 그러면 김재철을 임명한 방문진에도 부담이 되고, 김재철이 청소부 역할을 해야 하는데….”

    ▼ 김재철 사장이 청소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그러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 그 점은 인정을 해야 돼요. 물론 김재철이 안 하려고 했지, 그걸로 (김재철 사장은) 1차적인 소임을 한 거야. 일부에서는 사람을 너무 많이 내보내면 퇴직금 문제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기본적으로 그만두는 사람, 1억~2억원의 퇴직금이 문제가 아니고 (좌파의) 물을 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언제 김 사장에게 그런 뜻을 전했나요?

    “대체적인 그림은 만나서 그려줬지. 둘만 만난 일은 없지만. 사장으로 선임하자마자 바로 불러서 얘기했어요. 김 사장은 내 면전에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고.”

    ‘다행히’ 1년짜리 사장

    이번 인사와 관련, 김 사장과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김 이사장의 발언은 앞서 소개한 방문진 차기환 이사의 “실질적인 협의가 (없어서) 유감”이라는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김 사장이 MBC 간부 인사를 앞두고 권력기관(‘큰집’)과 접촉했다는 김 이사장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부부처도 아닌 언론사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3월11일 전화로 김 이사장에게 ‘김 사장이 권력기관의 누구를 접촉했는지, 언제 어디서 접촉했는지’를 추가로 물었으나 “만났다는 걸 확정적으로 쓰면 안 된다. 그런 얘기가 있다고만 해야 한다”고 할 뿐 충분한 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인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 사장이 ‘큰집’과 접촉했다는 김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김재철 사장측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3월8일의 인사와 관련된 김 이사장과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 80% 만족하는 인사? 부족한 20%는 뭔가요.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일부 있고, 보도 분야 출신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어요. 마산-진주 통합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 사장 자기의 정책인데 그 문제는 더 이상 떠들지 말라고 내가 그랬어요. ‘한 군데를 제대로 하기도 어렵다’고 말이죠. 진주가 마산 밑으로 가는 모양새가 됐는데,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주주도 다르고 구성원의 성격도 다 다른데….”

    ▼ 말렸는데도 강행을 한 거군요.

    “내가 끝까지 말렸는데 고집을 부렸어. 지방사 사장 인사는 방문진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무리 말려도 하겠다는 거야. 이런 전환기에는 논란을 잠재우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만 키우고 있는 거죠. 일의 우선순위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맞지 않고. 방문진 정책도 나와야 하고 방통위 승인사항인데, 호출부호도 다르잖아요. 이런 것을 통합하는 문제는 MBC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닙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진주MBC 사장을 선임하는 게 옳고 그렇게 할 겁니다.”

    ▼ 김재철 사장 체제도 만만치 않네요.

    “(방문진이) 개망신은 당했지만 김 사장이 아직 대형사고는 안 쳤다고 판단합니다. 더 큰 사고도 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켜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켜볼지는 모르지만. 방문진이 뽑은 사장이니 일단 믿고 맡긴다.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인 건 임기가 1년이라는 것이고, 본인이 재선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는 겁니다. 내가 이 상황에서 신임을 안 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판이 깨지게 되어 있거든요.”

    참고로, 김 사장의 임기는 엄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2011년 2월까지다.

    디즈니랜드 만들자

    김 이사장은 두 번의 인터뷰 과정에서 MBC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나름의 소신을 펼쳐 보였다. 방만한 경영을 정리하고 한계에 이른 방송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주로 머천다이징, 사업의 다각화와 같은 단어를 반복해 사용했다. “MBC가 용인에 가지고 있는 80만평의 땅에 디즈니랜드 같은 것을 유치해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다. 종이산업에 진출해야 한다거나 방송 콘텐츠를 활자화하는 사업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드라마 히트작을 소설로 만들거나, 현재 판권을 주고 책을 내는 경제매거진M 같은 것을 잡지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MBC는 백지를 묶어서 팔아도 5만권은 팔 수 있는 구조의 회사입니다. 잡지를 만들어서 팔면 10만부 파는 것은 문제도 아니에요. 이런 것을 하자는 겁니다. 내부의 유휴인력을 훈련시켜 재배치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돈을 못 벌어도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디즈니랜드 만들어서 거기서 어린이 프로 하나만 만들어도 광고며 홍보효과가 나옵니다. 방송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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