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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증발 外

  • 권재현 기자, 송홍근 기자, 강지남 기자

인간 증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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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고마워 | 내려받을 수 없는 ‘1988년 쌍문동’

인간 증발  外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
21세기북스, 688쪽, 3만8000원


●  뉴욕타임스 국제 분야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세계 대격변 보고서다. 저자는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1999)로 한국에 이름을 알렸다. ‘세계는 평평하다’(2005)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2008)도 호평받았다.

우리는 현기증 나는 가속의 시대를 산다. ‘대시장’ ‘대자연’ ‘무어의 법칙’이 세상을 뒤흔드는 3개의 ‘거대한 힘’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대시장’은 페이스북, 알리바바, 클라우드 컴퓨팅이 상징하는 디지털 세계화의 가속화다. ‘대자연’은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훼손, 인구 증가(저소득 국가 인구가 급증한다)다. 마이크로칩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은 끊임없는 기술 발전을 가리킨다. 대시장, 대자연, 무어의 법칙이 상호작용하면서 일으키는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 그 이상’이다.

영어 사교육에 매달린 부모가 ‘이러려고 그 돈을 썼나’ 자괴감을 느낄 날은 ‘미래’가 아니라 ‘조만간’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통역기가 모국어로 외국인과 대화하게 할 것이다. 학교에서 익힌 지식은 빠르게 낡은 것이 된다. 평생 학습으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실직하거나 저소득 일자리를 전전할 것이다.



우리는 ‘대빙하 시대’라고 일컫는 플라이스토세를 거쳐 1만1500년 동안 홀로세에 살아왔다. 지질학 용어 ‘세(世·epoch)’에 왜 신경을 써야 하는가. 홀로세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홀로세는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를 유지할 ‘유일한 지구 환경’이다. 기후변화는 후대가 아닌 당대의 문제다.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기후가 조절 능력을 잃는다.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 흙 속 미생물, 배설물로 씨앗을 옮기는 동물이 없으면 숲도 사라진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가 묘사한 지구 환경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688쪽 분량이다. 서문 격인 1부 ‘통찰을 위한 시간’과 ‘가속의 시대’ ‘혁신의 시대’를 각각 다룬 2, 3부를 거쳐 ‘신뢰의 닻’이란 제목이 붙은 4부로 마무리된다. 책 두께가 부담스러운 독자는 1부를 읽은 후 2부와 3부 앞부분을 소제목 위주로 훑어본 후 3부 12, 13장을 정독하는 게 좋겠다. 4부는 3부 12~13장과 맥락이 같다.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라는 이 책 부제가 가진 의미를 3부 12, 13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고향인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루이스파크로 돌아간다. 세인트루이스파크는 흑인 유대인 백인이 차별, 배제 없이 어울려 건강한 공동체를 이룬 곳이었다. 지금껏 그 같은 전통이 이어진다.

‘대격변의 태풍’ 한가운데도 ‘눈’이 있다. ‘태풍의 눈’은 공동체다. 이웃의 손 인사, 경쟁자의 악수, 전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낯선 이에게 받은 친절의 표시, 코치의 하이파이브, 멘토의 칭찬, 친구의 포옹, 정원의 냄새가 주는 느낌은 스마트폰, PC에서 내려받을 수 없다.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태풍의 눈에서는 춤을 출 수 있다.

한국 중장년이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 공감한 것도 빈국→부국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잃은 것을 ‘1988년 쌍문동’에서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가속의 시대를 살면서 번영하려면, 또한 행복하려면 공동체를 되살려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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