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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대규모 핵 폐기, 한반도 핵우산 철수하나

북한이 화학탄 쏴도 핵 응징 못해… 핵 작계서 북한 삭제될 수도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오바마의 대규모 핵 폐기, 한반도 핵우산 철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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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우산과 핵 개발의 상승작용

오바마의 대규모 핵 폐기, 한반도 핵우산 철수하나

비밀 해제된 전략사령부의 작계8010 관련 브리핑 자료. 새 작계가 모두 6개의 타깃을 설정해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6개의 공격대상 가운데 두 나라만이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 국가라는 사실이다. 북한의 경우 이미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핵 능력이 미 본토나 동맹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공식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의 핵 능력은 북한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핵 공격을 가할 수 없는 나라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일까.

이는 클린턴 행정부 시기였던 1993년, 미국의 보복 개념이 ‘핵에는 핵으로’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에는 대량살상무기로’라는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핵무기가 아닌 대량살상무기, 즉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의 대규모 사용에 대해서도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해 보복하겠다는 뜻이다. 종류가 무엇이든 적국이 갖고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쓰면 미국도 미국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인 핵으로 보복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대로, 부시 행정부 시기였던 2003년 무렵부터 ‘적국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징후가 확인되면 공격을 받지 않아도 사전에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개념이 추가되면서 오늘날 작계8010이 상정하고 있는 핵 사용 교리가 완성됐다. 이는 오로지 ‘적이 핵을 쓰면 우리도 핵으로 보복한다’는 원칙만으로 구성돼 있던 냉전시기 미국의 핵 사용 교리에 비하면 그 쓰임새나 폭이 엄청나게 확장된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한국의 입장에서 다시 풀이해보자.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은 주로 구(舊) 소련이나 중국이 한국에 핵을 사용할 경우 대신 보복해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1993년 미국의 핵 보복 원칙 변경 이후 핵우산은 북한이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로 남한을 공격하는 경우에도 핵으로 보복해주겠다는 의미로 확장됐고, 이를 전후해 북한의 NPT 탈퇴로 이른바 1차 북핵 위기가 터졌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으로 불거진 2차 북핵 위기에 즈음해 핵우산은 다시 유사시 핵 선제공격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개념 확장과 북한의 핵개발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온 것은 아닌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3, 4개의 시나리오

2010년의 현실로 돌아와보면, 오바마 행정부가 천명한 ‘핵 역할의 축소’는 앞서 작계8010이 설정하고 있는 6개 잠정 공격대상 가운데 일부가 삭제되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렇게 삭제되는 잠정목표 가운데 북한이 포함될지 여부다. 북한에 핵 능력이 없었던 1990년대 이전과 달리 현재는 ‘북한을 대상에서 뺀 핵우산’은 남한이나 일본에 모두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FAS와 NRDC 등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보고서 작성방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미국의 전문가 집단은 백악관이 검토하고 있는 ‘핵 역할의 축소’를 3~4개의 시나리오로 구분해 예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급진파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현실중시파가 이 중 어떤 시나리오를 택할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핵정책보고서의 발표 일정이 계속 연기되는 것 역시 논쟁이 마무리되지 못한 탓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들 시나리오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시나리오가 채택돼도 다른 시나리오가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

거론되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핵에는 핵으로’라는 1993년 이전의 원칙으로 되돌아가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작계8010의 6개 타깃 가운데 시리아와 이란, 국제테러집단은 삭제가 불가피하다. 북한의 경우에는 핵무기를 쓰지 않고 생화학무기만 사용하는 동안에는 미국의 전략핵우산이 가동되지 않는 셈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서울에 화학탄 탑재 미사일을 쏴도 미국은 이에 핵으로 보복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로서는 사뭇 충격적이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방안의 채택이 확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미국이 공식적으로 북한 핵 능력을 ‘군사적 위협’이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작계8010에서 북한이 완전히 삭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작전계획을 작성하는 전략사령부는 군의 속성상 삭제에 반대할 공산이 크고, 이에 대해 백악관 검토과정에서 논란이 재발할 여지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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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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