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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여자 추자현

“대충하는 연기 싫어. 나를 만든 영화‘사생결단’, 정말 미친년처럼 연기했죠”

  • 글·최영일│문화평론가 vicnet2013@gmail.com│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여자 추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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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생활인 추자현은 어떤 사람인가요?

“하하. 이런 거까지 밝혀야 하나? 집에 있는데 친구가 놀러오겠다고 연락 왔어요. 전 아무 생각 없이 까먹던 새우깡 들고, 슬리퍼 끌며 아파트 밖 길까지 마중 나갔죠. 친구가 좀 늦는 거예요. 그래서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과자 먹으며 기다렸죠. 행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런 게 제 모습이죠. 너무 꾸미는 게 없어서 매니저한테 구박도 자주 받는데….”

이 대목에서 매니저가 인터뷰에 슬며시 끼어들었다. “자현이 넌 너무 안 꾸며! 스타의식을 좀 가져야 된다니까. 우리 집 애들(매니지먼트하고 있는 배우들)은 왜 다 이럴까.”

▼ 철저한 이중생활, 그러니까 다중인격이시네요?

“네, 인정해요. 그런 면에서 복잡한 성격인 것 같아요.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죠. 평상시의 저는 굉장히 털털하고 평범하고 싶어 해요. 특별함 속의 평범함, 평범함 속의 특별함이랄까? 이게 제 인생 나름의 생각이고 목표지요. 작품 속에서는 배우이고 모델이지만 일상에서는 그냥 인간 추자현. 친구들과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도 알게 된 거죠. 서른이 넘어가니까. 이 두 경계를 잘 넘나들고 싶어요. 한쪽만 알면 다른 쪽의 행복을 모르니까요.”



그녀는 이런 철저한 이중성의 신념과 관련해 중요한 사례를 하나 들었다. 그녀의 얘기를 그대로 옮긴다.

“예를 들어, 여배우의 노출 같은 것은 몽상가적인 성격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죠. 내 남편, 내 남자친구가 아닌 남자와 격렬한 사랑을 표현하는 연기가 현실적인 성격에서 나오겠어요? 하지만 그런 성격만 있다면, 그래서 빨리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그걸 조절하지 못하면 우울하게 되요. 실제로 그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배우가 많고요.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이제는 자신을 컨트롤하는 법을 좀 배웠다고 할 수 있죠.”(웃음)

미래의 키워드

▼ 끝으로 추자현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하나 들어주세요.

“오늘 인터뷰 중 가장 고민스러운 질문이네요. 사실 요즘 그것 때문에 고민이에요. 지금까지는 명확했어요. 믿음과 의리. 이것만 있으면 나는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다보니 흔들려요. 과연 믿음과 의리가 지켜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변해가고 세상이 변해가고 나도 따라서 변해가는데 말이죠. 그래서 요즘엔 다 내려놓으려 해요. 굳이 어떤 신조를 붙들지 않고 그냥 기대해요. 미래를 기대합니다. 내게 다가올 도전들과 내가 부딪쳐나갈 상황들이 정말 기다려져요. 미래에 대한 기대, 이것이 지금의 키워드예요.”

▼ 여배우로서의 비전, 어떤 걸 기대해요?

“그것조차 알 수 없어요. 훗날 제가 여배우로 경력을 이어나갈지 어느 날 훌쩍 떠날지, 혹은 어디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지, 공부를 할지 지금은 단정 짓고 싶지 않아요. 그냥 아까 말한 직업배우로서 주어진 일들에 충실할 뿐이죠.”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추자현이 점점 무르익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여고시절 트렌드잡지의 표지모델로 길거리 캐스팅되어 그저 평일 조퇴할 수 있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배우생활. 교복차림에 쭈쭈바를 쭉쭉 빨며 스튜디오로 향하던 소녀, 열여섯 나이에 이미 방송에 데뷔했음에도 일반 대학생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다가 2002년 드라마 ‘카이스트’에 전격 투입되어 불시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그녀. 미소년 이미지를 풍기며 잠깐의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연기파 배우. ‘미인도’에서 기생연기를 위해 조선풍속사를 뒤지고 기생의 삶을 연구해 한 장면에 내면을 담아나가던 성숙한 여배우의 모습 등이 시간을 거스르듯, 파노라마가 돌아가듯 하나의 장면처럼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추자현과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저녁식사로 이어졌다. 고픈 배를 채우고 생맥주의 시원함을 즐기며 지면에는 다 담을 수 없는 친밀한 대화가 한참동안 오갔다. 대화 도중 추자현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래서일까요? 다음날 아침이면 공허해요”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약속을 하나 했다. ‘내일 아침엔 공허하지 말자’고. 6시간의 데이트는 그렇게 끝이 났다.

기자는 봄날의 밤길을 걸으며 스타 추자현보다 더 아름다운 인간 추자현을 발견한 즐거움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그녀의 미래는 그녀 자신보다 팬들에게 더 기대된다고 생각하며….

신동아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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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일│문화평론가 vicnet2013@gmail.com│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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