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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략으로 본 이명박의 정치, 박근혜의 정치

전선 교란해 공간 만드는 기동전 VS 결정적 한방 기회 노리는 참호전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군사전략으로 본 이명박의 정치, 박근혜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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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와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정치전략의 연원을 유추한다. 이 대통령이 많은 영향을 받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박 전 대표의 롤모델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이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벽에 부딪히면 곧바로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는 정 전 명예회장의 공격적 경영방식이 이 대통령의 ‘끊임없는 이슈 던지기’의 원형에 해당한다면, 어떤 이슈든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태도를 견지한 박 전 대통령의 스타일이 박 전 대표식 ‘저격술’의 뿌리라는 해석이다.

전쟁의 핵심목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군사이론상 기동전은 대개 공격자의 전술이고 진지전은 방어자의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공격자가 끊임없이 전장을 누비며 상대 진영의 약한 고리를 탐색하는 것이 기동전의 기본원리다. 방어자가 쌓아놓은 탄탄한 전선 틈새로 빈 공간이 보이면 그리로 뚫고 들어가는 것. 그러나 이는 현직 대통령인 MB의 신분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의 위치에 비추어 잘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공격자의 전략을, 대권 도전자가 방어자의 전략을 취하는 아이러니한 구도다.

거꾸로 놓고 보면 이를 통해 친이, 친박 진영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본질적인 성격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된다. 문제는 현 정부의 성패가 아니라 차기 대권 혹은 미래 권력의 향방이라는 것이다.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방어자 노릇을 하고 ‘MB정부를 계승하는 권력의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청와대가 공격자 자리에서 서게 되는 셈. 두 사람 사이의 길항관계 역시 ‘전쟁의 핵심목표’를 명확히 인식할 때 비로소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싸움은 2012년 대선에서 ‘MB의 대리인’과 박 전 대표가 벌이게 될 진짜 게임을 위한 사전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의 확장판 2라운드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기동전이 진지전에 비해 높은 전과를 거둬왔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컨설팅본부장은 “대통령이 고정된 전선을 흔들 때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르는 패턴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고전하던 시점에서 중도·실용 어젠다를 제기해 반전에 성공한 이후 40%대 지지율을 유지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수세적인 자세를 취해온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여 현재는 30%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발언에 대한 여론의 신뢰지수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다시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는 높은 당내 지지도에 비해 낮은 여론지지도에 부딪혀 분루를 삼켰다.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한 카드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복지국가 같은 어젠다를 통해 중도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현란한 전선 흔들기가 ‘중원’의 상당부분을 치고 들어가면서 박 전 대표가 노렸던 영역이 줄어들었고, 여기에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 일부의 이탈도 겹친 듯하다. ‘중원을 장악하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명제는 정치에서도 진리다. 중도계층의 지지 향방이 판세를 결정하는 핵심 전장(戰場)인 셈이다.”

‘개헌 이슈’는 색깔이 다르다

관건은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영국의 군사저술가 리처드 심킨은 고전으로 꼽히는 저서 ‘기동전(Race to the Swift)’에서 “기동의 핵심은 질량과 속도를 곱한 운동량(momentum)”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원 가능한 자원의 최대치와 이를 속도감 있게 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결합할 때 비로소 기동전략이 전선을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력자원은 임기가 흘러감에 따라 급속도로 줄어들 게 마련이고, 국정운영 시스템도 점차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의제로 전선에 충격을 주려 해도 나서는 측근이 없거나 정부부처마저 움직이려 하지 않는 상황은 시간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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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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