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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 장정욱│일본 마쓰야마(松山)대학 경제학부 교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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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연료 재처리는 방사능 물질을 취급하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갖고 있다. 원자력연구소에 보관돼 있는 방사능 폐기물.

한편 건식에서 플루토늄을 단독 추출하는 것이 습식에 비해 더 곤란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2006년에 GNEP(Global Nuclear Energy Partnership)를 제안하며 독성이 강한 방사성물질을 섞어 플루토늄 단독 추출을 어렵게 하는 선진적인 재처리기술을 국제적으로 공동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술에 회의적인 오바마 정권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GNEP는 실질적으로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최종처분장의 체적 축소와 안전관리기간의 단축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실험 중에 있는 반감기가 긴 장수명핵종의 분리는 일부 핵종에 적용될 뿐이며, 그나마도 100% 완전분리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연구실에서 화학적으로 실증된 단계라 아직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한편 장수명핵종의 소멸 및 변환 처리는 고속로보다 안전한 가속기 개발로 대체할 수 있다. 가령 추진파의 주장처럼 모든 장수명핵종이 수백 년(아마 500년 정도)으로 반감기가 단축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최종처분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00~200년이 아닐까? 더욱이 장수명핵종의 상업적인 소멸·변환 처리도 지금의 고속중성자 수준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다른 장수명핵종이 새로 생성되는 문제도 있다. 건식 재처리공장도 습식과 마찬가지로 안전을 위해 완전 밀폐된 공간에서의 원격조정 시설이 필요하며, 배기 및 배수에 의한 방사성 누출 문제,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제2차 폐기물 등에 대한 안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비합리적인 고속로 개발

핵연료 재처리의 또다른 근본적인 문제는 고속(증식)로의 상용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속증식로란 연료로 사용하는 핵분열성물질(플루토늄)의 양보다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 양이 1.2~1.3배 많이 생성되는 고속로를 가리킨다. 사용후 핵연료의 94~95%가 비핵분열성물질의 우라늄238인데, 그 일부가 고속로에서 연소 중에 고속중성자에 의해 플루토늄으로 바뀌는 것이다.



추진파는 이를 근거로 사용후 핵연료의 플루토늄(1%)을 포함해 95~96%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속로가 50년 후에 실용화된다 하더라도, 우라늄자원 절약 규모는 이론적인 계산만큼 크지 않고, 안전을 무시한 증식률도 실험실의 완벽한 조건하에서 나온 이론적인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 같은 증식을 통해 다른 고속증식로를 가동할 만한 양을 확보하는 데는 약 60년이 걸리며,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과 재처리, 새 연료 가공까지 포함할 경우 70~80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 증식을 위해 가동 중인 고속증식로는 수명을 다한다. 한편 고속로도 핵분열시에 발생한 열로 발전을 하는데,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이용할 경우 나트륨(소듐)냉각고속로라고 한다.

우라늄238은 핵연료 농축과정에서도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군사용 열화우라늄탄으로 일부 사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되거나 저장된다. 예를 들어, 경수로 핵연료(농축도 4.1%의 우라늄235) 1000㎏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천연우라늄 8300㎏(우라늄238 8241㎏+우라늄235 59㎏)이 필요한데, 농축과정의 폐기물로 우라늄238(7282㎏)과 농축도 1% 정도의 우라늄235(18㎏)가 발생한다. 사용후 핵연료 속에는 우라늄238(929㎏), 타다 남은 농축도 1% 정도의 우라늄235(9㎏), 플루토늄(11㎏)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우라늄238은 사용후 핵연료(929㎏)보다 농축과정(7282㎏)에서 약 8배나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성분 또한 순수한데, 왜 불순물이 가득 섞인 우라늄238을 추출하기 위해 고액의 비용을 들여 위험한 재처리를 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재처리 추진파는 핵연료 농축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우라늄238 이용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추진파는 인도와 중국의 원형로 건설을 예로 들며 고속로 개발을 주장하는데, 인도는 안전성을 무시한 군사적 목적이 강하며, 중국도 안전하게 실현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리고 러시아를 제외한 한국 등의 국가들은 나트륨냉각고속로가 중심인데, 금속나트륨은 수분이나 공기와 접촉하면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는 취급상의 문제와 핵폭발로 이어지는 고속중성자 제어 문제 등의 안전상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

동급 원전의 8배 비용

1995년 나트륨 누출에 의한 폭발·화재사건으로 15년간 가동이 중지됐던 일본의 원형로 몬주(28만kW)가 빠르면 올해 전반기 중에 재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의 건설비용이 360억엔에서 2010년 4월 현재 5900억엔으로 늘어났으며, 개발비용까지 포함하면 9000억엔(약 10조8000억원)에 달한다. 100만kW급 원전의 건설비가 일본에서 3000억엔 정도이니 규모로 따지면, 동급 원전의 8배 정도 비용이 든 셈이다. 그런데도 재처리공장처럼 고장으로 언제 가동이 중지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개발 당사자 측도 3년 정도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험 중심의 가동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백보 양보해 언젠가 고속로가 실용화된다고 해도, 경수로의 경제성과 안전성도 그만큼 진보할 것이다. 그러니 고속로가 경수로를 대체하는 원자로로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금의 소형원자로 개발 추세 등을 봐도 도저히 경쟁이 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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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일본 마쓰야마(松山)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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