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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강은 흘러야 한다’

‘강은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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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는 4월17일 서울 조계사에서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1만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대규모였다. 이날 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스님은 고불문을 통해 “강이 울고 있다. 어리석은 중생이 생명의 젖줄인 강을 욕망의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파헤치고 갈아엎고 자연이치를 거스르고 있다.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진리를 보지 못하고 나와 남, 나와 강, 나와 자연을 별개의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 비극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조금만 신중하자는 숙고의 틈도 없이, 어떠냐는 물음도 없이 강의 생태를 바꾸어 물길을 달리한다면 그 변화의 몸살은 결국 우리가 앓게 된다”며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을 비난했다. 불교환경연대를 이끌고 있는 수경 스님은 “4대강 개발과 같은 대규모 국토파괴 행위는 지금까지 보아온 생태계 교란이나 자연훼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국토를 한낱 소모품으로 전락시키고 역사를 지우는 자연과 국토에 대한 테러행위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현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을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이명박의 난(亂)’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3월15일에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종교인들이 경북 상주시 낙동강변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공동기도회를 열었다. 신자들 모두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한국종교계의 공식 입장은 4대강 개발 반대로 모아진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생태복원과 국민 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다목적 녹색뉴딜 사업’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종교계는 ‘탐욕에 눈 먼 성장주의’의 발로로서, 오로지 대통령 임기 내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국민적 합의과정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토목사업으로 규정할 뿐이다.

이 메워지기 어려울 것 같은 간극(間隙)은 4대강 사업이 애초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던 한반도대운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운하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하자 4대강 사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끝내 대운하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 듯 했다. “4대강 복원은 내가 하고, 4대강을 연결해 대운하를 만드는 것은 다음 대통령이 필요하면 그때 판단하면 된다(2009년 11월)”는 발언 등을 보면 그렇다. 이렇게 시작된 불신은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되었다. 왜 그렇게 보를 많이 세우고 강바닥을 깊게 파느냐?, 물그릇을 크게 해 홍수를 예방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나중에 배를 띄우기 위한 대운하용이 아니겠느냐? 이런 근원적 의문에서 출발한 논란은 환경 및 생태계 파괴 논란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각론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예컨대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중장비가 일을 하는 토목공사에 무슨 일자리가 그렇게 많이 생기겠느냐, 기껏해야 1만∼2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게 반대 측 비판이다.

명동성당에서 대규모 시국미사가 열린 날, 김영호 유한대 총장, 도법 스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엄기영 전 MBC 사장, 소설가 황석영씨 등 각계인사 77인은 긴급선언을 발표하고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이 사업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면 2년 만에 서둘러 끝낼 일이 아니다. 국민적인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추진한다면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도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국민의 60% 이상이 4대강 사업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공사가 끝나고 4대강이 화려한 겉모습을 드러낸다고 해도 몇 년, 또는 몇 십 년 후 생태 환경의 변화로 재앙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이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리 SOC사업은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좋다지만, 공사현장에 군부대까지 투입하고 현장노동자들이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속도전’으로 몰아붙이는 이유가 뭔가? 2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이 거대한 사업을 꼭 대통령 임기에 맞춰 서둘러 끝내야 하는가? 이런 의문과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는 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성패(成敗)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은 조금도 변할 것 같지 않다. 최근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회각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는 “국가정책에 대한 반대의 소리도 배척만 할 것이 아니고 귀를 기울이면 우리의 정책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4대강에 대한 반대 의견은 우리가 더욱 치밀하게 정책을 검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4대강을 어찌 할꼬! 강은 흘러야하는데….

신동아 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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