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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삶의 문법을 바꾼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스마트폰이 삶의 문법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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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스마트한 기기들은 사람이 알든 모르든 끊임없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 예를 들어 노인이 마루에 쓰러져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면 텔레비전, 전등 등에 설치된 센서들은 노인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위급한 상태라는 점을 감지하고 노인에게 경고를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노인이 응답을 하지 않으면 그 정보를 전화기나 인터넷 같은 통신수단에 전달하고 전화기나 인터넷은 이를 가족, 구급대, 병원에 알리게 된다. 마트에서 구입한 냉동식품에 붙어 있는 전자태그는 스마트한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자신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알려주어 굳이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저절로 최적으로 요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사람이 원하는 일들을 알아서 척척 해주는 자동화된 주택, 공장, 건물이 수 년 내 실용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수십 년 전부터 되풀이되어왔다. 시간이 지난 뒤 속았음을 깨닫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스마트폰의 등장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훨씬 손쉽게 유비쿼터스 세계를 구현해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스마트한 기기는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인공 지능 컴퓨터부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기가 여럿 등장해 실제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내장된 프로그램에 의해 구동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긴 해도 로봇 청소기나 첨단 세탁기처럼 상황에 맞게 알아서 작동하는 그런 기기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다.

지능적 세계의 기기들도 마찬가지다. 과자 봉지에 붙은 작은 전자태그에 복잡한 계산을 하는 기능을 담기는 힘들며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상품에 관한 일반 사항에다가 인터넷 주소, 무선 통신 기능이 추가되는 정도일 것이다. 스마트라는 말을 붙이기 어색할 정도로 단순한 사안이다.

노 웨이 아웃(No Way Out)



그러나 이 과자 봉지의 전자태그가 다른 상품들의 전자태그, 공장의 기계, 손수레, 트럭, 자동차 그리고 스마트폰에 있는 정보처리장치와 의사소통을 하면 새로운 상황이 연출된다. 과자가 언제 어디에서 생산되어 어떤 운송 수단을 통해 어떠한 경로로 상점에 진열되고 언제 누구에게 판매되어 어느 집으로 가서 언제 개봉되었으며 어떠한 경로로 재활용되거나 소각되는지 다 드러난다. 모든 사물이 정보의 생산자이자 메신저이자 수신자가 되는 상황이다. 이때 당신의 몸에 항상 붙어 다닐 스마트폰은 당신이 어디를 가든 세계의 만물과 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런 세계에선 영화 제목인 ‘노 웨이 아웃(No Way Out)’처럼 숨는 것도,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어둔 통신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한 말이다. 당신이 훼손하는 즉시 천장의 CC-TV가 당신을 촬영하거나 당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가 전해져 소행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의사소통의 다른 이름은 감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이 떠오르는 상황인데 조지 오웰은 시민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기껏 카메라와 도청기만을 상정했을 뿐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가 감시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회는 상상도 못했다. 사생활 보호 문제는 지능적 세계를 구축하기 전에 논의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사물, 거대한 구조물, 동물, 식물과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 생물, 무생물이 얽힌 복잡한 상호 작용은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낳을 수 있다. 지구라는 무생물이 가이아라는 자기 조절 체계를 낳았듯 영리해진 사물들이 집합체를 이루면 이 집합체가 스스로를 조절하는 세계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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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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