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검은 혁명 外

  • 담당·구자홍 기자

    입력2010-06-04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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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검은 혁명 外
    검은 혁명 _ 정상환 지음, 지식의 숲, 416쪽, 2만2000원

    2008년 11월 워싱턴 DC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버락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날 밤 수많은 흑인이 흘리던 감격의 눈물에는 수백년간의 고통과 절규, 수천만 흑인의 감격과 환희가 모두 담겨 있었다.

    “이제 미국의 흑인들은 과연 평등한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에 대한 해답은 미국 역사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민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정치모델을 시도한 1789년의 제정 연방헌법은 현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노예제를 묵인하고 말았다. 1857년의 드레드 스콧 대법원 판결은 한술 더 떠 흑인은 시민은커녕 인간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의 기쁨도 잠시 대법원은 1896년 플레시 판결을 통해 공공시설에서 흑백분리를 용인했다. 이를 철폐하기 위해 흑인들은 거리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끊임없이 투쟁했다. 마침내 1954년 대법원은 브라운 판결을 통해 흑백분리를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백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저항했다. 더 많은 흑인의 피와 땀과 눈물이 필요했다.



    이 책은 차별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암흑의 시대를 밝힌 위대한 흑인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시대만 잘 타고났다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자질을 갖추었던 도망 노예 출신의 프레더릭 더글러스, 사람들의 가슴 깊숙이 잠재된 정의의 열정을 불러일으킨 킹 목사, 흑인들의 인간다움을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기꺼이 바쳤으며 흑인들이 영혼 깊숙이 사랑했던 맬컴 X, ‘우리가 죽어야만 한다면’이라는 강렬한 시로 정의의 메시지를 선포했던 클로드 매케이, ‘흑인이 강을 노래하다’는 시로 흑인들의 깊고 우울한 감성을 노래했던 랭스턴 휴스 등의 삶과 문학은 흑인이 열등하고 게으르다는 편견을 통쾌하게 깨뜨린다.

    브라운 판결 이후 50여 년이 흐른 지금 제도적, 법률적 차별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흑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심리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인종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인종문제는 가장 뿌리 깊은 아픔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라는 점이 미국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다.

    우리도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가 100만명을 훌쩍 넘은 다인종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인종 간의 조화와 협력이 국가의 장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우리 속에 잠재해 있을지 모르는 인종 편견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외국인들은 고립된 채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는 이들을 냉대하는 품격 없는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이 책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시선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정상환│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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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검찰을 말하다 1, 2 _ 조성식 지음

    검은 혁명 外
    20여 년간 검사들을 접대해온 스폰서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져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때마침 출간된 ‘대한민국 검찰을 말하다’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의 검찰의 이면을 파헤친 대한민국 검찰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사건과 인물을 매개로 역대 정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검찰과 권력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충실히 담겨 있다. 지나온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현재의 좌표를 알 수 있고,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래서 과거는 미래를 조망하는 창이라고 하지 않던가. ‘대한민국 검찰을 말하다’는 사면초가에 빠진 검찰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반면교사의 지혜를 제공한다. 나남, 1권 400쪽, 2권 392쪽, 각권 1만6000원

    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_ 유필화 지음

    검은 혁명 外
    21세기 조직은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리더십은 현대인의 필수 교양으로 자리매김했고, 리더십 교육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자기중심의 세계관을 지닌 젊은 세대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조직의 리더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아 리더십의 위기 시대라는 평가가 많다. ‘섬기는 리더십을 펼쳤더니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카리스마 리더십을 펼쳤더니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권한을 집중했더니 시너지 효과는 있지만 조직이 경직되고 관료화된다’는 등 조직을 이끌다보면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협안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저자는 조언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상호배타적인 리더십이 아닌 실천적이고 종합적인 리더십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흐름출판, 368쪽, 1만6000원

    스눕 _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검은 혁명 外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려 있는 싸구려 장식품들은 컴퓨터 주인에 대해 어떤 사실을 말해주고 있을까? 왜 장식품들이 모두 방문객용 의자 쪽을 향하고 있을까? 화장대 거울 위에 붙여놓은 포스트잇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미 텍사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샘 고슬링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인간이 어떻게 숨겨진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투영 또는 감추려 하는지에 관해 연구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침실과 사무실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MP3플레이어 리스트를 확인하며, 개인 블로그를 엿보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소지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지 검증해냈다. ‘스눕’을 통해 사소한 물건들을 해석해 그것들의 주인이 가진 성격, 즉 내향적인지 내성적인지, 성실한지 나태한지, 의지가 강한지 약한지 파악해내는 방법을 알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392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애플쇼크 _ 김대원 지음, 더난출판사, 288쪽, 1만3000원

    검은 혁명 外
    올봄 벚꽃을 만끽한 시간은 짧았다. 이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게 봄을 시샘한 겨울이 길어서인지, 아니면 각종 사건사고들이 우리 주변을 에워싸 벚꽃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인지 그 원인은 모르겠다. 벚꽃의 얼굴을 본 시간 못지않게 짧은 기간에 한반도를 뒤흔들어놓은 게 있다. 바로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단 이틀 예약판매로 당시 국내 최고의 휴대전화인 옴니아2를 넘어섰다.

    아이폰 상륙 전후로 한국의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IT산업 나아가 한국 경제 구도는 180도 바뀐다. 아이폰 등장 후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위상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아이폰 상륙 무렵 여타 한국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필자의 휴대전화 선택 기준은 ‘값’이었다. 당시 필자의 휴대전화는 2년 약정을 걸고 얻은 ‘공짜폰’이었다. 기기 값으로 돈 한 푼 내지 않았지만, 액정 화면의 질도 뛰어났고 영상통화도 되는 최신 폰이었다.

    필자의 인식 속에 최신 액정화면과 최고의 화소를 자랑하는 카메라를 장착한 삼성전자의 애니콜, LG전자의 싸이언은 세계 속에서도 통하는 최고의 휴대전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필자에게 비싸고 더구나 영상통화도 안 되는 ‘구닥다리’ 휴대전화가 한국을 휘젓는 형국은 납득되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폰에게 한 방 먹은 대상은 한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노키아, 모토롤라 등 굴지의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들도 한국에서는 맥을 못 추게 해서 한국 시장을 ‘외산폰의 무덤’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런 삼성전자가 외산폰인 아이폰에 무너지다니? 더구나 아이폰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까지 앞당겼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삼성을 흔들어놨다. 삼성뿐이던가? 아이폰을 통해 전달된 애플쇼크에 한국 전체가 휘청거렸다.

    애플쇼크에 흔들린 IT강국은 “어서 빨리 아이폰과 애플을 잡아야 한다”며 대책 마련에 급급했다. 한국호(號)의 수장인 정부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워낸다’며 조 단위의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게 아이폰 상륙 후 채 100일도 안된 때였다. 리더들은 “이제 모바일이다”고 쓰인 깃발을 들고 자신들을 따르라며 소리친다. 한국 사회에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배워야 한다”는 구호가 난무한다. 이를 보는 평범한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어디서부터 꼬였기에 IT강국인 한국이 한방에 녹다운(knock down) 됐을까?”

    애플이 왜 한국에 쇼크로 다가왔는지 그 원인을 궁금해 하는 평범한 한국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와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 그리고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애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속 시원한 답변을 줄 것이다.

    김대원│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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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그 카페 좋더라 _ 이소영 지음

    검은 혁명 外
    “이 책을 위해 인터뷰한 카페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카페는 낭만이 아니라 생활이라고. 예전에는 카페 대표들이 자신만의 공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고객과 담소하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여 부럽기까지 했지만, 그들은 한편으론 호수 위의 백조처럼 허겁지겁 물장구를 치며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이상적인 카페를 만들기 위해, 고객에게 인상적인 공간과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그들이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에는 카페 대표 14명이 직접 소개한 개성 있는 카페와 알렉스, 손미나 등 명사 11명이 공개하는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카페 등 모두 25개의 카페가 소개돼 있다. 저자는 말한다. ‘죽기 전에 이들 카페를 꼭 방문해보라’고. 도대체 그 카페들에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멘토르, 256쪽, 1만2000원

    문학, 영상을 만나다 _ 김주연 지음

    검은 혁명 外
    바야흐로 영상문화의 시대다. 영상문화가 대두되면서 전통적인 문학의 기능과 본질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활자·문자문화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영상문화의 영향이 문학의 기능까지 대체하는 위협적인 것인지, 아니면 상호보완을 통한 공존의 관계인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진단한다. 사람이 과거 속에서만 살 수 없듯이 문학 또한 과거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비록 영상 속에서, 그리고 영상문화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있다 하더라도, 엄연히 문자가 존속하는 한 활자 문학의 전통 밖으로 무작정 튀어나올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생각이다. 아울러 영상문화로 대변되는 오늘의 현실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형성된 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반영해나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말한다. 돌베개, 262쪽, 1만2000원

    돈의 철학 _ 임석민 지음

    검은 혁명 外
    “돈은 숭배와 저주의 대상이다. 이는 모두 인간의 환상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돈에 대해 너무 모른다. 돈을 제대로 알면 우리의 삶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이다. 돈에 부여한 가치와 의미를 바꾸면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돈에 부여된 의미와 가치가 적절한지 성찰이 필요하다. 돈을 안다는 것은 돈의 가치와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다. 돈을 알기 위해 돈의 철학이 필요하다”. ‘돈의 철학’은 돈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돈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돈을 어떻게 벌고, 쓸 것인가. 돈의 역사, 돈과 가치, 도박, 횡재, 투기 등 20여 개의 주제에 따라 돈에 얽힌 천태만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하고 방대한 사례들은 ‘돈’을 둘러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나남, 616쪽, 2만4000원

    전문가가 말하는 ‘이 책은…’

    2020 대한민국, 다음 십 년을 상상하라!_ 조셉 나이 외 29인 지음, 이은주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84쪽, 1만5000원

    검은 혁명 外
    ‘2020 대한민국, 다음 십 년을 상상하라’는 ‘대한민국은 글로벌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도달해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질문에 대한 바깥인사들의 다양한 시각과 제언을 담은 책이다.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저자들은 이제 한국이 더 이상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개발도상국에 머무르지 말고 세계의 리더십을 만들어가는 주요 국가의 일원으로 동참하라고 이야기한다. 아직 미진한 단계이긴 하지만 한국이 문화와 스포츠 등 다른 방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하고 있으며 더 발굴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이 모든 것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지닌 선진국의 ‘잠재력’은 인정할 만하다는 뜻이다.

    그와 동시에 거의 모든 저자는 한국이 세계로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한계 또한 면밀히 검토한다. 집약해서 말하면 결국 한국과 한국인의 ‘폐쇄성’에 대한 이야기다. 즉,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개방성과 수용성이 부족해서 폭넓은 가능성을 추구하지 못하고 다양성의 매력을 지닌 나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기하는 많은 문제, 예를 들어 창의력 부족, 고착적인 산업구조, 정체되어 있는 노동생산성, 취약한 소프트파워 등은 모두 폐쇄성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폐쇄적이라고 느끼고 있다면 이는 분명 우리가 깊이 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다수의 저자가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제한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전통적인 불리함이 오히려 강점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즉, 한국이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서구와 아시아, 혹은 아시아 국가 간 조정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의 강점과 약점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제까지의 한국의 성공은 국민의 단합된 의지와 결속력이 그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결속력이 지나치게 우리 위주의 시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발현되다보니 외부에서 볼 때 폐쇄적으로 흐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컨대, 결속력과 폐쇄성의 원천은 동일한바, 이는 곧 한국의 열정적인 집단 에너지다. 결국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열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

    김동재│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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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꾼의 품격 _ 임범 지음

    검은 혁명 外
    ‘잭 다니엘스, 조니 워커, 바카디 등 술 상표로 귀에 익은 실제 주인들은 어떤 시대를 어떻게 살았나. 싱글몰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맛이 우월한가. 라거 맥주는 에일 맥주보다 맛이 저열한가. 압생트는 왜,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동안 환각 물질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됐나. 마티니라는 칵테일은 007 영화가 나오면서 제조 방법이 어떻게 변했나. 럼의 대표 상표인 바카디는 자기 고향인 쿠바에 들어선 카스트로 정부와 어떻게 전쟁을 벌여왔나. 한국에서 죽어라고 마셔대는 폭탄주의 기원은 뭔가. 한국에 양주 수입이 자유화되기 전까지 술집 진열대를 가득 메웠던 기타제재주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술꾼의 품격’에는 술에 관한 이런 얘기들이 담겨 있다. 영화에 나오는 술을 소재로, 그 술의 원료, 제조법, 유래 등 자세한 정보와 더불어 영화 이야기가 맛스럽게 섞여 있다. 씨네21북스, 228쪽, 1만2000원

    운명이다 _ 노무현재단 엮음, 유시민 정리

    검은 혁명 外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시대 상황과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지, 무엇을 성취했고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지, 우리는 많은 시간 더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노무현’을 넘어 ‘인간 노무현’의 삶에 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인권운동가, 정치인, 대통령은 모두 ‘인간 노무현’의 일부입니다. 그 모두가 하나로 어울려 ‘인간 노무현’이 되었습니다. ‘인간 노무현’의 삶과 죽음 전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비로소 ‘대통령 노무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기록한 ‘정본 자서전’입니다.” 돌베개, 362쪽, 양장 2만2000원, 무선 1만5000원

    프리즘 _ 페로 미킥 지음, 오승구 옮김

    검은 혁명 外
    미래경영이 삶과 비즈니스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성공적인 기업경영의 핵심은 무엇보다 미래경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즘’은 독일 ‘퓨처매니지먼트그룹’ 이사인 페로 미킥이 미래예측 도구와 미래경영 전략을 정리한 것이다. ‘5가지 미래안경’이라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툴을 통해 미래경영의 ‘관점’과 ‘목적’에 맞게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5가지 미래안경은 ‘가정 분석-기회 발견-비전 개발-리스크 관리-전략 수립’ 등 각각의 단계에서 별도로 여러 대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또한 각각의 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엘트빌러 모델’이라는 전략모델을 통해 서로 다른 견해를 일관성 있고 실현 가능한 결과로 도출해낸다. 쌤앤퍼커스, 352쪽, 2만5000원

    전문가가 말하는 ‘이 책은…’

    메가트렌드 차이나 _ 존 나이스비트, 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안기순 옮김, 비즈니스북스, 400쪽, 1만8800원

    검은 혁명 外
    한국인에게 중국은 또 다른 자아라고 할 만큼 ‘오래전부터’ ‘잘 아는 나라’다. 적어도 19세기까지는 정확히 그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단절의 역사를 거치면서 한국은 1990년대가 돼서야 다시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첫발을 떼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적 차원은 아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라도 ‘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와 같은 책을 펴낼 수 있는 연구 역량을 가진 나라가 부럽다.

    ‘메가트렌드’ 시리즈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외부인이 ‘내부자의 눈’으로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의 실체에 접근할 뿐 아니라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그간 많은 서양 연구자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중국의 미래를 전망했다면, 존 나이스비트는 자신이 직접 중국 현지에서 거주하면서 중국인들 스스로 중국의 발전과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내부자의 시각으로 조망한다.

    따라서 2009년 9월 중국에서 출판된 ‘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2010년 1월 미국 출간)는 외국인으로서는 중국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성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특히 시류에 편승한 3류 잡지 같은 중국 관련 서적이 판치는 요즘 이런 역작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중국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또 그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을 가질 뿐 아니라 중국의 발전과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거기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대비할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모두가 부정적이라 평했던 중국 공산당 주도의 수직적 민주주의나 그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던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알게 모르게 오리엔탈리즘의 색안경을 쓰고 있던 우리에게 새롭고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옥에 티는 있는 법. 중국 연구자로서 번역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중국 연구자의 조언과 도움을 얻었을 것이 분명한 이 책의 원래 부제는 ‘새로운 중국을 이끄는 8가지 지주(支柱)’다. 하지만 영문을 번역한 탓인지 중국어 표현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국의 8가지 힘’이라 표현했다. 또한 ‘제3장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틀’은 원래 ‘숲은 계획하되 나무의 자유로운 성장은 보장한다’이다. 전반적인 번역 수준이 높은 데 반해 부제 및 몇몇 소제목에서 엉뚱하거나 지나친 의역으로 인해 전하고자 하는 원뜻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현구│대불대학교 교수, 중국사회과학원 거시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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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히로부미 _ 이종각 지음

    검은 혁명 外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극적인 최후를 맞은 ‘일제 식민지배의 원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료를 토대로 이토 히로부미의 68년 생애를 재구성한 ‘이토 히로부미’에서는 새로운 사실과 면모를 전해주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소식을 듣고 고종이 “이토는 한국의 자부(慈父·자애로운 아버지)와 같았다”면서 이토를 죽인 ‘흉한’이 한국인이란 사실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는 충격적인 자료도 있다. 또 이토가 죽은 뒤 서울 장충단공원 동쪽, 현재의 호텔신라 자리에 그를 기리는 절 박문사가 건립되었고, 이토 사후 30주기를 맞아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이 이토의 아들을 만나 사죄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도 서술돼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원흉으로 알려진 이토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기에 이 같은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는 것일까. 동아일보사, 392쪽, 1만3000원

    이해의 서 _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검은 혁명 外
    물질적으로는 나날이 풍요로워지는데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혼란과 사회문제들은 어째서 더욱 심각해지는 것일까. ‘이해의 서’ 저자 오쇼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이 살아 숨 쉬지 못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구원받으려 안달하는 존재일 뿐이며, 절대자인 신의 말씀을 무조건 믿고 따르라 배우기에 어떤 ‘의심’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 의식이 죽은 채 문제에 함몰돼 있는 현대인에게는 그것을 관조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 해답을 명상에서 찾았다. 명상은 문제와 우리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도록 만들어 문제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을 부여하며, 이를 통해 문제를 볼 때 진정한 이해의 순간이 온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이해’하게 되는 길이다. 판미동, 392쪽, 1만5000원

    얼음 없는 세상 _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검은 혁명 外
    수십 억년 동안 지구의 온도조절장치였던 얼음이 앞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얼음 없는 세상’은 40년 동안 극지방을 오가며 얼음을 연구해온 세계적 지구물리학자인 저자가 얼음과 지구의 역사에서부터 지구온난화가 얼음과 인류의 미래에 끼칠 영향까지 인문학적 통찰과 과학적 정확성으로 흥미롭게 그려낸 책이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얼음 없는 세상이 충분히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쇄빙선이 필요 없어질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사람의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거대한 얼음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 저자는 코앞에 닥친 지구의 위기를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030년경에는 산악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아내려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추수밭, 328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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