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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그 후| ‘위기 or 기회’ 박근혜 심층탐구 ③

박근혜와 언론

특종도 낙종도 없는 특이한 평화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박근혜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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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학자도 “박 전 대표는 언론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라며 “그의 한마디 정치는 과거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JP는 현역 정치인 시절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절묘하면서도 해석하기에따라선 심오한 의미가 있는 한자성어나 경구를 들려주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 기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곤 했다.

그렇지만 차기 대권의 유력 주자이자 대중정치인인 박 전 대표는 한마디 정치 외에는 여전히 언론과의 접촉면을 되도록 좁히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현 의원은 “언론 접촉을 꺼린다는 말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분명히 주목받는 공인이지만 특정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 위치에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를 돕는 길이란 인식의 연장선상이다. 다만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에 대해선 분명히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느냐. 그동안 4가지 중대 사안, 즉 미국산 쇠고기 사태, 보복 공천, 미디어법, 세종시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언론사 여론조사로 피해”

다른 친박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박 전 대표가 특히 보수 언론으로부터 상당한 불이익을 당했다. 굉장히 심했다. 그런 점도 언론을 불신하는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출범 후 상당수 언론사가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느라고 박 전 대표를 깎아내리더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유력 언론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귀띔도 나온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치른 대선후보 경선투표 결과, 이명박 후보는 선거인단 13만898명(유효투표수 기준)과 여론조사 대상자 5049명의 득표수를 합산해 계산한 결과 총 8만1084표를 얻어 7만8632표를 얻은 박근혜 후보를 2452표 차이로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개표 집계결과 박근혜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명박 후보에게 432표 앞섰으나 일반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8.5%포인트(표로 환산 시 2900여 표)가량 뒤져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20일 투표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후보가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얼마나 따라잡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나온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는 곧 ‘이명박 대세론’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현 원내대표)은 “투표 열흘 전 모 방송사 보도와 같은 날 모 신문 보도를 보면 대의원 대상 조사는 4.3%포인트, 당원 대상 조사는 5.8%포인트, 국민선거인단은 무려 8.6 %포인트가 차이난다”면서 “같은 날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언론사 여론조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을 두고 “박 전 대표가 언론의 최대 수혜자이자 피해자”라는 말이 나왔다. 사실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서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유력한 대권주자가 될 정도의 높은 대중성을 갖추는 데는 언론의 도움이 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가 한마디만 하면 대부분의 언론은 크게 다룬다. 말을 하지 않으면 ‘왜 침묵하는지’가 또 기사가 된다. 전담 기자들은 매일 박 전 대표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면서 홈피에 올린 의례적인 인사글에서도 의미를 찾아 기사화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입장에선 2007년 결정적인 순간에 언론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다른 측면에서 박 전 대표의 언론대응 기조를 설명하는 의견도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박 전 대표는 비교적 언론을 이용하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친(親)정권’과 ‘반(反)정권’으로 양극화한 현재 우리나라 언론프레임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언론의 경우 박 전 대표를 ‘뜨거운 감자’로 생각하는 데다, 그가 언론에 고분고분하지도 않기 때문에 서로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진보언론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그를 애초부터 탐탁잖게 여기는 만큼 양쪽 모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지금은 언론노출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거리를 두되, 중요한 순간에 ‘한마디 정치’로 언론을 활용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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