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③

얼어붙은 장진호와 중국군의 참전, 그리고 기적의 흥남철수작전

  • 오세영│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얼어붙은 장진호와 중국군의 참전, 그리고 기적의 흥남철수작전

3/11
얼어붙은 장진호와 중국군의 참전, 그리고 기적의 흥남철수작전

2006년 2월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로부터 흥남 철수작전에서 피란민을 구조한 공로로 대휘장을 받은 로버트 러니 씨(사진)와 부인. 러니 씨는 “공산치하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나선 피란민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피난민 철수가 결정되자 피난민들을 가득 실은 전마선들이 수송선으로 몰려들었다. 미처 보트를 얻어 타지 못한 사람들은 그대로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들어 배를 향해 헤엄쳐갔다. 그렇게 되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던커크 철수에 비유해서 한국의 던커크라고도 불렸던 흥남철수작전은 민간인 철수라는 또 하나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1950년 12월21일 흥남항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흥남항으로 입항하고 있었다.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상급선원 로버트 러니가 레너드 라루 선장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미군과의 계약에 따라 항공유를 싣고 흥남항으로 향하던 중에 전세가 급변하면서 입항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냥 돌아갈 것인가. 라루 선장은 부두에 몰려든 피난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라루 선장이 피난민들을 태울 것을 지시하자 46명의 선원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들 모두의 생각이 같았던 것이다. 승선이 허락되자 전마선들이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향해 몰려들었고 삽시간에 갑판이 피난민들로 가득 찼다.



무려 1만4000여 명에 달하는 피난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매서운 바닷바람을 가르며 부산을 향해 항로를 잡았다. 피난민들은 파도를 뒤집어쓰고 살을 에는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남쪽으로 가는 배에 탈 수 있게 된 행운에 감사했다. 대부분 그동안 공산당의 학정에 치를 떨다 남쪽을 택한 사람들이었다.

조용하던 갑판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었다. 사람들이 어린아이를 꼭 껴안고 있는 여인을 에워싸고 욕설을 해대고 있었다. 그 여인의 남편이 공산당 간부였던 것이다. 공산당 간부를 남편으로 둔 여인이 왜 피난민 대열에 섞였을까. 말 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남과 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은 어린아이를 꼭 껴안고 일어섰다. 그리고 선원들이 채 말릴 틈도 없이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남편을 놔두고 어린아이와 함께 배에 오른 여인에게 사상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어린 자식과 전쟁이 없는 땅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 하나만 가지고 배에 올랐을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기쁜 일도 있었다. 사흘 동안 항해하는 사이에 5명의 새로운 생명이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탄생한 것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부산을 거쳐 12월24일 거제도에 도착했다. 1만4000여 명이 사흘 동안 찬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면서 무사히 자유의 땅을 밟았다. 가히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영국의 기네스협회는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등재했다. 그리고 레너드 라루 선장은 배에서 내려 수도사의 길을 택했다. 신의 놀라운 은총에 남은 생을 감사와 봉사의 삶으로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얼어붙은 장진호와 중국군의 참전, 그리고 기적의 흥남철수작전
오 세 영

1954년 충남 홍성 출생

경희대 사학과 졸업

1993년 역사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으로 글쓰기 시작

저서 : ‘만파식적’ ‘화랑서유기’ ‘창공의 투사’ ‘소설 자산어보’ ‘구텐베르크의 조선’ 외


거제도에 상륙한 피난민들은 현지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삶의 기반을 마련해갔다. 낯선 땅, 물선 곳이지만 동포애는 뜨거웠다. 거제도민들은 성심껏 피난민들을 도왔고 피난민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갔다.

많은 수의 피난민이 임시 수도인 부산으로 옮겨갔다. 그들 중에는 바람찬 흥남부두에서 누이동생과 헤어진 채 국제시장에서 장사치가 된 금순이 오빠도 섞여 있었다.

3/11
오세영│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연재

다큐멘터리 -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더보기
목록 닫기

얼어붙은 장진호와 중국군의 참전, 그리고 기적의 흥남철수작전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