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경찰청장 못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인사 청탁자들 명단 계속 공개하겠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0-07-19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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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 1955년 부산 출생<br>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br> ● 서울대 대학원(법학),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법학) 석사<br> ● 1981년 외무고시 합격<br> ● 1981~89년 외무부 근무<br> ● 울산 남부경찰서장, 서울 종암경찰서장, 경찰청 외사관리관, 경찰청 감사관, 경찰청 경비국장, 부산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br> ● 2010년 서울경찰청장

    조현오(55) 서울지방경찰청장과의 인터뷰는 7월10일 오후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정복을 입은 그는 5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물을 마셨다. 열성적이면서도 신중한 태도였다. 언제 자객(刺客)으로 변할지 모르는 기자 앞에서 말실수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 그런지, 목이 아파 그런지 그는 말을 꾹꾹 눌러 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자세는 잘 빗어 넘긴 새까만 머리카락처럼 단정했고, 표정은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단호했다. 그렇다고 마냥 딱딱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세 끼를 굶을 정도로 가난해 시장에서 달걀과 과일을 훔치던 일과 미팅에서 대타(代打)로 나온 여학생이 지금의 아내라는 얘기를 할 때는 표정이 바뀌었다.

    조 청장은 “여러 일간지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신동아’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것은 최근 모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찰의 성과주의를 실패한 것으로 매도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 성과주의는 대세다. 사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공기업들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성과주의는 한마디로 실적 좋은 사람에게는 인사나 보수에서 혜택을 주고, 실적 나쁜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거나 심할 경우 내치겠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기치를 내건 신자유주의의 적통(嫡統)인 성과주의는 곳곳에서 불화를 빚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는 당연히 반대했다. 언론사 노조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과주의가 기자직에 맞는지를 두고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꼴찌 할 바에야 빠지는 게 낫다”



    성과주의가 좋은지 나쁜지,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인간이 만든 어떤 제도도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과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제도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 성과주의는 방향이 옳고 효율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 일에 앞장서는 지도자는 욕을 먹게 마련이다(그런 지도자가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건 별개의 얘기다). 경찰 조직에 처음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한 조현오 청장도 그렇다. 그는 부산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을 지내면서 성과주의 덕분에 숱한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8월 경기경찰청장으로 쌍용자동차 사태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하며 국민의 뇌리에 강인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올 초 경찰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에 올랐다. 정권 수뇌부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가 돌았다. 서울 경찰에 성과주의 드라이브를 걸며 ‘경찰 실세’ 소리를 듣던 그는 최근 항명파동에 휩싸였다. 강북경찰서장인 채수창 총경이 6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천경찰서 가혹행위사건과 관련해 그의 성과주의를 비난하며 동반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경찰이 법을 집행할 때마다 얼마나 절차를 잘 준수하고 인권을 우선시했는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데 검거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를 하고 승진시키겠다고 기준을 제시하며 오로지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에 대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현행 실적평가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동안 실적을 강조해온 지휘부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데 근원적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경찰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청은 채 총경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기강문란’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경찰 안팎의 여론은 채 총경에게 우호적이다. 채 총경과 조 청장의 대립은 마치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이념논쟁 같아 흥미롭다.

    조 청장은 경찰의 성과주의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6월28일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조현오 청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청장으로 와서 성과주의를 도입하면서 가장 강조한 게 시민을 위한 성과주의입니다. 지역 치안실정에 맞게 서장들이 독자적으로 실시하라고 했습니다. 수서경찰서의 경우 서울청 성과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성과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현장순시 가서 굉장히 칭찬했습니다. 수서지역은 아파트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치안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검거실적 위주가 아니라 예방순찰에 비중을 두고 자체적으로 23개 성과지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어요. 방배경찰서 관할 서래지구는 주거지역입니다. 거기도 치안수요가 적기 때문에 빼달라고 해서 (성과주의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종로서와 남대문서, 영등포서는 워낙 집회시위가 많아 고생하는 곳이니 빠지라고 했는데도 서장들이 자원해 참여했습니다. 꼴찌 해도 좋으니, 지역 경찰관들을 열심히 뛰게 하려면 필요한 제도라면서요. 종로서의 경우 청와대 등 특정지역을 관할하는 4개 파출소는 빠지겠다고 해서 빼줬고요. 성북서도 외교공관들을 관할하는 성북파출소는 빼줬습니다.”

    말하자면 성과주의를 강제로 밀어붙이진 않았다는 얘기다.

    “서장과 과장들이 (제때) 승진 못한다는 것 외에는. 꼴찌를 할 바에야 빠지는 게 낫잖아요.”

    성과주의 대열에서 이탈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과연 일선에서도 그렇게 여길지 의문이었다.

    강북서 방문해 강한 질책

    서울시내 경찰서는 모두 31곳. 31개 경찰서는 치안수요에 따라 A, B, C 3개 그룹으로 나뉘며 그룹별로 평가를 받아 가, 나, 다 등급이 매겨진다. 이른바 등급별 관서관리제도다. 각 그룹의 가 등급 경찰서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반면 최하위 등급 경찰서는 서울경찰청의 집중감찰을 받는다. 조 청장 취임 후 서울 경찰은 두 차례 평가를 받았다. 세 그룹이 두 번 평가를 받으면 꼴찌가 여섯 번 나온다. 채수창 총경의 강북서가 두 번, 강남서가 두 번, 종로서와 남대문서가 한 번씩 꼴찌를 했다.

    “강남서는 G20(정상회의) 준비 때문에 바쁘니 성과에 신경 쓰지 말라며 집중관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종로서와 남대문서는 집회시위와 경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기에 역시 집중관리를 하지 않고 한 등급 올려줬지요. 그런데 강북서의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5월3일 강북서를 방문했습니다. 다른 서 같으면 범죄예방은 어떻게 하고 검거는 어떻게 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는데 강북서는 다르더라고요. 그런 건 뒷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느니 도봉산 입구 쓰레기 줍기니 유치원 체험학습이니 이런 것들이 업무보고에 포함돼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좀 심하게 질책했지요. 강북서 와보니 꼴찌 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하고. 경찰 본연의 임무는 치안인데, 그런 데 신경 쓰면 곤란하지 않냐고. 그게 채 서장한테 굉장히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요. 지나고 나니 내가 너무 심하게 했다는 후회도 들고 반성도 합니다. 간부 30여 명이 있는 자리에서….”

    ▼ 욕도 하셨나요?

    “나는 욕은 안 합니다.”

    ▼ 자책하신다는 거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경찰 조직원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았습니까. 원인이 어디에 있든 내가 부덕한 소치이고 부족한 탓이지요. 그런 면에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 채 서장이 동반사퇴를 요구한 게 이색적입니다.

    “오죽 마음의 상처가 깊었으면 같이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까. 이해는 가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성과주의 때문에 양천서 가혹행위가 일어났다고 했잖아요. 조현오식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서울의 강력팀이 178개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177개 팀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 사건에 충격을 받아 177개 강력팀을 다 점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다른 팀들에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천서에서 지난해 8월2일부터 가혹행위가 벌어졌거든요. 내가 부임한 게 올 1월8일입니다. 조현오식 성과주의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설명을 하면서 ‘그런 면에서 양천서 가혹행위에 대한 책임은 못 지겠다’고 말했는데 그걸 MBC가 앞의 얘기는 빼고 ‘나는 책임 없다’는 말만 내보낸 거예요. 그것 때문에 직원들이 들끓었지요. 일주일간 그거 해명하느라 애먹었습니다.”

    “나도 ‘빽’ 써서 형사과장 됐다”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조 청장은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꼽았다.

    ▼ 청장님 같은 캐릭터는 친구들 사이에서 별로 인기가 없지 않나요?

    “그렇죠. 심지어 부산에 있을 때 자형이 인사 청탁을 하는데 안 들어줬거든요. 한동안 나하고 얘기도 안 했습니다. 친구들이 나보고 성격 좀 고치라고 하는데 잘 안 돼요. 나는 안 되는 건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합니다.”

    ▼ 대개는 좀 생각해보겠다는 투로 말해놓고 나중에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하면 욕은 덜 먹겠지만, 괜히 무의미한 희망을 갖게 해 마음고생 시킬 필요 없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 인간미 없다는 얘기도 많이 듣겠군요.

    “많이 듣지요. 나도 사람인데 매정하다, 매섭다, 차갑다 이런 얘기 듣고 싶겠습니까. 가끔 내가 인생을 잘못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기본과 원칙을 허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부정하는 것이고 우리 경찰 조직이 국가와 국민을 실망시키게 되는 거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욕 들어먹을 수밖에 없잖아요.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하자. 성과주의 해서 인사정의 실현하자. 일 열심히 하자. 어느 직원이 좋아하겠습니까. 나도 가끔 물러서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 가장 좌절했던 때는 언제입니까.

    “부산에서 경정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형사과장이 그렇게 하고 싶어 인사시기를 넘겨 2년간 더 지내다보니 서울에서 받아주지 않는 겁니다. 부산에서 4년간 경정으로 근무한 거죠. 그래서 부산에서 총경으로 끝나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때 크게 좌절했습니다. 그런데 승진시험 부정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경찰청 경무국) 고시계장으로 발탁돼 서울로 올라왔지요.”

    ▼ 청장님도 인사 청탁 해봤습니까.

    “나도 했지요. 당시엔 다들 그랬잖아요. 부산에서 형사과장 하고 싶어 죽어라 일해서 가장 좋은 실적을 냈는데 난데없이 대공과장으로 발령 내는 거예요. 그래서 6개월 동안 서울에서 교육받고 내려온 뒤 ‘빽’ 써서 형사과장 됐습니다.(웃음)”

    경찰생활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을 묻자 쌍용차 사태 해결을 꼽았다.

    “20만명의 생존권을 지켜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보람이지요. 쌍용차 사태 이후 집회시위문화가 확 바뀌었어요. 금호타이어도 파업하려다 물러서고 코레일도 세게 하려다 물러섰지요. 지금은 해산경고 명령 두 번만 하면 다들 피합니다.”

    가난했던 유년기, 이틀 굶기도

    ▼ 조 청장께서는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취임식 때 ‘재임 중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불법과 무질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씀했지요. 쌍용차 사태 때 노동자들을 무력 진압했는데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봅니까.

    “최선이라기보다는 차선이었다고 봅니다.”

    ▼ 자칫 큰 희생이 나올 수도 있었지요.

    “그럴 것 같았으면 작전을 안 했지요. 7월 말부터 파산한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쌍용차 사태에 관련된 노동자가 협력업체 포함해 20만명입니다. 8월5일에 작전을 안 했다면 20만명의 노동자가 길거리에 나앉게 됐을 겁니다. 위험하지만 최대한 안전을 고려한 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20만명의 생계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후 쌍용차 노사 간에 상생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습니까.”

    그는 조직관리 책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최근엔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를 관심 있게 읽었다고 한다. 짐작한 대로 문학서적은 잘 안 본다고 했다. “내가 정서가 좀 메마른 거는 분명한 것 같다”며.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3남5녀 중 막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친의 사업이 망하면서 공장도 팔리고 집도 팔렸다. 방 두 칸에 열 식구가 우글거렸다. 학교 갔다 오면 빚쟁이들이 들끓었다. 집에 가기 싫었던 그는 가방을 학교 앞 구멍가게에 맡겨놓고 친구들과 개구짓을 하고 다녔다. 배가 고파 시장 가서 달걀과 감, 사과를 훔쳐 먹고 빈병과 연탄을 빼돌려 설탕과자와 맞바꿨다. 여름이 되면 아이스케이크를 떼어 팔러 다녔다. 얼마나 학교를 빼먹었는지 출석일수가 모자라 졸업도 간신히 했다. 굶기도 많이 굶었다.

    “이틀 꼬박 굶은 적도 있습니다. 다들 죽기만 기다렸지요. 축 늘어져서. 다행히 어머니의 이종사촌 쪽에서 쌀 한 가마니와 김치를 들고 와 안 죽고 살아났지요.”

    가정형편 때문에 졸업 후 2년 지나서야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니 또래보다 1년 늦은 셈이다. 형제자매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그밖에 없다. 큰형 덕분이다. 그가 초등학생일 때 대학생이던 큰형은 부친의 사업이 망하자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복학을 포기하고 그길로 배를 탔다. 배를 타면서 돈을 벌자 막내를 중학교에 보냈다.

    휴가비 챙겨온 고참 서장 혼내

    원래 그의 꿈은 육사에 들어가는 거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시력이 나빠져 포기했다. 그래서 경찰대로 목표를 바꿨다. 지금의 4년제 정규대학이 아니라 1년짜리 간부후보생 과정이었다. 3학년 때 알고 보니 입학 요건이 군필(軍畢)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일반대학으로 진로를 바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신문반에서 활동했던 그는 대학 1학년 때 박계동씨가 이끌던 고대민족이념연구회라는 이념서클에 가입했다. 유신독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조직이었다. 유인물도 뿌리고 도서관에서 일장연설도 하는 등 몇 달 간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부산 집에 알리는 바람에 난리가 났다. 얼마 후 긴급조치가 발동됐고 그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이후 서클활동을 그만뒀다. 대학 다닐 때는 장학금을 받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입주과외로 학비를 마련했다.

    아내는 대학생 때 만났다. 3학년 때 하숙을 했는데, 같이 방 쓰던 영문과 후배가 영문과 ‘퀸카’를 소개해주겠다며 개강파티에 초대했다. 개강파티는 고팅(고고장 미팅)으로 진행됐는데, 퀸카는 나오지 않았다. 퀸카 대신 나온 여자가 지금의 아내다.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외교부에서 8년 반 근무하다 1990년 경찰공무원으로 변신했다. 계급은 경정. 부산 금정경찰서가 첫 근무지였다. 1998년 6월 경남경찰청 경비과장을 하다 총경으로 승진해 울산 남부서장으로 발령 받았다. 공단과 룸살롱이 넘치는 울산 남부서는 복마전이었다. 경남에서 사고가 났다 하면 울산남부서 관할지역이었다. 그의 강성 기질은 그때부터 유명했다.

    “가서 확 잡으라 해서 정말 확 잡았죠. 당시만 해도 경찰관 비리가 심했거든요. 가보니 검찰에 구속되거나 수사망을 피해 도망가 있는 직원 6명이 징계도 받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가자마자 곧바로 이들을 징계해 파면, 해임해버렸지요. 휴가철이 되니 파출소장들이 ‘휴가비’라며 돈을 챙겨오더군요. 서장이 휴가 한번 떠나면 몇 천만원이 생긴다는 얘기가 돌던 시절입니다. 봉투를 들고 온 고참 서장 한 명에게 형사입건하겠다고 고함을 친 후 그런 일이 사라졌지요.”

    그 시절 그는 새벽까지 순시를 하며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잡았다.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결과는 우수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1년에 120명이던 음주음전 사망자가 70명으로 줄었다. 당시 경남청에서 운영하는 검문소가 25개였는데 그중 울산 남부서 관할이 3개였다. 이 3개 검문소가 경남 전체에서 검거실적 1, 2, 3위를 차지했다.

    나는 이런 일화들을 들으며 그가 욕을 먹으면서도 성과주의를 추진해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수치로 나타나는 실적과 성과에 삶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문명사회에서 숫자만큼 분명한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합리주의자다. 그에게 성과는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자 삶의 활력소다. 그 배경엔 정의감과 더불어 역사는 발전한다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고지식한 이상주의자다. 정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는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다. 역사는 그렇게 굴러왔다.

    경찰 수당체계부터 바꿔야

    그는 인터뷰에서 반드시 이 얘기는 해야겠다고 작정한 듯 경찰관들의 애로점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직원들이 채 서장 의견에 쉽게 동조하는 게 근무여건이 워낙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특히 지역경찰이 힘들어요. 파출소에서 지구대 체제로 전환한 게 2003년입니다. 파출소 체제에서는 2교대로 주당 100시간을 근무했습니다. 고육지책으로 지구대 체제로 바꾸어 3교대 제도를 도입한 겁니다. 그랬더니 시민의 불편과 불만이 커졌지요. 112신고를 해도 안 오지, 순찰 도는 경찰관 수도 눈에 띄게 줄었지. 그래서 지금 다시 파출소 체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6월말 현재 2년6개월 전인 2007년 12월31일에 비해 지역경찰관 수가 981명이나 줄었습니다. 전체 인력의 10%가 준 겁니다. 그런데 치안수요는 10% 이상 늘어났습니다. 파출소로 전환하면 근무시간이 10% 더 늘어납니다. 이러니 직원들이 굉장히 힘들 수밖에요. 그래서 제가 성과주의에 정성(定性)평가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아무리 1등을 하더라도 지나치게 실적 쌓기에 급급해 직원들을 쉬지도 못하게 했다면 감점조치 한다고요. 실제로 5월 평가 때 감점을 받은 데도 있습니다. 그런데 강북서는 일을 전혀 안 하다가 내가 왔다간 후 충격을 받고 서장이 일주일에 한 번 주간성과보고 대책회의를 열었답니다. 다른 서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거든요. 배 째라는 식으로 일 안 하다가 질책받고 나서 엄청나게 실적 달성을 독려한 겁니다.”

    경찰의 사기를 의식해선지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대며 열악한 근무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일본은 인구 100만명당 집회시위 건수가 59건입니다. 우리는 736건이에요. 고소고발 건수가 인구 대비 일본의 90배입니다. 그 정도로 치안수요가 많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찰이 잘하고 있음에도 국민에게 욕을 먹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집회시위와 관련해 엄정한 법집행을 못하는 것. 둘째는 부정부패와 비리에 찌든 모습. 셋째는 불친절하고 무성의한 업무행태. 그 다음엔 홍보 부족. 미국 경찰의 보수는 일반 공무원보다 평균 2.5배 많습니다. 특히 시간외 근무수당 산정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지역경찰(순찰), 형사, 교통은 현장 공무원입니다. 이들의 보수체계가 책상에 앉아 행정 보는 사람들과 같습니다. 서울 경찰관들이 힘들어하고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는 것도 이런 것 때문입니다. 경찰개혁을 위해선 이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 좀 길어졌군요. 채 서장 기자회견 내용 중에 공감하는 부분이 전혀 없나요?

    “성과주의로 직원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인원은 줄고 근무시간은 늘어난 상황에서 실적과 성과를 내라고 독려받으니 굉장히 힘들겠지요. 그간 여덟 차례 토론회를 열면서 그 부담을 줄이려 노력해왔습니다.”

    ▼ 그런 상황에서 채 서장 사건이 터졌다는 거군요.

    “예. 7월1일부터 완화책을 시행하려 했는데 6월28일 채 총경이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주춤한 상태입니다.”

    검거실적보다 주민만족도 비중이 높다

    ▼ 핵심이 뭡니까.

    “그간 (성과주의 제도를) 감찰에서 관리해서 반감이 컸습니다. 이걸 경무기획계로 옮기는 겁니다. 평가주기도 2개월에서 3개월로 늦추고. 등급별 관서관리제도도 폐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시행하면 마치 채 총경 사건 때문에 그런다는 오해를 줄 수 있어 우선 다 등급에 대한 집중감찰제도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서열과 순위도 발표하지 않고요. 잘하는 경찰서들을 무순(無順)으로 발표하고 그 직원들에게 포상휴가 주고 주말에 쉬도록 하는 겁니다. 이번 일이 터지자 주변에서 성과와 인사를 연계하지 말라고 건의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것은 하려고 합니다.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우리 조직의 인사정의 실현을 위해 성과와 인사를 연계할 겁니다.”

    그는 채 총경 얘기 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검거실적만으로 성과주의를 한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얘기입니다. 검거실적 비중은 25.8%밖에 안 됩니다. 전화 친절도, 수사 신속성, 공정성 등 주민만족도 평가가 35.6%입니다.”

    ▼ 검거실적이라는 게 가장 차별화되는, 눈에 띄는 수치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까.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주민만족도 비중이 10% 더 높잖아요. 앞으로 검거 비중은 더 낮추고 주민만족도를 더 높여갈 겁니다.”

    ▼ 주민만족도라는 게 객관적으로 측정됩니까.

    “경찰에 단속당한 사람이나 조사받고 간 사람들을 상대로 친절도 조사를 하거나 해피콜 제도라고 해서 전화를 걸어 확인합니다.”

    전·현직 하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은 6월30일 경찰의 실적주의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는지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실적을 위해서라면 인권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거냐’지요.

    “우리 직원들은 14시간 야간근무하면서 한 시간도 못 쉽니다. 이건 정말 인권침해죠. 그런 면에서 제가 인권침해를 했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인력을 늘리고 수당을 합리적으로 받게 제도를 바꾸어 인권침해를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력사정으로는 인권침해 차원의 고강도 근무를 하지 않으면 서울치안이 급속도로 약화됩니다. 과도기인데, 직원들에게 한시적으로 힘들지만 좀 참자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 무궁화클럽이나 채 서장 얘기는 실적 때문에 무리하게 수사하고 그 과정에 조사받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거죠.

    “그건 말이 안 되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형사들의 잘못된 정의감

    ▼ 현재의 풍토에서는 제2의 양천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그것 때문이라면 제가 성과주의를 더 강하게 추진했던 부산과 경기에서는 왜 그런 일이 없었습니까. 서울은 지난 6개월 동안 검거실적이 24.1%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경기에서는 221%, 부산에서는 249% 증가했었습니다. 왜 거기선 가혹행위가 없었습니까.”

    ▼ 경찰관 개인의 자질 문제다?

    “자질 문제라기보다는… 양천서 가혹행위를 서울 경찰, 대한민국 경찰 전체의 문제로 보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그 팀에 국한된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폐가 있을지 몰라도 그 형사들도 이해는 합니다. 악질범죄꾼들을 만나면 응징을 해서 피해자의 한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형사들은 사명감과 정의감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의욕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면….”

    ▼ 형사들의 정의감 때문이라고요?

    “잘못된 정의감이지요. 좀 지나쳤지요.”

    ▼ 경찰관 실적을 단순히 검거로만 측정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기소가 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래서 최근 평가시스템을 CIMS에서 KICS로 바꾸었습니다. 법원의 재판결과까지 알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것을 성과에 반영하면 그런 우려는 해소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계속 보완하고 개선해갈 겁니다.”

    CIMS(Crime Information Manag- ement System)는 범죄정보관리시스템, KICS(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 Justice Service)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으로 불린다.

    6월30일 서울신문은 서울시내 경찰서장 15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서장들은 성과주의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승진과 인사에 직결시키는 데에 불만을 드러냈더군요. 또 직원들의 장기 피로감과 주민의 치안만족도 하락을 지적했습니다.

    “직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킨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걸 완화하려 정성적 평가요소를 도입한 거고요. 그런데 주민만족도를 떨어뜨렸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주민만족도는 주관적인 평가지만 범인검거실적은 객관적인 겁니다. 당장 범인검거 성과가 10%, 20% 줄어도 대부분의 국민은 체감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범죄율이 10%, 20% 줄어도 주민만족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면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일선 서장들의 문자메시지

    ▼ 일선 서장들 생각은 다른데요.

    “(설문조사) 시점을 봐야 합니다. 기자간담회에서 마치 내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MBC가 보도한 직후여서 경찰 내부에서 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졌을 때입니다. 그 후 제가 네 차례에 걸쳐 MBC 보도경위를 설명하고 나서 많은 간부가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일선 서장 몇 명은 ‘그런 줄 몰랐다’며 지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 몇 명이나 보내왔나요?

    “한 10명 됩니다. 아직 남아 있는 게 한두 개 있는데….”

    나의 요청에 따라 그는 휴대전화기에 있는 문자메시지 두 개를 보여줬다. “몇몇 서장은 직원들에게 곧바로 교양을 했다”며 “지금 설문조사를 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그가 덧붙였다.

    ▼ 경기경찰청장 시절 성과주의 한다며 사생활까지 감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요?

    “그게 집중감찰할 때….”

    ▼ 집중감찰과정에 인권침해 시비가 일었죠?

    “그런 비난은 받아들이겠습니다.”

    ▼ 불가피했다고 보시는 건가요?

    “당시엔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기지역처럼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치안환경에서는 집중감찰로 경찰관들을 움직이게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제가 인권침해를 했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그건 제가 감수하겠습니다.”

    ▼ ‘음주운전 안하기 다짐 서명부’라는 게 있었다던데요. 퇴근 후 일과는 물론 회식을 하면 시간과 장소까지 적어내게 했다면서요? 그건 좀 심한 것 아닙니까.

    “수원지역 경찰서 순시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경무과에선가 회식을 하는데 감찰에서 나와 그런 다짐서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호되게 야단을 쳤어요. 모처럼 회식하는데 밥맛 떨어지게 왜 그러느냐고. 예방 차원에서 한 일이라 하지만 지나친 처사였지요. 아마 수원중부서였을 겁니다.”

    ▼ 당장 보여주기 위한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지사건 배당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점을 시정하기 위해 이의신청을 받습니다. 예컨대 10점밖에 못 받는 사건이지만 주민이 어떻게 느끼고 있고 직원 몇 명이 얼마나 오래 정성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하면 심사를 해서 30점으로 올려주는 겁니다.”

    ▼ 이의신청이 잘 받아들여집니까?

    “네. 그런데 신청을 잘 안하지요.”

    ▼ 제가 봐도 안 할 것 같네요. 이의신청했다가 찍힐까봐….

    “그런 분위기를 만들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 청장께서 신념을 갖고 추진하시는 일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진심으로 따르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제가 많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채수창 총경이 이야기하니까 많은 직원이 동조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직원들이 힘들어한다는 거죠.”

    ▼ 청장님의 방침이나 방향 제시에 공감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건지, 아니면 성과주의 자체가 경찰 조직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해 힘들다는 건지, 어느 쪽입니까.

    “그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양쪽 다 있을 겁니다.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말씀드린 대로 인력을 증원하고 보수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제복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인신공격

    그는 자신이 서울경찰청장에 부임한 후 실적 압박이 심해졌다는 여론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지난해는 서울청에서 각 경찰서 형사과장들의 실적을 평가해 불러들였거든요. 내가 와서 그거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형사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쉬라고 지시했습니다. 안 쉬는 경찰서는 문책한다고. 그래서 지금은 다 쉽니다. 전엔 매일 아침 참모들이 기능별로 실적보고를 했는데 그것도 안 받습니다. 성과주의 성공사례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교통단속 실적입니다. 이전엔 교통경찰관들이 물 좋은 곳만 지키고 있다가 톡 튀어나와 단속해 실적을 올리곤 했지요. 사고가 나든 말든, 정체가 빚어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와서 단속실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사고가 얼마나 줄었느냐, 교통속도가 얼마나 개선됐느냐 그 두 가지만으로 평가하겠다고. 그랬더니 교통경찰관들이 교통사고를 줄이고 소통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뛰었습니다. 그 결과 단속은 줄었는데도 교통사고가 4.2% 줄고 사망사고가 28% 줄고 소통속도는 24.5% 향상됐습니다.”

    그의 자부심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안산상록경찰서 박윤근 경사 사건을 끄집어냈다. 박 경사는 2009년 조 청장이 경기청장으로 재임할 때 경찰 내부통신망에 ‘조현오식 실적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17개 올렸다가 파면당했다. 직무유기 혐의였다.

    ▼ 박윤근 경사 파면은 지나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성과주의 비판 때문에 파면된 건 아닙니다.”

    ▼ 그것이 계기가 된 건 맞지요?

    “예. 제가 경기청장으로 가서 성과주의 도입한다며 경기청 강당에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다 모이라’고 하자 무궁화클럽에서 많이 참석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다 듣고 ‘여러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 박 경사도 그 자리에 있었나요?

    “아마 참석했을 겁니다. 그런데 몇 달 잠잠하다가 무슨 글을 올렸습니다. 성과급이 나왔을 때입니다.”

    조 청장 주장에 따르면 박 경사는 안산상록경찰서가 받은 성과등급보다 낮은 등급의 성과급을 받은 데 반발해 성과주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휘관 점수라는 게 있습니다. 상록서에서 발생한 자체 사고가 있어서 제가 한 단계 밑의 점수를 줬습니다. 그게 반영되다보니 나 등급에서 다 등급으로 떨어진 거지요. 박 경사가 사이버경찰청에 글을 올리자 전국의 무궁화클럽이 나를 공격했습니다. 성과주의 때문에 힘들다고. 나에 대해, 도저히 제복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금도를 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도 덕장 소리 듣고 싶다”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조현오 청장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상주의자다”라고 말했다.

    ▼ 박 경사가 인신공격을 했나요?

    “전국 경찰이 다 보는 글을 통해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성과급으로는 얘기가 안 되니 성과주의를 문제 삼은 겁니다. 하여간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어요. 그래서 제가 감찰조사를 시킨 겁니다. 조사해보니 절도사건 묵살한 게 6건인가 나왔어요. 그걸로 파면한 거지요.”

    ▼ 조직 내부 비판에 대해 너무 권위주의적으로 대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권위주의적이라고 비난받아도 앞으로도 그런 직원이 있으면 똑같이 처리할 겁니다. 사사건건 시비 걸고 원색적으로 인신공격하는 걸 묵인하면 어떻게 지휘관 노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 조현오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 조직 차원이라는 거죠?

    “조직 문제지요. 그거(박 경사 파면) 하고 나서 전국 지휘관들이 얼마나 잘했다고 그랬는데요.”

    ▼ 반대현상도 있지요. 박 경사 돕기 성금운동도 펼쳐지고 지지자들이 글도 올리고….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지요.”

    ▼ 아무래도 지휘부와 밑에서 따르는 사람들 간에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조 차장님께 거꾸로 묻고 싶은데, 그런 걸 방치하면서 지휘관의 기능을 다할 수 있겠습니까. 나도 강성이라는 소리 안 듣고 싶고 덕장(德將)이라는 이야기 듣고 싶지요. 그렇지만 내 본분을 다하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박 경사는 소청심사를 요청했다. 그 결과 파면에서 해임으로 낮춰졌다. 행정소송도 제기했는데, 지난 4월8일 해임무효 판결이 나왔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묻자 조 청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박 경사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다들 인정할 겁니다. 소청심사위원회도 경찰의 징계사유는 인정하면서 정상참작을 한 거죠.”

    ▼ 서울 수서경찰서의 양동열 경사가 박 경사에 동조하다 역시 파면당했지요?

    “파면시켰다고, 경찰서에서 옷 벗고 난리 피웠다더군요. 그런 사람이 옳은 사람입니까. 물론 그런 직원까지 다 교화해 끌고 가는 게 훌륭한 지휘관이지만요. 그런 점에서 제가 능력이 모자라고 덕이 부족한 건 분명합니다.”

    ▼ 청장님에 대해 뜻은 옳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이상주의자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상주의자가 뭡니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이상주의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현장경험 부족의 결점을 메우기 위해 같이 순찰도 돌고 조폭 두목을 검거하기 위해 밤새 잠복근무도 같이 해봤습니다. 항상 문을 열어두고 토론회와 간담회를 자주 열며 직원들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명함 돌리는 경찰관들

    ▼ 성과주의 시스템에서는 매사를 점수가 되냐 안 되냐로만 보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치안서비스가 안 이뤄지고 경찰 직원들 간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부산청장, 경기청장 하면서 성과주의로 엄청난 실적을 냈습니다. 저에 대해 ‘자기 치적으로 삼아 좋은 자리 가려 한다’는 얘기가 안 나왔겠습니까.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제가 왜 그랬겠습니까. 쌍용자동차 파업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서 저를 걱정해 (진압)작전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신대로 했습니다. 제 성과로 삼기 위해 작전한 겁니까. 자칫 내가 옷을 벗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랬겠습니까.”

    ▼ 아니, 경찰관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대국민 치안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많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점수로 매기면 자발성과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느냐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자발적인, 자율적인, 창의적인 치안활동을 해달라는 겁니다. 성과주의 도입하고 나서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팀 실적을 위해 적극 동참하는 거죠. 서울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강·절도 검거율이 50% 늘었습니다. 전체 범죄는 7.6% 감소했습니다. 방향이 제대로 잡힌 거죠.”

    그가 성과주의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2008년 3월 부산경찰청장에 부임해서였다. 경기도 안양의 혜진·예슬양 사건과 고양시 일산의 엘리베이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으로 경찰이 엄청 두들겨 맞을 때였다.

    “부산 내려가보니 주민들이 ‘우리 아파트에서는 한 라인에 두 집 빼고 다 털렸다’ ‘여름철 문도 못 열고 자겠다’ ‘경찰이 눈에 안 띈다’ ‘신고해도 안 나타난다’고 하소연하더라고요. 경찰이 시민한테 이렇게 불신받아서야 법집행을 하겠나. 민생치안 확립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일 안 하는 사람은 옷 벗기겠다”며 성과주의를 도입하자 불만을 품은 경찰관들은 기자들에게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제보했다. 점수 올리기에 급급해 순찰은 안 돌고 길거리에서 자동차관리법 위반자나 잡고 있다고. 그는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토론을 제안했다. 50여 명이 참석했다. 토요일 오후 5시간 동안 끝장토론이 벌어졌다.

    “내가 그 자리에서 ‘잘못된 점은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자동차관리법이나 기타 형법 위반자 검거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고 강·절도 위주로 하겠다고. 그리고 직원들 요청을 받아들여 기소중지자 검거도 실적에 포함시켰고, 꼴찌 하는 사람, 옷 안 벗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후 직원들이 달라졌습니다. 현장에서 지령실로 적극적으로 무전을 하고 명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돌렸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검거실적이 전년 대비 249% 증가했습니다. 실적 좋은 직원들은 격려하고 포상휴가 줬습니다. 주민들도 좋아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하도 욕을 먹어 두 번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부에서는 칭찬받는데…”

    그의 그런 결심은 2009년 2월 경기경찰청장으로 부임한 후 바뀌었다. 주민들이 치안불안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 지역 부녀자들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조현오는 직원들에게 인기 누리면서 일할 운명이 못 되는구나 싶었죠. 취임사에서 성과주의 도입을 선언했습니다. 부산에 있을 때보다는 세련된 성과주의였습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호기심에서 훔친 18세 미만 절도, 5만원 이하의 소액절도, 극빈 임산부가 우유나 기저귀를 훔치는 생계형 절도는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기청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강·절도 검거실적이 전년 대비 221% 증가했습니다. 주요 강력미제사건을 다 해결했습니다. 서울청으로 오면서 이제 진짜로 성과주의는 안 하겠다고 맘먹었는데, 강희락 청장께서 성과주의가 좋은 제도라며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라는 지시를 한 겁니다. 이러니 원조인 제가 안 할 수 없잖아요.”

    그가 성과주의를 신봉하게 된 데는 외교관 시절 직접 목격한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가 큰 영향을 끼쳤다.

    “유고에 가서 보니 베오그라드시에 활력이 없는 겁니다. 공산주의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다는데, 그럴듯하게 들리긴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오판한 잘못된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걸 지켜보며 인간사회는 경쟁의식에 따른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조직이 유지·발전한다는 걸 확신하게 됐습니다.”

    ▼ ‘조현오식 성과주의’의 목표는 인사정의를 세우는 건가요?

    “제가 성과주의를 도입한 건 경쟁의식을 통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입니다. 최대한 성과를 내 시민들을 편하게 모시는 게 목표입니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성과와 인사를 연계해 인사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지난 1월27일 그는 참모회의 자리에서 경찰간부 1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외부인사를 통해 자신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 인사청탁이 얼마나 심했기에 명단까지 공개하신 겁니까. 누구를 통해….

    “내가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못한 것 같고요.”

    ▼ 정치권 인사라든가….

    “그것까지는 이야기 안 하렵니다. 그 일로 내가 엄청나게 욕먹었는데. 하지만 그 욕 또 먹어도 계속할 겁니다.”

    ▼ 경찰 내부에서도 욕을 하나요?

    “아니, 내부에서는 욕을 안 하는데…. 그런데 내부에서 아무리 칭찬받으면 뭐 합니까. 위에서….”

    ▼ 청와대에서 뭐라 하던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튀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경찰)청장이 못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도 청탁하는 사람들 명단을 공개할 거라고 공언했어요.”

    경기청장 부임 직후 기도 받아

    ▼ 경찰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 보십니까.

    “지금은 많이 투명해졌어요. 투명해졌는데도….”

    ▼ 승진계급에 따라 금액까지 정해져 있다고 하잖아요.

    “내가 (경찰청) 감사관 할 때 보니 엄청나더라고요. 나도 그거 잘 챙겼으면 (웃음) 큰 졸부가 됐을 텐데. 지금 많이 투명해졌는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성과주의를 통해 상위 10~20%의 성과우수자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겁니다.”

    ▼ 경찰 인사가 그토록 흔들려왔던 건 지휘부가 정치권에 예속된 탓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인식을 바꾸자는 거죠. 나처럼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서울청장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걸 제도화하자는 거죠. 바람직하진 않지만 인사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성과와 인사를 연계해 공정성을 높이자는 겁니다.”

    ▼ 정치권으로부터 직접 인사 청탁을 받은 적은 없습니까.

    “정치권뿐 아니라 누가 얘기를 해도 나는 그런 식으로 할 겁니다. 안 그러면 서울청장 못하잖아요. 내가 그걸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기본과 원칙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키려 합니다. 그게 무너지면 이 자리에서 못 버티죠.”

    ▼ 그것 때문에 권력층 인사들 중에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군요.

    “권력층이든 나와 가까운 지인이든 뭐 들어줄 만하다고 생각해 전화했을 것 아닙니까. 그거 안 들어주니 기분 나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불이익은 내가 안고 가야지요.”

    ▼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김모 목사를 두고 말이 많더군요. 공직 인사나 총선에 관여한다고. 그거 아십니까.

    “예. 목사님을 압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경기청장을 했잖아요.”

    ▼ 서울청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김 목사를 만나셨다고 하던데요.

    “목사님은 제가 수원에 있을 때 가끔 교회에서 뵈었습니다. 그 교회에 나갔거든요.”

    ▼ 아, 그 교회에 다니셨다고요?

    “내가 부임하자마자 나한테 찾아와 기도를 해주시더라고요. 유명한 분 아닙니까.”

    ▼ 대통령한테도 기도해주시잖아요?

    “그 유명한 분이 나를 찾아와 기도를 해주시니 내가….”

    ▼ 청장님이 먼저 요청하신 게 아니고요?

    “아닙니다. 목사님이 찾아와 기도해주셨습니다. 참 고맙더라고요.”

    ▼ 경기청장 부임한 직후에요?

    “부임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아는 경찰 선배가 그 교회를 다녀서 몇 개월 후 같이 나갔습니다. 나를 전도한 거죠.”

    자형의 인사청탁 거절

    ▼ 원래 교회를 다니셨습니까.

    “나는 종교가 있다 하면 있고 없다 하면 없어요. 경찰 지휘관 하면 다 그렇잖아요. 성당에도 가고 교회에도 가고 절에도 가고. 집안은 원래 불교 쪽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 6개월 동안 침례교회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김 목사님 설교를 듣고 참 훌륭한 목사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씩 가서 예배를 봤습니다. 그분을 두고 인사 운운하는 건 잘못된 거예요. 알 만큼 아는 분이 인사에 개입하겠습니까.”

    ▼ 워낙 대통령과 가까워 그분이 누구 만나 말하면 그게 곧 대통령 뜻으로 읽힌다는데요.

    “난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 시중에 그런 소문이 돕니다.

    “아무리 존경하는 목사님이라 할지라도 설마 대통령께서 목사님 얘기 듣고 인사하겠습니까. 그럼 뭐 내가 김 목사님 아니면 이 자리에 못 왔다는 얘기인데….(웃음)”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전 나는 몇몇경찰 간부에게 그의 품성에 대해 물어봤다. 곧다, 이상주의자다, 매정하다 등 다양한 평이 있었지만, 거의 일치된 평은 매우 솔직하고 언행이 직설적이라는 점이었다.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좌우명이라든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그 다음으로 강조하는 게 정직입니다. ‘Honest is best policy’라는 격언을 좋아합니다. 나는 거짓말하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면 한번 질책하고 맙니다. 그런데 자꾸 변명하고 거짓말하면 최대한 불이익을 줍니다. 우리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범죄꾼한테도 거짓말하지 말라는 겁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백을 받기 위해 거짓말하지 말라는 거죠.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제가 강조하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되려면 많이 가진 사람과 많이 배운 사람, 권력 많은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해야 합니다.”

    ▼ 술은 좀 하십니까.

    “약해요.”

    담배는 많이 피울 때는 하루 세 갑 반이었는데, 5년 전에 끊었다고 한다. 술은 남자들 세계에서 일종의 연대의식이다. 친교의 수단이고 정보의 수단이고 리더십의 수단이다. 그는 술을 못해 고생 좀 했다고 털어놓았다.

    “손해를 많이 봤지요. 술이 약하니 아무래도 술자리를 피하게 되죠. 그것 때문에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등산을 많이 갑니다. 직원들과 토요일마다 북한산에 오르죠. 최근엔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 때문에 못 갔지만. 그래도 경기청장 할 때는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자주 어울렸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우수성과자 20~30명씩 모아 수원갈비 먹어가면서 못하는 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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