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차두리를 로봇으로만든 웹툰작가 마인드C

“만화가 재미없으면 나는 그날로 실업자다”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입력2010-07-19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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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두리를 로봇으로만든 웹툰작가 마인드C
    개가 개소리를 했다.

    “야. 차두리가 로봇이래.”

    고양이가 답한다.

    “개가 개소리 하네.”

    개가 되받는다.



    “너, 차두리가 공 잡으면 차범근 아저씨가 왜 조용해지는지 알아? 차두리 조종하느라 집중해서 그런대.”

    개 이름은 태어난 지 16개월 된 딩동이. 검정 푸들이다. 부산 광안리 해변에 산다. 주인 이름은 강민구(35). 네이버 검색창에 ‘강민구’라고 쳐넣으면 ‘마인드C’가 뜬다. 마인드C는 만화가 강민구의 필명.

    차두리가 떴다. 로봇으로. ‘차두리 로봇설’을 연출 기획 제작하면서 마인드C도 떴다. 로봇설은 다채롭다.

    차두리가 삭발한 이유는? 태양열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이를 드러내면서 웃는 까닭은? 치아가 집열판이다. 차두리가 출전하면 휴대전화를 꺼야 하는 이유는? 전파 충돌로 오작동이 생긴다.

    ▼ 마인드C. 뜻이 뭔가.

    “마인드 컨트롤러. 알량한 욕심이다. 사람 마음을 컨트롤해보겠단.”

    ▼ 정치적 지향이 숨은 건가.

    “대놓고 하진 않는다. 대놓고 할 자격 없다. 지식이 얄팍하다.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놓고 해야겠단 생각도 든다.”

    ▼ 차두리를 로봇으로 만들었다. 차두리도 봤을까.

    “그리스전 직후엔 안 봤다. 차두리가 봤으면 했는데…. 나이지리아전 직전엔 확실히 봤다. ‘USB 꽂고 배터리 충전 다 했어요’라고 차두리가 말했다.”

    ▼ 일간지에서도 로봇설을 다룰 만큼 화제가 됐다.

    “2000만 클릭. 허. 참. 그건 말이 안 되는 숫자다. 빵 터져야 20만인데. 차두리 만화 봤느냐고 묻는 지인도 많았다. 내가 그린 줄 모르고. ‘이슈있슈’라는 연재물인데, 웹용이 아니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용 어플(애플리케이션)이었다. 애플의 아이폰보다 어플이 달리다보니 갤럭시S가 무료로 제공하는 만화 어플이다. 홍보용으로 웹에 올린 게 대박 났다.”

    ▼ 왜 차두리였나.

    “차두리를 보면 웃음 나오지 않나. 머리칼을 빡빡 밀어서 생긴 것도 우습고. 나는 차두리가 우습던데. 100m 12초대 스피드와 엄청난 체력을 가진 남자가 이를 드러내고 날마다 방실거린다. 안 우스운가. 차범근 아저씨도 살짝 웃기는 캐릭터 아닌가. 여하튼 차두리와 나, 둘 다 윈·윈 해서 좋다.”

    차두리를 로봇으로만든 웹툰작가 마인드C
    “그건 인간이 아니었어, 달려오는 차에 부딪힌 느낌이랄까”란 대사로 시작하는 첫 에피소드 못지않게 차두리의 등번호 22번의 비밀을 파헤친 2탄도 화제가 됐다. 우루과이에 패배하는 바람에 준비하던 3탄은 접었다. 3탄은 이랬다.

    차두리가 중원에서 공을 차 올린다. 캐스터가 “아, 패스군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이 골키퍼 쪽으로 날아간다. 캐스터가 말을 바꾼다. “아, 슛이었네요.” 골키퍼가 공을 막는다. “골키퍼 선방에 막혔네요.”

    그러곤 반전이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골키퍼를 달고 골인입니다.”

    2차원 개그

    세상이 바뀌는 게 숨 가쁘다. 3D는 4D로, 3G는 4G로 넘어간다. SKT와 KT에 밀린 LG U+(옛 LG텔레콤)는 “우리는 4G로 바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3G 스마트폰이 퇴물 될 날도 머지않았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가 진화하면 콘텐츠 산업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 처지에선 채널, 미디어가 느는 게 호재죠.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하니까요. 웹 모바일 스마트폰 방송 출판 광고…. 노력이나 인풋을 추가해 넣지 않고 같은 콘텐츠를 다채로운 채널로 파는 거죠. 콘텐츠 생산자가 원 소스 멀티 유즈를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겁니다. 언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장편만화가 가라앉고 웹툰이 떴다. 마인드C는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웹툰작가. 그를 스타덤에 올린 만화는 야후(www.yahoo.co.kr)에 연재하는 ‘2차원 개그’. 웹툰은 내러티브가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찰나에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2차원 개그’는 2컷으로 구성된다.

    “달랑 두 컷을 써서 2차원이기도 하고, 얄팍한 개그라서 2차원이기도 해요. 독자가 반전을 예측할 틈을 안 주는 겁니다.”

    시사주간지 ‘주간동아’는 마인드C의 ‘2차원 개그’가 반전 개그의 궁극을 보여준다면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차두리를 로봇으로만든 웹툰작가 마인드C
    ★2차원적 반전 : 목욕탕 라커룸에서 두 아이가 수건 끝을 잡고 빙빙 돌린다. 장난치지 말라고 야단치는 엄마. 그런데 수건 끝을 보니 ‘사용 후 꼭 돌려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허무개그 : 한 남자가 헉헉거리며 천칠백이십육, 천칠백이십칠, 하고 숫자를 세다 “더는 못하겠어요. 전 여기서 포기 할래요”라고 하자, 다른 남자가 “포기란 단어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라고 일갈한다. 와이드 샷으로 잡은 배경은 진짜 배추밭이다.

    ★언어유희 : 지하철역에서 남자에게 헌팅당했다는 여자가 집에 와서 쓰러진다. 그런데 여자의 등에는 ‘화살이 꽂혀 있다.’

    웹툰은 컴퓨터에선 마우스로, 스마트폰에선 손가락으로 스크롤 해본다. ‘2차원 개그’는 시작, 끝이 전부다. 이런 식이다.

    남자가 달팽이를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너도 집 한 칸 없는 신세구나.” 다음 컷. “너, 거머리였냐?” 이 대사와 이웃한 작은 글씨가 맛깔스럽다. ‘서민의 피를 빠는….’

    “짧은 개그가 감각에 맞아요. 스마트폰 같은 뉴미디어에도 그게 더 적합하고요. 스토리 물을 제작한다면 동물이나 운동 쪽을 소재로 삼을 것 같은데, 장편에는 욕심 없어요. 광고 쪽엔 관심 있고요. 웹툰과 광고가 궁합이 잘 맞거든요.”

    “고료? 그건 비밀이다.”

    마인드C의 작업실은 광안리 해변에 있다. 그는 재치, 기지가 넘치는 유쾌한 남자다. 결혼은 아직 안 했고, 띠 동갑 여자친구가 있다. 딩동이란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면서 혼자 산다. 강아지는 마인드C가 그리는 만화에 ‘2차원 해결사’로 출연한다.

    ▼ 삶에서 만화란 뭔가.

    “그냥 자연스레 하게 된 것? 어릴 적부터 놀이였던 것 같다. 집에서 식구한테 재미 주려고 끼적였다. 학교에선 친구들 웃기는 놀이. 직업이 돼버렸지만 놀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재미를 주는 내 능력! 그게 내 만화다.”

    ▼ 무슨 소린지 당최 모르겠다, 유치하다, 썰렁하다는 비판도 많다. 그저 말장난처럼 보인다.

    “그건 아니다. 말장난 개그는 강렬하다. 강해서 뇌리에 오래 남는 거다. 내 만화의 색깔은 발상의 전환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영원히 존재할 장르다.”

    ▼ 웹툰이 왜 인기라고 생각하나.

    “세상이 바뀌었다. 음악도 mp3 파일로 듣지 않나. 웹에 만화방이 생겼다. 최근엔 스마트폰에도 생겼다. 대중예술은 찾는 사람이 늘면 발전한다. 웹툰도 그럴 것이다.”

    ▼ 웹툰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뭔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 대중음악과 비슷하다고 본다. 재미, 공감, 감동.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차두리를 로봇으로만든 웹툰작가 마인드C
    ▼ 마인드C는 천재라는 댓글이 있더라. IQ가 몇인가.

    “IQ? 141.”

    ▼ 그런데 공부는 못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놀기만 하면서 공부와 멀어졌다.

    그는 전교 1,2등을 다툴 만큼 수재였다. 수학을 잘했는데, 수능 수리영역에선 정답을 달랑 세 문제 맞혔다. 시험은 잘 못 봐도 그림은 잘 그려 남서울대 시각디자인과에 합격했다. 학점은 나빴지만 실기는 잘해서 캐릭터회사 2RND에 입사했다.

    “4학년 2학기 때 취업했다. 그 회사 지금은 망했다.”

    그는 2002년 ‘티셔츠 행동당’이란 회사에 참여했다. 아. 참. 참여가 아니라 ‘창당’이라고 그는 말했다. 스타벅스 엠블렘에 커피를 쏟아 부은 ‘스타퍽스(Starfucks) 티셔츠’처럼 옷에 조롱과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회사는 잘나갔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타니까 사장 노릇하던 사람이 이상해졌다. 1인 디자이너면서 기획 일까지 내가 했다. 전주는 사장이었지만. 그런데 사장이 인터뷰 때마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것처럼 사칭했다. 그래서 그만뒀다.”

    티셔츠 디자인을 접은 뒤 지인들과 함께 ‘키퍼스’란 이름의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키퍼스는 약속은 꼭 지킨다는 뜻이다. 책 디자인, 사보 편집, 캐릭터 디자인…. 돈 되는 건 다 하는 곳이었다.

    ▼ 만화가 데뷔는 언제 했나.

    “2003년 야후에 연재한 ‘마인드툰’이란 만화가 데뷔작이다. ‘키퍼스’에서 일하면서 틈나는 대로 만화를 그렸다. ‘마인드툰’보다 먼저 ‘복학생’이란 만화가 화제가 됐지만 그건 고료를 받고 그린 작품이 아니다.”

    ▼ 데뷔작 고료는 얼마였나.

    “7만원. 여섯 컷짜리였다.”

    ▼ 지금은.

    “고료? 그건 비밀이다.”

    ▼ 전업 만화가가 된 까닭은 뭔가.

    “키퍼스 멤버들이 실력은 최고였다. 그런데 ‘정치’에서 경쟁회사에 밀렸다. 일은 실력이 아닌 인맥이 주는 거더라.”

    차두리를 로봇으로만든 웹툰작가 마인드C
    그가 웹툰 작가로 잘나가기 시작했을 때 한 통신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연봉이 7000만원인 자리였다.

    ▼ 왜 거절했나.

    “후회한다. 하하. 농담이다. 아이디어가 달렸는지, 그 회사에서 특이한 사람들을 모았다. 내가 특이했나보다. 아주 독특한 파워 블로거 1명도 입사를 제안받았다.”

    ▼ 1년 버는 돈이 7000만원 넘나.

    “살짝 못 된다. 봉급생활자가 훨씬 낫다. 봉급은 칼같이 나오지 않는가. 나는 잘리면 끝이다. 비정규직만도 못하다. 만화가 재미없으면 그날로 실업자다.”

    ▼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쉴 새 없이 생각한다. 그리고 메모한다. 냉장고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겠다고 마음먹으면 냉장고만 멍하니 바라본다. 혼자 술 마시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 하루에 몇 시간 일하나.

    “4시간 남짓. 일을 뭉개는 걸 싫어한다. 대신 술 마시고 노는 걸 좋아한다. ‘2차원 개그’는 한 시간 만에 그릴 때도 있다.”

    ▼ 30년 후 뭘 할 것 같나.

    “강아지랑 놀면서 만화 그리는 할아버지.”

    ● 에필로그

    마인드C가 말했다.

    “기사에 이 말 꼭 써주세요. 꼭 들어가야 해요. 띠 동갑 여자친구 어머니께 고맙다고, 마음으로 감사드린다고.”

    ▼ 왜요?

    “전복삼계탕, 밑반찬, 김치…. 심지어 밥까지 싸주셔요.”

    ▼ 개수대 ‘락앤락’이 다….

    락앤락이 산처럼 쌓여 있다. 사진기자가 물었다.

    “설거지는 왜 안 해요.”

    “그건, 여자친구가…. 암튼 고맙다고 꼭 써주셔야 해요.”

    만화가, 사진기자, 볼펜기자가 다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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