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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 … “두 개로 나뉜 태권도 조화롭게 공존해야”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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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최중화 ITF 총재 (왼쪽)와 오경호 충청대학 이사장.

▼ 어떻게 이런 힘든 일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10여 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이사장을 맡았어요. 그러고 나서 교육부에 갈 일이 있었는데 교육부 공무원이 그러더라고요. ‘2세가 맡아서 잘된 학교를 못 봤다’고. 그 말을 듣고 난 뒤부터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대학을 국제화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를 말이죠. 그러다가 찾은 틈새시장이 바로 태권도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한국체육대학, 경희대 등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또 매년 열리는 태권도 관련 국제 행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태권도축제를 생각해냈습니다. 처음엔 말도 많았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지방의 전문대가 무슨 국제대회냐, 학교 운영이나 잘 해라’ 이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태권도가 주는 감동에 빠졌다고 할까요? 전 태권도가 진정한 한류라고 생각합니다. ”

▼ 욕 먹어가며 이런 어려운 길을 왜 가시는 겁니까.

“글쎄요, 내가 왜 할까요? 태권도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솔직히 아쉽고 아까워서 그래요. 저는 이번 행사에 전세계 태권도인 2000명을 모아냈습니다. 저는 애국하는 길이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없어요”



오 이사장은 태권도를 지금보다 더 국제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태권도와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에 들어서는 대규모 태권도 공원 같은 하드웨어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예로 오 이사장은 대학에 태권도 관련 교재가 별로 없는 것, 외국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태권도의 메카라고 자부하는 국기원에 외국어로 된 태권도 소개책자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등을 들었다.

“국기원 정도면 나라별로 소개책자가 있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세계 태권도 역사가 다 정리되어 있어야죠. 그런데 그런 게 없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태권도 사범이 왔다고 합시다. 그 사람에게 뭘 보여줄 수 있겠어요? 외국 태권도인들이 한국에 올 때는 자기 나라에서 못 배운 거 배우려고 오는 거거든요. 현란한 발차기 이런 거 보러 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다 애들만 태권도를 합니다. 종주국인데도 권위자가 별로 없어요. 원로 태권도인도 거의 없습니다. 보고 배울 사람이 없는 거예요. 일본 검도 보세요. 머리가 하얀 원로 사범이 칼을 잡습니다. 멋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존경심과 애착을 갖게 되는 건데 말이죠.”

▼ 그렇다면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국내에서는 종주국의 자만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태권도가 갖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태권도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보여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물며 태권도를 상징화한 캐릭터도 없어요. 또한 세대교체도 시급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태권도를 가르칠 교육프로그램도 제대로 된 게 없잖아요. 관광상품도 없고 소개 책자도 하나 없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없으니 지방대 이사장인 나 같은 사람이 태권도판에서 먹히는 겁니다.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의 행사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아이러니죠. ITF 태권도를 하는 전세계 사람들은 이제 충청대학을 다 압니다. 서울대학교는 몰라도…(웃음). 우리 대학 티셔츠를 다들 입고 다녀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웃음).”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

▼ 말씀대로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네요.

“이제 유럽에서는 단증도 독자개발해서 발급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예요. 그러면 그런 움직임에 대한 해결책이 준비되고 있느냐? 전혀 없어요. 제 생각에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서는 안 됩니다. 원로의 가장 추한 모습은 바로 후배와 경쟁하는 겁니다. 물러나지 않으면 밀려나는 거예요. 그런데 죽을 때까지 하려고 하니까 되겠어요? 금메달 딴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사장만의 동력이 궁금합니다.

“내 최대 무기가 뭔 줄 아세요? 난 태권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 하다가 안 되면 그냥 안 하면 돼요(웃음). 대학 이사장에만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잃을 게 없어요. 물론 지난 10여 년 동안 해 놓은 게 많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합니다. ITF든 WTF든 저는 아무런 직함도 가진 게 없습니다. 국내에서 가질 수 있는 자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WTF와 ITF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저의 믿음은 버릴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믿음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신동아 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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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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