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 8월23일 이른바 ‘실미도 부대’가 민간 시외버스를 탈취해 서울 중심가로 향하던 중 자폭한 노량진 현장.
한 군 정보분야 관계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첩보부대의 행동패턴이 고스란히 작동했기 때문이겠지만, 국민의 시선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부대에서는 사고 선박의 소속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인명 구조를 경시한 채 은폐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것. “특수 분야에 종사하는 군 조직의 감각이 인명에 관한 사회의 인식 흐름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 관계자는 평했다.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는 헌병 최고기관인 조사본부를 동원해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7월5일 국방부는 고속단정을 동문 모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주선한 해군본부 정보처장 이모 대령과 고속단정 소속 부대장인 김모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고속단정을 조종한 이 부대 소속 권모 원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사의 부인도 고속단정에 탑승했다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그러나 더욱 핵심적인 문제는, 앞서 설명한 대로 대북첩보부대를 포함한 특수임무 부대에 대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관리체계다. 이를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 대북침투임무가 거의 사라지면서 이들 부대가 ‘훈련만 반복하는 부대’가 됐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다 근래 들어 군 내부에서조차 그 존폐를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전직 군 해당분야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사건은 ‘임무수행 없이 훈련만 반복하는 부대의 군기 문란’이라는 점에서 실미도 사건과 고스란히 맥이 닿는다. 그 처리과정이 부실하다면 당연히 부대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이 ‘최후의 상황에 대비해 남겨둔 카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국민이 이를 납득하길 원한다면,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지휘책임자 처벌이 절실하다. 국방부가 뼈저리게 각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