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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⑧

‘짝퉁’의 시대에 큰 울림 주는 문화인 공자의 ‘명품론’ 특강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짝퉁’의 시대에 큰 울림 주는 문화인 공자의 ‘명품론’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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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는 공자의 미학적 범주들이 세 층위로 들어차 있다. 첫째는 ‘촌스러움의 세계’요, 둘째는 ‘부박한 세계’이며, 셋째는 ‘조화로움’을 뜻하는 빈빈(彬彬)의 세계다. 이 가운데 ‘빈빈의 세계’를 명품의 범주로 지목할 수 있으리라.

첫째, 촌스러움(野)이란 디자인이 품질에 못 미치는 경우다. 사람으로 치면 시골 사람과 같다. 속은 깊고 또 어진 성품을 갖고 있건만, 그 깊은 심성을 조리 있게 표현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의복으로 치자면 옷감은 질기고 또 보온성도 뛰어날뿐더러 오래 써도 닳지 않건만, 디자인이나 색상이 만족스럽지 못해 옷장 속에 내내 처박혀 있는 처지에 해당하리라.

둘째, 부박함(史)이란 디자인은 반질반질해서 눈길을 끌지만 품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다. 사람으로 치면 도회지 시장바닥의 약장수와 같고, 물건으로 보자면 모양은 그럴싸한데 막상 잉크가 술술 나오지 않아 만년필이라는 제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이비 만년필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셋째, 문질빈빈이란 디자인과 품질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라야 획득된다. 공자가 보는 명품의 세계, 곧 문질빈빈은 품질도 최고급이지만 디자인 역시 최상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공자가 이상으로 여기는 명품의 조건은 첫째가 최고급 품질, 둘째는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셋째는 빈빈, 즉 품질과 디자인의 조화인 것이다.

문채(文彩)보다는 질박함



무엇보다 명품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품질이다. 제아무리 디자인이 훌륭하다 해도 품질이 최고급이 되지 않고서는 명품이 될 수 없다. 남성의류의 세계적 명품으로 알려진 아르마니의 창업자이자 CEO인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다음처럼 말하는 것은 의외인 듯하지만 실은 명품의 핵심 조건을 찌른 것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를 보면 너무 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 럭셔리란 품질(quality)입니다.”

품질이 명품의 기본 요건임을 웅변으로 증거한다. ‘렉서스’ 브랜드를 통해 명품으로 도약하던 도요타자동차가 최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품질에서 망가져버렸기 때문 아닌가.

품질은 범주적으로 ‘기본’에 대한 강조와 직통한다. 세계적 화장품회사인 에스티로더의 브랜드 CEO 바비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기본이 항상 이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아주 단순한 사실, 즉 모든 사람의 얼굴 피부 톤은 옐로(yellow)라는 것입니다. 얼굴이 옐로면 옐로 화장품을 바르는 게 자연스럽고 기본입니다. 저는 이 기본을 제품에 적용시켰고, 지금 내놓은 옐로 톤을 일관되게 지켰습니다.”(‘위클리비즈’)

공자도 질, 즉 인품이나 사물의 품질을 중시한 흔적을 여러 곳에 남겼다. 가령 “옛 사람들은 ‘질박함’을 좋아했던 반면, 요즘 사람들은 ‘찬란함’을 좋아하더군. 나를 보고 고르라면 옛사람의 질박함 쪽을 선택하겠노라”(논어, 11:1)는 대목이 공자의 속마음을 잘 보여준다. 앞서 봤듯 명품의 이상적 조건이야 문채(文彩)와 질박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만, 정히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란다면 그는 문채보다 질박함, 즉 디자인보다 기본 품성(품질)을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질을 강조한 대목은 또 있다.

“예식은 사치하기보다는 검소한 것이 차라리 낫고, 장례는 매끄러운 것보다 슬픔이 절절한 것이 낫다.”(禮與其奢也, 寧儉, 喪與其易也, 寧戚. 논어, 3:4)

사치한 예식은 문(文)에 치우친 것이고, 검소한 의례는 질(質)에 치우친 것이다. 장례식이 형식에 치중한 것은 ‘문’에 치우친 것이고, 부모 잃은 슬픔이 낭자한 것은 ‘질’에 치우친 것이다. 둘 다 지나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질빈빈이 불가능하다면 사치하거나 매끄러운 형식보다는 검소하고 설움이 질펀한 질박함을 선호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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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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