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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가출’ 중년 남성 14인의 요절복통 요트여행기

1m ‘깡패문어’와의 死鬪 특공대가 공수한 ‘마라도 자장면’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집단가출’ 중년 남성 14인의 요절복통 요트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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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가출’ 중년 남성 14인의 요절복통 요트여행기

집단가출호’ 대원들의 유니폼은 “죄수복 같다”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홍선표씨를 비롯해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 전 회장이자 스쿠버다이빙 마스터다이버 자격증 소지자인 김상덕(52)씨,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4연패 도전을 눈앞에 둔 국가대표 요트선수 정성안(39)씨는 핵심대원으로 징집된 케이스다. 세 사람은 요트 경험이 전혀 없거나 일천한 초짜들로 구성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였다.

안산 시화공단에서 고분자소재부품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김상덕씨는 삼고초려 끝에 모신 멤버다. 스쿠버다이빙에 능한 데다 요트 모항(母港)이 김씨가 사는 안산과 가까운 곳에 있어 언제든 필요할 때 손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출모의 주동자와 특별 케이스로 징집된 사람들 외에 집단가출호에 동승을 희망하는 멤버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2009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항해 훈련에 들어갔다. 첫 항해를 앞둔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지 못한 여러 명이 떨어져나갔다. 그 과정을 거쳐 정예멤버 리스트가 완성되고 각자의 역할이 주어졌다. 허영만 선장을 필두로 노스페이스 상무 정상욱(54·부선장), 사진작가 이정식(54·엔진·전자장비), 김상덕(돛대), 송영복(키), 송철웅(항로), 박영석(요리), 보험사 FC 김성선(40·정찰), 정성안(팀코치), 건축가 이진원(37·시트), 고층빌딩 유리창닦이 임대식(37·정찰), 다큐멘터리 PD 이상헌(37·항해 다큐 제작), 카메라맨 김기철(31·동영상 촬영), 홍선표(요트 유지보수) 대원이 최초 출항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돌돔 같은 마린룩 유니폼

‘집단가출’ 중년 남성 14인의 요절복통 요트여행기

쌀과 기본 양념 외에 식량을 현지 조달했던 ‘집단가출호’ 대원들.

대원들 사이에 “우리 배는 자동차로 치면 중고 페라리 한 대 가격 정도는 된다”며 애지중지 대접받던 집단가출호는 실은 선령이 15년이나 된 몹시 낡은 배였다. 처음 배를 본 대원들은 항해용 전자장비도 없고 엔진 상태도 심각한 배의 처참한 몰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세계 요트디자인계의 거장 브루스 파가 디자인한 Farr40모델로 한때 레이스에서 명성을 떨쳤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다. 출항을 앞두고 몇몇 대원은 본격적인 배 수리에 매달렸고 또 다른 세 명은 요트조종면허에 도전했다.



이진원씨는 “지난 1년간의 항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이선스를 딴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사법고시생을 방불케 하는 열정으로 요트 항해 이론 공부에 열정을 쏟았던 송영복 원장은 바쁜 병원 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면허 따기에 도전해 성공했다. 송철웅씨는 “나를 포함해 세 사람은 시험 준비 한 달 만에 이론과 실기시험을 통과했다. 그게 첫 출항 불과 2주 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본격 출항을 앞두고 요트의 성능과 안전을 점검하기 위한 테스트 세일링에 나섰다. 이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집단가출 남자들의 전국일주 도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게스트로 승선했다. 경기도는 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집단가출호의 항해를 후원했고, SK텔레콤은 1억원을 들여 요트와 항해에 필요한 통신장비시설 일체를 지원해주었다. 이외에 LG와 더 노스페이스(영원무역)도 항해를 후원했다.

무엇보다 대원들을 기쁘게 한 후원기업은 노스페이스였다. 이곳에 상무로 근무 중인 정상욱 부선장의 배려로 대원들은 각자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요트복을 선물로 받았다. 정 부선장은 검정색과 붉은색 줄무늬가 들어간 마린룩 의류도 단체복으로 대원들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단체복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꼭 죄수복 같다” “돌돔 같다”는 놀림을 받았다.

지난해 6월5일 낮 12시,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집단가출호가 돛을 올리고 모항인 전곡항의 비좁은 수로를 빠져나가 바다로 미끄러지듯 항해를 시작했다. 바다는 잔잔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집 나간 사춘기 아들을 잡으러 다닐 나이에 집단가출을 감행한 중년남자들의 가슴도 꿈과 환상, 낭만으로 한없이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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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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