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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⑨

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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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듣기, 켜켜이 보기! ‘인생 대박’ 논어의 힘

‘창의력 자본주의’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폰의 주역, 스티브 잡스.

말하자면,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보는 것을 다시금 (각성하여) 보는 눈에 직장이 걸려 있다. 듣는 것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듣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어 (각성하여) 듣는 귀에 취업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해석된 눈으로 걸러진 봄과 들음을 조심스럽게 실천(작품화)할 때 ‘돈이 생긴다(祿在其中矣)’.

이건 곧 사물을 적어도 두 겹으로 보고 또 들으라는 권고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징징대지 말고, 또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에 목매달지 말고, 사물의 피상만을 훑고 지나가는 이 눈을 깊게 만드는 길로 나설 때 제대로 된 직장이 생기리라는 공자의 조언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도 직통하는 가치가 아닐까.

여기서 공자가 자장에게 권고한 직장 구하는 방법과, 앞서 현대 추상화가 피카소가 권고한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으라! 눈이 아니고 마음으로 읽어라!”는 지적은 꼭 같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가 말한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 애플이 있다”는 말이 가리키는 지점 역시 이 근처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는 법은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다. 피상을 스쳐 지나가는 얄팍한 눈을 웅숭깊게 만드는 길, 오로지 이 길 외엔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인 오늘날에도 ‘논어’를 읽어야 할 이유다.

알기〈좋아하기〈즐기기

창의력과 관련해 ‘논어’ 속 문장을 하나 더 찾아보자. 자로(子路)는 스승과 여덟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공자학교’의 고참이었다. 어린 후배들로선 아무래도 스승보다 선배에게 질문하기가 부담이 덜했을 터. 이에 자로에게 이것저것 자주 질문을 한 모양이다. 자로로서는 매번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제 딴엔 이러구러 대답을 해주곤 한 모양이다. 한데 그게 정답일 수는 없으렷다.



수제자 안연조차 스승의 경지를 두고 “우러러보면 볼수록 더욱 높이 있고, 뚫으면 뚫을수록 더욱 단단하네. 앞에 계신가 하여 쳐다보면 홀연히 뒤에 계시네!”(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논어, 9:10)라고 한탄할 지경이었으니, ‘조폭’ 출신인 자로에게야 일러 무엇 하리. 이즈음 공자가 자로의 뒤통수를 슬그머니 어루만져준다.

공자 말씀하시다. “자로야! 네게 앎에 대해 알려주련? 아는 것은 안다고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아는 것, 이것이 참된 앎이니라.”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2:17)

여기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름을 아는 것’이란, 앎이 정보나 지식의 단순한 습득이 아님을 뜻한다. 참된 앎이란 무지의 각성, 즉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이것은 꼭 소크라테스가 말한‘너 자신을 알라’이고, ‘자신의 무지를 알 때라야 제대로 된 앎이 된다’라는, 철학(philosopia)의 본래 뜻에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앎의 차원도 ‘알고/모르고’ 의 얄팍한 이분법이 아니요, 앎의 켜 역시 앞서 ‘듣고·보는’ 것처럼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겠다.

공자 말씀하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느니라.”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 6:18)

무식함보다는 아는 것이, 또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그리고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낫다는 공자의 ‘앎의 단계론’에서 우리는 배움의 성취가 고작 ‘알고/ 모르고’ 사이의 이분법이 아니라 앎 역시 켜켜이 여러 차원에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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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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