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기의 철녀들 27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승부 걸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3/6
“경제가 돈 버는 것이라면 정치는 번 돈을 잘 쓰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화는 성공한 경제와 정치로 번 돈을 운용하는 것이다. 한 나라가 번성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우선 경제력이 확보돼야 하고 다음은 정치 안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꽃피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단계를 밟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운이 사회에 퍼지는 것이다. 그런 기운은 위기의식에서 나오는데, 망해가는 나라는 한결같이 뛰어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로마인 이야기 길라잡이’ 중)

그가 무엇보다 지도자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직이란 항상 강력한 리더가 있어야 움직인다. 기관차가 차량만 늘어놓았다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관사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란 어떤 인물일까. 우선 ‘리스크(risk)를 지는 존재’다. 그의 말이다.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리스크가 있다. 지도자는 그것을 파악한다. 그리고 가능한 데까지 그것을 축소한다. 아무리 해도 처리할 수 없는 나머지 리스크는 자신이 직접 진다. 이것이 지도자가 하는 일이다.”



지혜와 용기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과 축소하는 비결은 ‘지혜’와 ‘용기’에서 우러난다. 지도자가 리스크에 대해 가진 지혜와 용기가 크면 클수록 구성원들은 자진해서 그 리스크를 함께 지는 데 동참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한마디로 리스크를 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전쟁에 이기고도 늘 양보했다. 어제까지 적으로 맞서 싸우던 민족도 이기고 나면 언제 싸웠냐는 듯 자신들의 선진기술로 만든 무기를 건네주면서 ‘자, 이제부턴 당신들이 지켜라’, 요샛말로 방위조약을 맺었다. 적들이 자신들이 제공한 무기로 다시 공격해 들어올 리스크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포용한 것이 로마의 성공비결이다. 로마인은 무기뿐 아니라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건축 기술과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비롯해 경제와 문화까지 아낌없이 피정복자에게 제공했다. 로마인들이 이긴 뒤에 양보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기지 않고 양보하면 질서가 생기지 않는다. 로마인들은 피정복민에게도 시민권을 주고 과감히 요직에 등용했다.”

“정치가는 지옥을 봐야”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율리우스 카이사르 입상(立傷).

이런 점에서 고대 로마인들이 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철학’이었다.

“내가 로마인에 흥미를 갖는 것은 인간성에 환상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인도 인간인 이상 실패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주저 없이 개혁을 단행했다. … 로마가 1000년 이상이나 계속된 것은 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자질이 특별히 우수해서도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기개가 있었기에 번영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실주의적 태도야 말로 시오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두 번째 덕목이다.

“정치가는 선인(善人)이 아니다. 지옥을 봐야 한다. 정치는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천국으로 가는 길만 말하는 사람이다. 지도자가 천국으로 가는 길밖에 모른다며 다같이 손잡고 가자고 하면, 자칫 모두를 지옥으로 이끌게 된다. 동물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 세계도 결국 싸움터다. 일단 싸움터에 나가면, 즉 프로가 되면 ‘절대로’ 이겨야 한다. 세계에는 평화롭지 않은 나라나 지방이 많다. 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저 평화를 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의 생각이야말로 현실주의다. 그가 말하는 것은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투쟁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투쟁할 경우에는 상대를 잘 알 것, 자신의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할 것, 자신의 입으로 표현할 것, 이 세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

3/6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목록 닫기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댓글 창 닫기

2020/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