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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27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승부 걸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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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볼 수 있는 능력, 상대의 속을 읽는 ‘인텔리전스’도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하지만 시오노는 리더십에 어떤 법칙이나 방정식 같은 게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좋은 자질을 타고났어도 자신의 시대와 맞아야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는 시대와 맞지 않아 스러져간 리더도 무수하다. 나는 그들에겐 그들대로 애정을 느낀다. 훌륭한 전술, 전쟁에 이기는 시스템을 찾아낸다고 해도 싸우는 방식은 적(敵)에 따라 달라진다. 전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다만 승부를 걸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지도자와 지식인의 차이

시오노를 만나본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그가 대단한 멋쟁이라고 전한다. 늘 고급 정장 차림에 화려한 액세서리로 단장하고, 화장을 곱게 하고 좋은 향수 냄새를 풍긴다. 한마디로 대단히 여성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의 대부분은 ‘남자’다. 그는 아예 “나는 여자의 세계에 관심이 없다. 내가 여자니까. 나의 관심은 남자다. 남자의 세계에서도 특히 가장 남성적이라 할 전쟁에 관심을 쏟은 것은 그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마의 역사도 멋진 남자들이 차례차례 나타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이야기로 읽어낸다.

그는 영화광이기도 한데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영화 에세이집에서 자신의 남성관을 이렇게 적고 있다.



“30년 전 대학 여자 동급생들이 생각하는 결혼상대란 오너의 아들이거나 도쿄대 법학부 아니면 게이오대 경제학부, 사법고시나 외무고시, 행정고시 합격자였다. … 나는 그녀들보다 내가 훨씬 더 결혼상대를 선택하는 폭이 넓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민이라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훨씬 더 좁았다. 일류대학 일류학부에 입학하는 것이나 외교관이나 변호사나 관료가 되기 위한 시험에 합격한다는 것은 두뇌가 있고 공부하는 방법만 알고 있으면 대부분 남자들에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품위 있는 행동이라든지, 유머 감각이라든지, 절묘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대처하는 능력은 시험으로 측정될 수 없는 자질이다.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다는 말이다. 대학 시절 나는 동급생들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것을 남자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자신의 남성관을 피력한 ‘남자들에게’란 책에서 이른바 인텔리 남자들이 섹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강 정도밖에 안 되는 것(즉 본질이 아닌 것들)’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인텔리 남자들)에겐 하찮은 것을 하찮은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없다. 무슨 일이 터졌을 때 그럴듯한 이유를 얼마나 잘 생각해내느냐에 전력을 집중한다. 또 욕망은 있으나 그것이 콩알만하다. 정치가가 뭐라 부추기면 창피할 정도로 홀랑 넘어가고, 재계의 어느 위인이 접대해준다고 하면 기생보다 먼저 뛰어간다. 기생은 화대라도 받지만 인텔리는 하루 저녁 얻어먹을 뿐인 것을. 이런 궁상이 어디 있을까. 그들이 무언가 자기 맘의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 권력이 필요하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이용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건 봐주기 힘든 꼴불견이다.”

그러면서 지식인들은 지금 세상의 어디가 잘못돼 있는지에 대해 비판을 하라고 하면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는 구체적인 제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도자와 지식인의 차이다.

게리 쿠퍼냐, 카이사르냐

그가 좋아하는 남자란 한마디로 ‘스타일이 있는 남자’다. 스타일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다. 강한 신념을 가리킨다. 깊이 있는 인격이 자신도 모르게 배어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남자다.

그는 ‘남자들에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상태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윤리, 상식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 독자적이고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다. 참된 용기를 가진 자라고 해도 좋다 ▲궁상스럽지 않은 사람. 육체적으로 멋있지 않아도 비참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면 곤란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인간성에 부드러운 눈을 돌릴 수 있는 사람. 속된 말로 인간적인 사람이 아니라, 진짜 휴머니스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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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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