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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유학생의 영국 일기 ⑨

물가 비싸고, 육아에 허리 휘고 … 그래도 한국이 살기 좋은 까닭

  • 전원경│작가 winniejeon@hotmail.com│

물가 비싸고, 육아에 허리 휘고 … 그래도 한국이 살기 좋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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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아이들은 금방 영어 잊어버리겠지만 나는 그래도 괜찮을 거 같은데?”

“아니야. 내가 보기엔 아이들보다도 네가 더 문제일 거 같아. 너 한국 가면 두 달 내내 영어 라이팅(writing) 전혀 안 할 거 아냐? 그러면 다시 여기 와서 영어로 페이퍼 쓸 때 문장 하나하나 쓰기가 더 힘들 거야.”

영어와의 고군분투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지 모른다. 아아, 그건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해서 나는 되도록 한국으로 필드워크를 가지 않고 영국 현지에서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도교수인 필립 교수님은 그런 내 바람은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고 5월부터 “언제 필드워크를 갈지, 가서 무엇을 조사할지 구체적인 자료를 만들어 와라”고 거듭 말씀하셨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내키지 않는 걸음걸이로 두 아이의 손을 붙들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이다.

영어도 걱정, 돈도 고민



막상 한국에 와보니 내 걱정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시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 일주일이 지나자 춥고 서늘한 글래스고의 공기는 아득히 먼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한국의 숨 막히는 무더위와 아파트 단지, 그리고 번잡한 대형 마트가 맞춤옷처럼 느껴졌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희찬이와 희원이, 특히 희원이의 영어 실력은 친가와 외가에서, 그리고 이웃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희찬이가 외가에서 영국 생활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영국 학교에서는요, 점심 먹을 때마다 밥값을 내야 해요.”

외할머니가 “그걸 영어로 어떻게 말하냐?”고 묻자 희찬이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희원이가 쏜살같이 대답했다.

“When we eat a lunch at school, we have to pay the money.”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달이 지나자 희원이가 이런 실력의 영어를 깡그리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내가 영어로 뭐라고 하면 “엄마, 영어 좀 하지 마!” 하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세상에, 그렇게나 힘들게 배운 영어를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다니!

이런 이유들 외에도 내가 한국에 오고 싶지 않았던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경제적 문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영국에서 살든 살지 않든 간에 영국에서의 생활비 지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 오면 기본적으로 몇 백만원 수준인 비행기표 외에도 생활비가 적지 않게 들 것이 뻔했다. 그러니 한국에 머무르는 두 달 동안 우리는 영국에서의 기본생활비에 더해 비행기표 값,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비까지 두세 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생긴 것이다.

왜 영국에 살든 말든 기본 생활비가 똑같이 든다는 거야? 라고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영국에서 우리 가족이 쓰는 생활비의 절반가량은 고정비용이다. 우리 가족은 영국에서 한 달에 1800파운드, 원화로 35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쓴다. 이 중 690파운드가 집세, 85파운드가 전기 및 가스 사용료(영국의 에너지 회사는 매달 똑같은 금액을 통장에서 빼간 다음, 3개월마다 실제 사용량을 측정해서 가감되는 비용을 더 물리거나 돌려준다), 27파운드가 인터넷과 유선전화의 기본 사용료다. 이 비용은 내 영국 통장에서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니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우리 돈으로 따지면 160만원 정도가 고정비용인 것이다. 쓰지도 않은 집세와 전화비를 내는 셈이니 아까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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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경│작가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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