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바겐세일 환상’ 버리고 ‘덜 비싼 대안’ 도모해야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andreilankov@gmail.com│

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2/5
국가의 통합이라는 민감한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평등한 대우에 대한 북한 출신 노동자의 요구는 결국 수용될 수밖에 없겠지만, 거꾸로 북한 주민의 평균적인 기술수준이나 능력, 노동생산성은 분명 그만큼 빨리 상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대한 기대가 착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다.

통일을 통제할 수 있나

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신발제조업체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통일을 인위적으로 미루고 두 개의 코리아가 장기적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일 역시 간단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들여다보면 통일이 질서정연하게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돌발적이고 갑작스러운 사건이 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이는 것이다.

세계사는 두 개의 체제가 엘리트 사이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통합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 한쪽에서 벌어진 인민봉기가 혁명으로 이어져 진행된 통합이나, 일방의 다른 일방에 대한 무력침공에 따른 통합이다. 어떤 경우든 사실상 흡수통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베트남도 독일도 모두 이러한 경우에 속하는데 한반도라고 해서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북한의 무력통일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지만 독일식 혁명통일의 가능성은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과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흡수통일 대신 다른 대안이 가능하다는 희망 섞인 견해를 피력한다.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그래서 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개발을 달성하게 된다면 남북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 테고 통일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지다. 굳이 이름 짓자면 ‘바겐세일 통일’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듯 단계적인 통일 추진 시나리오는 일견 매우 바람직하지만 또 그만큼 비현실적이다.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이나 대외개방을 선뜻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가장 큰 이유는 남한에 있고, 엄밀히 말해 같은 민족인 남한의 국민이 이미 향유하는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에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북한이 중국과 유사한 개혁·개방의 길을 간다면 주민들에 대한 감시체제는 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폐쇄적인 정치체제도 점차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경제적 변화가 국내 정치의 안정이나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중국은 분단국가가 아니라는 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북한 체제가 자유화의 바람에 노출되고 국가체제에 대한 공포가 줄어든다면, 이에 덧붙여 남한 국민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 주민 역시 동독의 민중처럼 통일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뒤집어 말해 분단국가인 북한이 개방과 개혁을 시도한다면 이는 중국식 고도 경제성장보다는 동독식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을 초래하기 쉬울 것이다. 북한의 정치 엘리트들은 이러한 시나리오가 자신들의 특혜와 권력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한이 거듭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일반 국민의 삶의 질을 중요한 변수로 보지 않는 이들의 시각에서는 개혁·개방의 회피야말로 체제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피는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체제의 치명적인 위기 또한 연기되는 것일 뿐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권력 엘리트들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국내에서 자발적인 변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체제의 주민들에 대한 감시는 일정부분 완화되어 왔고, 주민들은 경제생활에서도 점차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장마당을 통한 개인 경제활동으로 생계를 꾸리게 됐다. 중국을 통해 남한을 비롯한 나라 밖의 상황과 생활에 대한 지식도 상당부분 유입됐다. 변화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있는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은 이를 저지하거나 되돌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해 보인다. 북한 체제가 날이 갈수록 동독이나 동유럽 국가들에서 벌어졌던 민중저항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5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andreilankov@gmail.com│
목록 닫기

외국인 전문가가 본 통일비용과 통일세 논란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