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서민 희망예산’이라 불리는 2011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야당의 공격이 거세다. 사진은 9월15일 자리가 텅빈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미국에선 우리의 전문대 정도 되는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 갔다가 하버드대 등 명문대에 편입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빈곤한 집 아이들이 성적은 우수하지만 형편상 전문대를 갈 수도 있고, 또 학생들의 잠재력은 대학에 가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대 학생들에게도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청와대와 교감 있었다’
▼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예산 편성 시즌 중간에 예산실장으로 옮겼는데 ‘서민희망 예산’ 어젠다는 청와대와 미리 교감이 있었던 건가요.
“부임 직전까지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있으면서 국정운영 전반과 국정과제 전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산실장으로 그것을 예산에 어떻게 접목하느냐 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교감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 서민희망 예산 외에 내년도 예산에서 강조점을 둔 사항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신성장동력 확충과 차세대 수출산업 육성, 기후변화 대응,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을 8대 핵심과제로 선정한 ‘미래대비 예산’입니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훼손된 성장잠재력 회복에 중점을 두었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 대비 14.1%를 증액한 23조700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미래에 대비한 투자는 사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살릴 먹을거리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서민희망 예산과 마찬가지로 신경을 써 굉장히 많이 배분했습니다.”
▼ 앞서 예년의 예산안과 다른 점을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예산편성 방식이 종전과 많이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예산편성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누가 예산을 짜든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사실 전체 예산규모입니다. 두 번째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어느 나라든 예산은 세 가지 부분으로 편성됩니다. ‘Macro-budgeting(거시재정정책)’과 ‘Micro-budgeting(미시적 예산의사결정)’이 있고 그 둘을 연결하는 ‘Integration(통합)’ 파트가 있어요. 거시재정정책은 내년 또는 5년 이후를 내다보고 확대재정, 긴축재정, 중립재정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 경제, 나아가 정치와 사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서 예산을 짜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게 예산 총량인데, 내년도 예산 총량인 309조6000억원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가 거시재정정책에 포함되죠. 또 다른 축인 약 8300개에 달하는 개별 사업단위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미시재정정책입니다.
재정 건전성 때문에 SOC 예산 줄어
거시와 미시적 사업단위별 의사결정단계가 어디선가 합쳐져야 되는데, 그 부분이 통합 파트입니다. 이전의 예산안이 미시재정 영역의 수천 개 개별 사업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거시재정 영역에 좀 더 중점을 뒀습니다. 정책 방향의 밑그림을 먼저 그린 후 사업별로 의사결정과 조율을 거쳤는데 이것이 정책과 예산편성을 연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봅니다. 사실 ‘Macro-budgeting’과 ‘Micro-budgeting’ ‘Integration’ 이 세 가지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박사학위 논문에서 썼던 표현이기도 합니다. 국정운영 방향의 틀에 맞춰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재원을 조화롭게 배분하자는 게 저의 예산편성 철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