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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보상 지연에 피눈물 흘리는 파주 운정3지구 원주민의 피맺힌 절규

  • 구자홍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

“보상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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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의 갤러리 건물들에는 붉은 글씨로 20010이란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현관 유리에는 전기료 체납에 따른 단전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임씨가 대출금을 갚으라며 찾아오는 은행 직원들에게 쓴 ‘미안하다’는 내용의 장문의 편지도 붙어 있었다. 등기로 배달된 우편물은 자동차 압류 경고 통지서였다. 견디다 못한 임씨는 지난달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에 갔더니 개인회생 신청했다고 판사가 무슨 상장같이 생긴 것을 하나씩 나눠주더라고요. 뭐 좋은 일이라고….”

비대위 사무실에서 주민들과 점심식사를 막 마칠 즈음 황모(59)씨가 “법원에 갔다 오는 길”이라며 들어섰다. 정상교 비대위 사무국장은 “운정3지구 주민 가운데 황씨처럼 법원을 드나드는 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황씨는 운정3지구 지정 이후 자신 명의의 1400평 땅이 수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10억원을 대출받아 문발리에 주택부지를 구입해 건물을 올린 것이 발목을 잡았다. 보상이 지연되면서 건축비를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건축업자가 제기한 ‘건축비 지급 소송’에 휘말린 것. 황씨는 “1억 정도 (건축비를) 못 주고 있다”며 “살다보니 법원을 드나들 일도 다 생깁디다”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장문도 닫아야 할 판



운정3지구 보상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보는 이들 가운데에는 농사짓던 주민 외에도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이들도 있다. 이들은 막대한 이자부담에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동패리에서 부품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유모씨는 운정3지구가 수용된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을 이전할 부지를 물색, 김포에 대체토지를 구입했다 낭패를 봤다.

“공장이란 게 하루아침에 이전이 됩니까. 토지에 건물까지 올라가 있어야 기계를 옮겨 공장을 바로 가동할 수 있는 건데.”

유씨는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30억원을 대출받아 몇 년째 꼬박꼬박 이자를 갚아왔다. 그런데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시한이 도래해 또다시 대출을 받아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했다. 원금을 갚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대출 한도가 다 차서 대출도 안 된답니다. 이러다가 흑자 도산하는 것 아닌가 몰라요. 65년 동안 피땀 흘려 모아온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릴 판입니다. 억울해서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유씨는 보상이 지연되면서 이자부담이 산더미처럼 커져 올 연말이 지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LH공사와 경기도 등에 탄원서를 보냈지만, 어느 곳에서도 이렇다 할 답변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대체 정부 말을 못 믿으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한단 말입니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고. 답변조차 안 하니,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유씨는 2008년 있었던 숭례문 화재사건을 언급했다. “(방화한 사람이) 고양시 풍동에 살던 사람이에요. 그분도 건설사와 보상 문제로 억울해하다 그런 일을 저지른 겁니다. 억울함이 사무치면 혼자 안 죽습니다. 원통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거예요. 제2의 숭례문 화재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단 말입니다. 제발 우리의 억울한 사연을 잘 좀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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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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