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기고

10월3일에 보는 한국과 독일

독일 통일에서 배운다

  • 베르너 페니히 박사│독일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10월3일에 보는 한국과 독일

3/4
나아가 남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의 범위가 광범위하면 할수록 통일 이후의 많은 과제를 해결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남북한의 통일을 주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우리는 통일 비용을 논할 때 항상 분단으로 인해 드는 모든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이 정확하게 계산된다면 결국 분단비용이 훨씬 크고 분단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의 삶에 더 많은 불안과 위험을 가져다준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 이후에 한국은 아마도 1945년 종전 이후 탈나치화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독일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나마 쉽지 않을 통일과정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다. 종전 이후 독일에서 탈나치화의 문제는 그것이 자신의 과오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을 뿐만 아니라, 전쟁패배 이후 승전 연합국에서 이 과정을 주도, 감시했기 때문에 그나마 큰 갈등이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거기에는 공격적인 독일 민족주의가 설 자리가 아예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남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와 통일이 이루질 경우 남한의 많은 사람이 통일을 민족주의의 승리로 간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더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1990년의 통일이 독일에는 민족주의가 새로이 부상하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일이 나토와 유럽연합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한 국가의 통일은 그 국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남북한 간의 관계정상화와 통일은 동아시아 지역 내의 정치적·경제적 협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에 지역 전체에 이로운 일이다. 통일 이후 어려운 과도기를 거치고 나면 한국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확대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필요한 조건들



10월3일에 보는 한국과 독일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분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그 자체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더욱이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그로 인한 갈등이 확대되지 않는 한 한반도의 대다수 국민을 제외한, 모든 주변국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갈등 당사자는 거의 모든 경우 상대방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고 반응해왔다. 북한의 행동 또한 일정한 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의 시각에서 볼 때 그들의 전략은 분명히 성공적인 것이었다. 북한 체제가 갖가지 커다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정치적인 것으로 고착화한 현재의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어떤 새로운 자극이나 제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이 급격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미국의 태도 또한 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측은 지금까지 어떤 신뢰할 만한 제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상황의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의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유지를 보장하고 서로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에 대한 보이콧과 봉쇄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이 베이징의 6자회담에 참여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들을 데려가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을 여러차례 평양으로 파견했다. 북한의 지도부가 이러한 미국의 상반적인 태도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보면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유지해온 성공적인 전략을 고수하려 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결코 아니다.

3/4
베르너 페니히 박사│독일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목록 닫기

10월3일에 보는 한국과 독일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