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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김정남 거처 잠입해 서류가방 서울 공수…졸업논문 제목으로 ‘김정은 후계수업’ 확인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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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에는 김정남이 장기 일정으로 여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의 거처에 직접 잠입하는 대담한 공작도 진행됐다. 거처에 남겨둔 소지품 가운데 정보가치가 높은 서류가방 등을 빼내 하나하나 촬영, 복사하고 고스란히 돌려놓는 방식이었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 물건의 경우 서울로 공수해와 정밀분석을 마친 뒤 마카오로 돌려보내기도 했다는 후문. 김정남 본인이 눈치 챌 수 없도록 사전에 물건의 위치나 놓아둔 방식까지 촬영해뒀다가 똑같이 돌려놓는 작업은 필수였다. 이 작업을 통해 김정남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전주의 한 한복 가게에 옷을 주문해 아버지에게 선물하거나 서울의 약국에서 필요한 약품을 구매하는 등 대담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도 추가로 확인됐다는 전언이다.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첩보를 바탕으로 군 정보당국은 2005년 초부터 2006년 중반까지 “김정남이 후계에서 완전히 탈락했다는 외부평가는 사실과 다르며,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다. 유교사회 특유의 장자 우선 사고방식이나 아직 후계를 거론하기에는 이른 정철·정은의 나이도 고려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 정보당국의 김정남 ‘밀착 마크’에 대해 국정원 측은 수차례에 걸쳐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정보에 한정돼 있는 해당기관의 업무범위를 넘어선 월권행위라는 골자였다. 국정원 측은 해당 분야 실무진을 통해 김정남의 e메일 등에 접근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관련 자료를 이첩하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군 정보당국이 확보한 신디의 신병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했다는 후문이다.

국정원이 날카로웠던 이유

‘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김정은이 다닌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 베른 쾨니츠 구의 힐데스가르트슈트라세의 리베펠트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

일부 당국자들은 당시 국정원의 요청이 자신들의 업무범위를 군 정보당국이 치고 들어오는 것을 경계한 ‘밥그릇 싸움’ 차원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군 정보당국의 활동이 국정원의 위신을 흔드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 시점. 우선 2006년 1월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군 정보당국이 먼저 파악해 청와대에 첫 보고를 날리는 일이 있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국정원으로서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더욱이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군 정보당국이 북한측의 해킹을 역추적해 그간 우리 측 안보부처 주요 인사들의 e메일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상당수 북측에 노출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보고받은 청와대가 사이버보안 매뉴얼 강화와 대대적인 방어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사안이 크게 불거지자, 북측의 해킹 공격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이 인사상 책임을 지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이 무렵 국정원 관계자들로부터 “군 정보당국이 군사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분야까지 업무를 확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북 간 유화국면 조성에 주의를 기울인 당시 정부의 특성상 로열패밀리 주변에 너무 깊게 접근하는 공작이 평양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활동을 국정원 상층부나 청와대에서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음은 당시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 김정남에 대한 남측 정보기관들의 강도 높은 추적이 만에 하나 평양으로 새나갔다면 후폭풍을 선뜻 가늠하기 어려웠으리라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만 보자면 ‘국가종합정보기관’인 국정원은 ‘부문정보기관’인 군 정보당국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갖는다. 군 정보당국이 수집한 정보도 국정원의 종합분석 과정을 거쳐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 군 정보당국이 추진하는 주요 공작사업은 국정원장에게 보고해 부호를 발급받아야 하며, 부호를 받지 못한 이른바 ‘비인가공작’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법이다. 군 정보당국이 공작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자금 역시 국정원 예산에서 나오므로 국정원은 해당 기관에 감사권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구조적인 종속관계인 셈이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일 뿐, 역대 정권은 정보의 교차확인이나 권력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정보기관과 군 정보기관 사이의 경쟁을 내심 방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음은 잘 알려진 일. 이렇듯 장시간 누적돼온 긴장관계 탓인지, 국정원이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한 뒤에도 후계와 관련한 군 정보당국의 정보활동은 계속된 것으로 전한다. 이 시기 군 정보당국이 김정남에 관해 수집한 정보들은 국정원을 거친 다음 청와대에 보고되는 대신 별도의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후에야 공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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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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