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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김정남 거처 잠입해 서류가방 서울 공수…졸업논문 제목으로 ‘김정은 후계수업’ 확인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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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단서

주목할 것은 군 정보당국이 김정남의 후계 승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던 반면 국정원은 이와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는 당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당시에는 ‘김정운’으로 알고 있던 셋째 아들의 승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보고서가 2000년대 초반부터 주류를 이뤘다는 것.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김정은으로의 승계가 확실해진 현재 상황을 반영해 윤색된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2000년대 중반 무렵에는 김정철이 유력하다는 취지의 국정원 정보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 역시 국정원이 김정은에게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게 맞다고 증언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정세평가회의에 올라온 후계 문제 관련 국정원 보고서는 이미 2003년 시점부터 “3대 세습 가능성이 높으며, 후계자는 3남이 유력해 보인다”는 취지였다는 것. 김정남은 사실상 경쟁에서 배제된 상태로, 정철은 성격적인 문제점이나 여성호르몬 과다 분비 등 신체적 결함을 거론하며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했다는 설명이다.

당시의 관계자들은 2000년대 초반 국정원이 김 위원장이 측근들과의 비공식 석상에서 남겼다는 후계 관련 발언을 입수해두고 있었다고 전한다. 발언시점을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10대에 불과하던 3남을 앞에 둔 자리에서 사실상 후계자로 육성할 뜻을 넌지시 내비쳤다는 것.

해외정보망도 바쁘게 움직였다. 김정은이 스위스 베른에 머물며 현지 학교에 다녔던 1996년 여름부터 2001년 1월까지의 시간 동안, 국정원 현지 주재관에게 주어진 핵심임무 가운데 하나는 그의 동선과 주변 인물들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그의 스위스 생활은 2000년대 중반 들어서야 외부에 알려졌지만 국정원은 훨씬 이전 시점부터 해당 학교 관계자나 동창생들을 접촉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당시의 활동 역시 북측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매우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귀국 후에는 그의 후계를 확신할 만한 또 다른 정황이 파악됐다. 2002년부터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군사학을 공부하는 등 이른바 ‘제왕학 수업’을 듣고 있다는 첩보였다. 특히 2006년 12월 제출된 그의 졸업논문이 위성항법체계(GPS)를 이용한 작전지도 정확성 향상 시뮬레이션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정황은 더욱 분명해졌다. 당시의 논문 지도에는 최근 북한 군부의 핵심으로 떠오른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나가면 남북관계는 끝장난다”

김정은에 관한 이러한 정보들은 최근 언론이나 북한 내부 교양자료를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정보당국이 이를 오래전부터 파악해두고 있었다는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100% 신뢰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그런 이야기를 관련 보고서에서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 후계 관련 정세평가회의를 자주 열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 국정원의 보고서는 대부분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의 회고록 등 공개정보를 원용하는 방식으로 기술됐다는 설명이다. 정철과 정은의 성격 차이 문제나 어린 시절의 일화 등에 관한 그의 설명을 재인용하는 일이 많았을 뿐 비공개 정보는 받아본 기억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시의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정원 측이 우선 관련 첩보를 통해 결론을 내린 후 보안을 위해 공개정보만을 근거로 적시한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는 눈’이 많은 청와대 보고서의 특성상 정보출처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이 무렵 후계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서 취합한 국정원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는 공식권한은 안보수석과 안보실장, 대통령실장과 대통령 본인에게만 주어져 있었지만, 업무연관성이 있는 다른 인사들도 접근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당시의 한 청와대 안보라인 당국자는 “이 과정에서 만에 하나 관련첩보가 외부에 유출될 경우 해당 출처와의 접촉은 사실상 ‘끝장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가 했던 “양치질은 가능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는 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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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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