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바이오톡스텍

비임상실험 전문기업 국내 신약 개발 청신호 켠다

  •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0-12-02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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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톡스텍
    신종 플루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해 가을. 국내에서는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계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이 있었지만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당국자와 의료계 등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때마침 국내 제약사에서 신종 플루 백신 개발을 서둘러 제때 공급하면서 신종 플루 비상은 완화됐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신종 플루와 백신 공급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종 플루 백신이 빠른 시일 내에 보급된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많다.

    신종 플루 백신과 같은 신약이 시판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당국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승인에는 반드시 안전성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효능은 어떤지, 부작용은 없는지 수십, 수백 가지 실험을 통해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와야 비로소 정부 당국에서 의약품 사용 승인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전성 평가는 신약 등 신물질이 ‘사용’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필수적인 검증과정이다. 국내 제약사가 당시 ‘신종 플루 백신’을 조기에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데 일익을 담당한 파트너가 바로 바이오톡스텍이었다.

    신종 플루 백신 개발의 숨은 공로자

    바이오톡스텍

    바이오톡스텍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신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신종 플루 백신 개발 때는 정신이 없었어요. 수십 가지 실험을 동시에 실시해서 제때 백신이 개발 완료될 수 있도록 전 연구원이 매달렸지요. 그런데 안전성 평가라는 것이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밟아야 할 절차와 과정을 모두 거쳐 결과를 도출해내야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장비와 실험 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의 얘기다.



    신물질을 통한 신약 개발 과정에는 이처럼 바이오톡스텍의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 시판되기 위해 국제 표준을 만족하는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이 신물질을 발견하거나 개발하면,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우리와 공동 작업을 하게 됩니다. 작은 동물에서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비임상실험을 철저히 실시해서 효능과 부작용 등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칩니다. 안전성 평가가 마무리되면 이제 임상실험을 거친 뒤 관계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제품으로 출시하게 됩니다.”

    제약회사가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항암제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항암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를 조사하는 유효성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효과가 입증되더라도 다른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으면 신약으로 판매되지 못한다. 이때 후보물질에 대한 부작용, 즉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안전성평가를 실시한다. 바이오톡스텍은 유효성평가와 안전성평가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는 비임상실험 전문회사다.

    바이오톡스텍 사업 분야는 크게 약리 연구사업과 안전성평가 연구사업으로 구분되는데, 약리 연구사업은 다시 약효약리 시험과 안전성약리 시험으로 나뉜다. 약효약리 시험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의 효능을 평가하는 것으로 분야별로 수십 가지 시험을 실시한다.

    안전성평가 연구사업 분야는 이보다 더 광범위하다. 일반 독성 시험을 필두로 면역독성과 유전독성, 국소독성, 생식발생독성, 수생생태독성 시험을 실시하고 발암성 시험과 조직병리, 임상병리검사까지 실시한다.

    이 같은 검사와 시험을 통해 새로운 의약품이나 식품과 화장품, 화학물질 등 다양한 신물질에 대한 효과와 독성 여부를 판별해낸다.

    “신물질 등 후보물질에 대해 세포나 동물을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직접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신약을 비롯해 사람과 환경에 영향을 주는 제품 개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입니다. 특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실험하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공익성이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에서 일군 신화

    바이오톡스텍

    바이오톡스텍은 유효성평가와 안전성평가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는 비임상실험 전문회사다.

    충북 오창IC 인근에 있는 바이오톡스텍은 멀리서 보더라도 그 규모가 만만치 않은 중견기업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6000여 평(1만 9800여㎡) 부지에 3채의 연구동이 ㄷ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바이오톡스텍은 대학 내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실험실로 써야 했다고 한다.

    서울대 수의대에서 수의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친 강종구 대표는 일본 도쿄대 수의병리학 교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의 유명 독성시험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990년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부임해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는 표현이 왜 나왔는지를 알겠더군요. 명색이 국립대학인데 변변한 실험실 하나 없는 겁니다. 할 수 있나요. 임시방편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구해다 쌓아놓고 거기서 실험과 연구를 했지요.”

    유학 시절부터 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평가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 국내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그는 교수 부임 후 6평(19.8㎡)짜리 컨테이너를 연구실 삼아 독성시험을 시작했다.

    강 대표가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수탁기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대 수의대학장을 지내고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한 이영순 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대학 시절 은사가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님입니다. 교수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효능과 안전성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교수님께서 제게 일본 유학을 권하시며, ‘이 분야에서 최고가 돼봐라. 그러려면 독성회사에 들어가 실무를 익히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비록 컨테이너 실험실이었지만 연구 실적이 쌓이면서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게 되자, 6평짜리 한 개동으로 시작한 컨테이너 실험실은 2000년 창업 당시 15개동으로 늘었다.

    2000년 벤처기업인 바이오톡스텍을 창업한 이후 더 많은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게 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바이오톡스텍에서 한 해 수행하는 연구는 1500건에서 2000건. 이 가운데 500건 정도는 일본의 제약사와 화장품회사, 건강기능식품회사와 화학회사 등에서 의뢰한 것들이다. 일본 유학과 연구소 근무를 통해 앞선 안전성평가 기술을 익혀야 했던 강 대표가 이제는 일본 기업에서 의뢰한 연구와 실험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다.

    회사는 매년 눈부시게 성장했고, 2007년에 코스닥에 등록했다. 벤처로 창업해 코스닥 등록까지 마쳤지만 창업자 강종구 대표의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연구실을 확충하고 고가의 기자재를 들여오느라 지분을 조금씩 투자자에게 팔아가며 지금의 회사를 일궈왔기 때문이다.

    연구동 안내를 맡은 한 직원은 “사장님 지분을 팔아 한 대에 수억원씩 하는 고가의 장비를 여러 대 들여놓았다”며 “바이오톡스텍이 지금처럼 세계 수준의 CRO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사장님의 헌신과 노력이 절대적이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시설

    연구동을 돌아보는 동안 문과 출신인 기자는 성분 분석을 하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연구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차 없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연구원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바이오톡스텍 연구동 곳곳에는 종합병원에나 있음직한 최신 설비와 장비가 즐비했다. 실험용 어류와 동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인상적이었다.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신물질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고, 변화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고 자료는 모두 서버에 축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었다.

    바이오톡스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약품과 식품, 화장품 등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화학물질을 관장하는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 농약을 주관하는 농림부 농촌진흥청 등 3개 정부기관으로부터 전 항목 GLP(good laboratory practice·동물실험실시기준) 인증을 받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산출해내고 있다. 즉 바이오톡스텍의 연구 결과를 정부가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톡스텍은 국내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GLP 기관으로도 손색없는 기술력과 실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OECD 가입국 사이에는 CRO 기관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통해 GLP 상호 인증을 하고 있는데, 올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OECD GLP 현지방문평가에서 바이오톡스텍이 대상기관으로 선정됐다. 즉 바이오톡스텍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실상 우리나라 GLP 국가대표 기관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바이오톡스텍은 최근 공기업 선진화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입찰에 참여했다. 임상실험까지 맡아 하는 토털 CRO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단계로 비임상실험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정부 부설기관 인수 추진

    바이오톡스텍
    “제조업 분야도 그렇지만 CRO 역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수행해야 할 연구과제는 더욱 더 많아질 것입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매입 추진은 전문 인력과 연구시설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스스로 습득하고 연구원들을 가르치며 노하우를 축적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시설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100억원 이상 차입하기도 했고요. 안전성평가연구소 매입이 성사되면 바이오톡스텍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됩니다. 풍부한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확보되면 이제는 임상실험까지 맡는 명실상부한 토털 CRO로 도약할 준비를 할 겁니다.”

    강종구 대표 인터뷰

    “못할 게 뭐 있습니까 하면 됩니다”


    바이오톡스텍
    세계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 CEO를 만나보면 하나같이 ‘자신감’에 차 있다. ‘어렵다’ ‘못하겠다’는 얘기는 여간해선 듣기 어렵다. 비록 객관적 조건에서 오는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결론은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얘기로 모아진다.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듯했다. 바이오톡스텍 강종구 대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불모지와도 같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어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열심히 하면 됩니다.”

    바이오톡스텍과 같은 CRO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다보니 일반인이 생소하게 느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무수한 제품에 우리 회사와 같은 CRO의 노력이 숨어 있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샴푸나 비누 있죠. 거기에 여러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새로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나오려면 우리 회사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피부 자극은 어떤지, 특히 안(眼)자극에 대한 검사가 필수적이죠.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유전자변형농산물) 옥수수가 논란이 된 적도 있죠. 그때도 우리 회사에서 안전성평가를 했습니다. 농약의 위해성 여부도 마찬가지고요. 신물질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도 우리 회사의 역량이 많이 투입됩니다만, 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과 농약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제품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회사의 연구와 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강 대표가 바이오톡스텍을 설립하기 이전까지 국내 CRO 산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정부 산하기관으로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정도가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바이오톡스텍이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국내 CRO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국내 제약회사들과 협업을 통한 신약 개발도 활기를 띠게 됐다.

    신약 개발을 하는데 바이오톡스텍과 같은 CRO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비아그라를 만드는 화이자 아시죠. 만약 화이자가 자체적으로 비아그라를 개발했더라면 10년은 걸렸을 겁니다. 그런데 CRO와 손잡고 개발한 덕에 4년 만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약회사가 독자적으로 실험과 연구를 반복하려면 막대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장비와 시설을 잘 갖춘 CRO에 아웃소싱하면 전문성이 담보될뿐더러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물질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는 효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작용, 즉 독성 유무를 판별해내는 안전성평가거든요. 신물질을 인체에 쓸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해내서, 제품 개발을 계속할 거냐 중단할 거냐, 즉 GO냐 STOP이냐를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비임상 CRO가 하는 주요 일입니다.”

    바이오톡스텍

    바이오톡스텍은 세계 수준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CRO의 역할이 굉장히 광범위하면서도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국민의 건강을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종 플루 백신을 개발할 때에도 우리 회사가 파트너사로 함께 일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최근에는 멜라민 실험도 수행하고 있고, 줄기세포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배양한 화장품 아시죠. 그 제품의 안전성 검사도 우리 회사가 합니다.”

    바이오톡스텍을 창업한 이래 강 대표는 말 그대로 땀과 열정을 쏟아내며 지금의 바이오톡스텍을 일궈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기까지가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아직 목마르다’고 말한다.

    “비임상 CRO 기업으로는 세계 수준에 올라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는 임상까지 커버하는 토털 CRO로 키워갈 겁니다.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사가 짧아 아직 개척해야 할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토털 CRO로 회사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강 대표는 전문 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험이든 연구든 모두가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CRO 분야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맞는 분야입니다. 꼼꼼하고 부지런하고 무엇보다 손이 정교하거든요. 우리나라 미래가 바로 바이오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임상실험은 물론 임상실험까지 하는 토털 CRO로 세계에 우뚝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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