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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기소된 한국계 美 북핵 전문가 스티븐 김

“10여 년간 미 정부 위해 모든 걸 바쳤다. 부당하다”

  • 천영식│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youngsikchun@gmail.com│

간첩죄 기소된 한국계 美 북핵 전문가 스티븐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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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영변 핵시설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라고 밝혔고, HEU 개발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이 건네준 튜브에서 HEU 흔적이 발견됐다면 당연히 큰 문제였다. 북한이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HEU를 개발해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영변 핵시설이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이라고 주장한 전제도 무너진다. 영변에서 HEU까지 만들어내고 있거나, 아니면 영변 이외의 또 다른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힐에 대한 불신이 싹튼 이유 중 하나다.

검증국을 중심으로 미 정부 내에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힐은 “위험하지 않은 저농축우라늄”이라 일축했다. 북한이 저농축우라늄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에 힐은 이를 빌미로 협상을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 후 북한이 성 김 대북정책특사에게 건넨 2만여 장의 관련 서류 속에서도 HEU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역시 협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는 힐의 주장으로 흐지부지됐다. 물론 힐의 주장대로 저농축우라늄일 수 있다. 미 과학자들도 북한이 20개 정도의 원심분리기를 소유, HEU를 뽑아내고 있으나 핵무기를 만들 정도는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건네준 물건에 잇따라 HEU 흔적이 발견된 것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서도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핵협상 중에 이미 냉각탑폭파 등으로 핵개발을 중단한 상태라고 변명해왔다. 스티븐 김 등 검증국 인사들은 냉각탑이 파괴됐어도 영변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통해 충분히 영변 핵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협상의 약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 검증국은 미 국무부 내에서도 가장 고급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부서다. 미국의 각종 국제적 핵조약 및 무기감축조약의 타당성과 적법성 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부시 정부 시절 검증국의 역할과 위상은 계속 커져왔다. 검증국에서 정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던 스티븐 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티븐 김의 동료에 따르면 그는 영변 핵시설의 장단점과 현황까지 소상히 파악할 정도의 치밀함으로 북핵 국면에서 검증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시켜왔다.

천재만 뽑는다는 마셜팀 일원

스티븐 김은 국방부 ‘마셜팀’ 일원으로 합류하면서 그 진가가 높아졌다. 마셜팀은 미 정부의 대표적인 비밀조직으로 미 국방장관 직속의 총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을 의미한다. 이 조직의 책임자는 앤드루 마셜(88)인데, 1973년 이 조직을 만들어 37년간 같은 곳에서, 같은 직책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미 정부 내에서도 앤드루 마셜의 전설적인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그가 무엇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미 군사전략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마셜은 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의 친구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슐레진저가 국방장관에 취임하면서 마셜에게 장관 직속으로 총괄평가국을 만들어주었다.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군사전략을 입안하라는 것이었다. 마셜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있던 헨리 키신저가 그를 활용하고 지원했다.

미 국방부 및 국무부에서 전략가라면 모두가 마셜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마셜팀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국방장관과 백악관만이 볼 수 있다. 마셜팀은 6명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마셜팀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 이 때문에 마셜은 천재만을 뽑는다는 소문이 나왔다. 마셜은 팀원을 잘 훈련시켰고, 마셜팀을 거쳐간 인사들은 정부와 의회 내 요직을 차지, 마셜의 파워는 더욱 커져갔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이 취임 후 마셜을 해고하려 했다가 의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일화도 있다.

스티븐 김은 2007년 6월부터 2008년 6월까지 1년간 마셜팀 일원으로 일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마셜의 파워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면서 “모든 사람이 마셜과 일하고 싶어하지만, 그는 아무나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셜은 미 정부 안팎의 군사 및 정보 전략가 가운데서 팀원을 발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김이 마셜팀에서 연구한 것은 중국핵 운용의 지휘체계에 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딕 체니와 헨리 키신저가 직접 찾아

워싱턴에서 스티븐 김의 명성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입소문을 통해 확산됐다. 미 국방장관 직속기관인 국방정책자문위원회(Defense Policy Board Advisory Committee)가 2005년 스티븐 김에게 북한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브리핑을 부탁했다. 12명인 당시 자문위원에는 키신저 전 장관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 등 유명한 사람이 즐비했다. 비중 있는 모임인 만큼 통상 차관급 이상의 정부 인사들이 연사로 초청되는데, 당시 스티븐 김의 발표를 눈여겨봐둔 크리스 윌리엄스 자문위원장이 특별히 그를 초청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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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식│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youngsikch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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