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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21

‘데스프루프’와 샤르트뢰즈

1000년 전통 비법으로 빚은 ‘리큐어의 제왕’

  • 김원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

‘데스프루프’와 샤르트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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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프루프’와 샤르트뢰즈
침출법은 차를 우려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하면 된다. 즉 찻잎을 물에 넣어 그 성분을 천천히 우려내듯이 향료 성분을 술에 넣고 천천히 그 향을 우려내는 것이다. 주로 복숭아, 살구, 체리 같은 과일을 씨째로 증류주 안에 넣고 우려낸다.

여과법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즉 커피 가루에 물을 통과시켜 커피를 만드는 것과 같이 주로 약초와 같은 재료에 지속적으로 술을 통과시킴으로써 그 성분과 향을 여과해내는 것이다.

증류법은 글자 그대로 술과 향료 성분을 같이 넣고 증류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향료 성분이 술의 알코올 성분과 함께 기화하면서 완전히 섞이게 된다. 증류 과정을 거치면 그 증류액에는 색깔이 없어지므로 이렇게 만들어진 술에 색깔을 넣으려면 증류 후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증류법은 주로 과일 껍질, 식물 씨앗, 꽃과 같은 재료로 리큐어를 만들 때 사용한다.

종류가 다양한 리큐어는 향을 내는 재료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가장 손쉽다. 즉 허브나 향신료로 만든 리큐어(Herb and Spice Liqueurs), 씨앗이나 초목으로 만든 리큐어(Seed and Plant Liqueurs), 과일로 만든 리큐어(Fruit Liqueurs)로 나눠볼 수 있다.

‘그린’과 ‘옐로’가 기본 제품



허브나 향신료로 만든 리큐어에는 ‘베네딕틴’(Benedictine), ‘드람부이’(Drambuie), ‘야겐마이스터’(Jagenmeister)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유명 리큐어가 있다. 씨앗이나 초목으로 만든 리큐어로는 ‘아마레토’(Amaretto), ‘베일리 아이리시 크림’(Bailey′s Irish Cream), ‘골드쉬라거’(Goldschlager), ‘칼루아’(Kahlua) 등이 있다. 과일 리큐어로는 ‘코인트로’(Cointreau), ‘큐라소’(Curacao), ‘미도리’(Midori) 등이 대표적이다.

리큐어의 제왕 샤르트뢰즈는 이 분류법의 첫 번째 군(群)에 해당된다. 이 술은 1084년 독일 태생의 브루노(Bruno)란 사람이 프랑스 샤르트뢰즈 산속에 있는 수도원 ‘라 그랑드 샤르트뢰즈’(La Grande Chartreuse)에서 만든 데서 유래했다. 지금은 수도원에서 25㎞쯤 떨어진 브와롱(Voiron)이란 마을의 증류소에서 생산한다. 샤르트뢰즈는 지금도 전통적인 제조법으로 만들고 있는데, 수도원의 수사(修士) 중 단 2명만이 그 제조법을 알고 있다고 한다.

샤르트뢰즈는 현재 11가지 종류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상표의 색깔을 딴 그린(Green)과 옐로(Yellow) 제품이다. 그린 제품(알코올 도수 55%)은 1764년에 소개된 최초의 공식 제품으로, 130종의 식물과 꽃을 혼합 증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짙은 약초향과 함께 강한 알코올 농도로 묵직한 느낌을 준다. 옐로 제품(40%)은 1838년에 소개됐는데 그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하고 단맛이 강하다.

샤르트뢰즈는 그린과 옐로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현대인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여러 가지 추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중 ‘VEP(Vieillissement Exceptionnellement Prolonge)’ 제품은 ‘초장기 숙성(aged exceptionally long)’이란 뜻으로 증류 후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한 제품이다. 표준 제품과 마찬가지로 그린(54%)과 옐로(42%)의 두 종류가 있다. 그리고 ‘Liqueur du 9 Centenaire’는 ‘900년 리큐어’라는 뜻인데 이 제품은 1984년 샤르트뢰즈 수도원 설립 900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47% 제품이다.

그밖에 Genepi(40%)는 알프스 산맥에서 나는 허브들을 재료로, 그리고 Eau de Noix(23%)는 호두를 재료로 만든 제품이다. 또한 과일을 재료로 만든 제품이 4가지가 있는데, black currrant(Cassis, 20%), raspberry(Framboise, 21%), blueberry(Myrtille, 21%), bilberry(Mure Sauvage, 21%) 제품이 그것이다.

술을 마시다보면 간혹 예상치 못한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물론 ‘데스프루프’에서와 같이 잔인한 상황이 찾아올 리는 만무하지만, 샤르트뢰즈의 이유 없는 등장처럼 이유 없는 일들이 찾아올 가능성에는 누구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동아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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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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