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기상학은 초기 조건이 약간만 바뀌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때로는 오차를 감안해 입력되는 자료에 임의로 약간씩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들을 종합해 결론을 내린다. 내일 비가 올 확률은 30%라고 말이다.
주가예측이 불가능한 이유
날씨 자체는 복잡계다. 복잡계는 각 구성 요소를 따로따로 다 살펴보아서는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우리 뇌를 이루는 뇌세포 하나하나는 단순하다. 세포핵이 들어 있는 세포체, 전기 신호를 받아들이는 부분, 전기 신호를 내보내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뇌세포 하나하나를 아무리 살펴본들 거기에서 의식의 단편 따위는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수많은 뇌세포가 모이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의식이 출현한다. 의식은 뇌세포들의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학은 이를 ‘창발(emergence)’이라고 한다. 이런 창발성이 바로 복잡계의 특성이다. 날씨에 적용해보면 기온, 풍속, 풍향, 강수량 등을 모두 정확히 잰다고 해도 그것들이 모여서 이루는 날씨라는 복잡계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일기예보가 어느 정도 들어맞는 이유는 오늘의 날씨가 내일까지 어느 정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구성 요소가 모여 전체로서의 새로운 특성을 나타내는 복잡계는 다 비슷한 속성을 갖는다. 캐나다의 수학자인 데이비드 오렐은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경제는 수많은 개인, 기업들, 국가들로 이루어지는 복잡계다. 따라서 경제가 어떤 행동을 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 예측도 일기예보와 마찬가지로 수학 방정식을 토대로 한 경제 모델을 통해 이루어진다. 경제 모델은 자료를 입력하면 결과를 내놓는다. 그러나 오렐에 따르면 이 예측은 경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예측을 하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오렐은 경제 모델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경제 지표 값이 ‘종형곡선(bell curve)’을 이룬다고 본다. 종형곡선은 측정값들이 대부분 평균 근처에 몰려 있고 극단적인 값은 드문 분포 형태다. 사람들의 키가 대표적이다. 키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사람은 드물며 대부분은 평균값에 가깝다. 이것을 ‘정규분포’라고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논리를 확대 적용해 경제 지표와 사건들도 마찬가지로 정규분포를 이룬다고 본다. 이를테면 한 해의 배추 값을 매일 적어서 기록한다면 배추 값이 평균에 가까운 날이 가장 많고 극단적으로 가격이 치솟거나 떨어지는 날은 적다는 것이다. 종형곡선과 정규분포는 인구 통계부터 기상 통계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에 쓰인다.
정규 분포의 문제점은 극단적인 사건의 발생 빈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상장기업들의 주가 폭락은 정규분포를 토대로 하는 경우 확률이 극히 낮은 일이 된다. ‘약간 불안하지만 투자를 계속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부동산 폭락 역시 정규분포 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집을 사두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했다 큰돈을 날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