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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학(私學)이 운동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장 오정석<동래학원 이사장>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사학(私學)이 운동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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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私學)이 운동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오정석 이사장이 동래학원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학 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20~30년 후엔 사학이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인이 학교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분이 결국 고등학교를 인수했는데, 이사장님 말씀 들을 걸 그랬다고 후회합디다. 또 다른 친구가 150억원으로 학교를 세우면 1년에 이사장 보수로 얼마를 받느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보수를 받는 게 아니라 1년에 3억원가량 내야 한다고 답했더니 사정이 그러면 누가 학교를 세우겠느냐고 되물으면서 놀라더군요. 사학법인 이사장은 직장 의료보험도 가입할 수 없어요.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요. 운영엔 간섭하지 말고, 돈만 내놓으라는 겁니다. 이사장들이 집에서 회사 다 정리하고 이게 뭐냐, 우린 뭐 먹고살라고 하느냐, 결혼한 남편으로 자격이 있느냐는 소리를 듣습니다. 25년째 사학이 늘어나질 않고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누가 학교를 세우겠습니까. 학교를 세우자마자 손도 못 대게 하는 게 옳은 일입니까. 학교를 세운 그 순간부터 잠재적 범죄자, 규제 대상으로 취급받습니다. 명예를 주지는 못할지언정 이건 아니죠.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을 육영하면서 긍지, 보람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참을 만큼 참았다”

▼ 학교재단이 내다버린 수준으로 방치한 사학도 적지 않겠군요.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보다 높은 수준의 수업료를 받는 덕분에 시설 투자가 가능합니다. 사정이 아주 나쁘진 않은 거죠. 하지만 사립 중·고등학교는 정부가 수업료를 통제하면서 재정적 여력이 없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거나, 재정이 탄탄한 일부 학원을 제외하면 학교법인은 수익금의 80%를 학교로 전출해야 하는데다 법정부담금도 내야 해서 미래를 위해 적립금을 마련하거나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습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교사 신축·개축·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교육환경도 공립학교보다 열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 되더라도 시·도별로 교육청 예산을 통해 사립학교 교사 개·보수비용을 지원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마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상급식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사립학교 시설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로 밀릴 겁니다.”



그는 인터뷰 중 수시로 “명예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람, 긍지라는 낱말을 자주 썼다.

“사립학교는 서구식 교육 도입 및 발전에 선도적 구실을 했습니다. 기독교 학교를 중심으로 국민 계몽을 이끌었고, 일제강점기엔 독립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6·25전쟁 이후 국토가 폐허가 되자 독지가들이 교육입국의 정신으로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웠습니다.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데 사학이 공헌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길을 걸어온 사학이 편향된 이념을 가진 운동가들의 먹잇감이 돼버렸습니다. 이건 아니에요.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일하는 어떤 분은 삭발 같은 것으로는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 분신하겠다고 하더군요. 노무현 정부 때는 서울역광장에서 시위도 하고, 고함도 질렀습니다. 정권이 바뀐 뒤 참고 기다렸습니다. 당선되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믿었어요. 순진했던 거죠. 착잡한 심정입니다.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머리 깎는 식의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더욱 강력한 방식으로 정권에 항의할 겁니다.”

신동아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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