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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넌 줄 전혀 몰랐어’가 최고의 찬사, 늙어서 더 못 뛸 때까지 액션 하겠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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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만으로는 1년에 100만원 벌기도 힘들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낮에는 체조 연습과 태권도 권투 합기도 등 액션 연기를 위한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밤이면 레스토랑 호프집에서 서빙을 했다.

“삯바느질도 했어요. 커다란 플레어스커트 치맛단을 꿰매면 1400원을 줬죠. 그걸 들고 갔다가 공장 사장이 ‘시다(보조) 일 한번 해보라’고 해서 한동안 다림질 엄청 했어요.”

그렇게 기다리다 한 번씩 나가게 되는 현장에서도 스턴트 배우라고 홀대받기 일쑤였다. 1994년 ‘긴급구조 119’ 프로그램에서 패러글라이딩 타다 고압선에 걸린 사고 피해자를 연기했던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감독은 그를 고압선에 매달아놓고 한참이나 다른 장면만 찍고 있었다. 온몸을 졸라매는 와이어를 착용한 채 5시간 가까이 매달려 있으니 온몸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피가 통하지 않고 숨 쉬기도 어려웠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제 울음소리를 들은 음향감독님이 저기 저 아가씨 운다고 좀 내려주라고 해서 간신히 바닥에 내려왔어요. 잠시 쉬고 마음 추스른 뒤 다시 매달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촬영했죠.”

‘다모’ 인기의 주역



▼ 그런데 계속 스턴트 배우를 하신 이유가 뭔가요?

“사람이 좋아서요. 어려울수록 끈끈한 게 있잖아요. 같이 운동하고 촬영하는 스턴트 팀 사람들이 다 좋았죠. 여자는 저 하나니까 많이들 챙겨주시기도 했고요. 아직 젊을 때니까 마음속으로 계속 ‘조금만 더 해보자’ ‘조금만 더 해보자’ 생각했던 거 같아요.”

1998년 ‘투캅스 3’를 찍으면서 비로소 ‘기다려온’ 보람을 느꼈다. 여형사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그는 그동안 갈고 닦은 액션 연기를 제대로 선보이며 난생 처음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배우’가 됐다. 조금씩 여배우 대역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드라마 ‘다모’를 만났다.

조씨는 ‘다모’를 “9개월 촬영 기간 내내 행복했던 작품”이라고 했다. 그전까지는 어느 현장에 가나 액션 장면 하나 찍고 나면 쓸모없어지는 소모품 같은 대접을 받았다. 하루 전날 전화해서 ‘몇 시까지 나오라’고 통보한 뒤, 현장에 가면 다짜고짜 ‘여기서 뛰어주세요’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트리스 한 장 놓아주지 않은 채 방조제에서 맨바닥으로 뛰어내리라면서 “그러면 다친다”는 조씨에게 “이 정도도 못하는 게 스턴트우먼이냐”고 오히려 힐난하는 감독도 만났다.

‘다모’ 현장은 전혀 달랐다. 주인공 하지원의 대역을 맡은 조씨는 그곳에서 ‘또 다른 주연’이었다. ‘다모’를 찍으며 그는 전체 스토리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는 액션 연기를 하게 됐고, 현장 스태프들과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게 됐다. 장대 같은 빗속에서 칼싸움을 하고, 말등에 앉아 들판을 질주하는 등 힘든 장면이 많았지만, 스태프들의 존중과 격려가 있어 힘들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뒤 있었던 ‘다모 폐인’을 위한 파티에서 주연배우 김민준은 “좋은 드라마가 나온 데는 스턴트 배우들의 공이 크다. 그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해 그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우리 불쌍하지 않아요”

“‘다모’를 하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졌어요. 하지만 수술 전날까지 보호대를 찬 채 촬영하고,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복귀했죠. 제가 없는 동안 다른 스턴트맨이 대역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림이 잘 안 나왔나 봐요. 감독님이 ‘힘들겠지만 주현씨가 와주면 좋겠다’고 할 때 곤란한 마음 한편으로 참 기뻤어요. ‘다모’는 저한테도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하고 싶었고요.”

‘다모’에서 조씨는 말 그대로 환상적인 와이어 액션과 검술을 선보였다. 스턴트맨의 연기와는 또 다른, 여성적인 선과 유려함이 살아 있는 그의 액션 연기는 시청자뿐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배우 대역은 스턴트우먼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때 1년에 한 작품 하기도 어려웠던 그에게 하루에 네 작품이나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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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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