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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남한보다 힘든 경쟁 뚫어야… 고급 아파트에 일제 승용차, 노루고기도 지급”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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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뽑혔다고 바로 방송원이 되는 건 아니죠. 이들을 대상으로 15명 내외의 양성반이 조직되면 조선중앙방송의 화술 전문가들이 1~2년에 걸쳐 교육을 하지요. 그 가운데서 최종적으로 한두 명만이 살아남아 방송원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또 방송원이 된다 해도 ‘9시 보도’ 같은 곳에 얼굴을 비추려면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한 언급이나 힘 있는 실력자들의 연줄이 필요할 테니까, 남한의 방송에 비해서도 훨씬 어렵다고 봐야겠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경쟁에서 밀려나면 다른 직장이나 보직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자로 전직하는 경우만 해도 화술만 하던 사람이 기사를 쓰려면 쉽지가 않죠. 다른 기자들이 잘 인정해주지도 않고. 방송원에 대한 대우가 워낙 좋으니까 어깨에 힘은 잔뜩 들어갔는데, 막상 전직하면 결과물이 좋질 않으니 기자들 사이에서는 ‘얼굴만 번드르르해서는 영 깡통이더라’하는 식으로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죠. 그렇다 보니 어떻게든 방송원으로 성공하는 일이 훨씬 중요해지는 거고요.”

장씨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의 아나운서들은 일반 노동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방송원은 전쟁이 나면 전범(戰犯)이 되므로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언급이 있었다는 것. 특히 인민·공훈방송원들은 주택이나 급식 등에서 방송국 간부를 능가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직원들은 국장급이라고 해도 조선중앙TV 인근의 평양 광복거리에 아파트를 배정받는 반면에, 이들은 생활여건이 가장 좋은 창광거리에 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다른 동네에서는 한겨울에도 간혹 난방이나 온수가 끊기는 일이 많아 고생이 심하지만 이 지역은 전혀 그런 일이 없거든요. 서울로 치면 30~40평형 고급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월급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화폐가치가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평양에 있을 때 받은 월급이 140원 정도로 일반 노동자의 2배쯤 됐습니다. 여기에 작품을 집필하면 원고료를 따로 받았고요. 일반 아나운서는 150원, 공훈방송원은 170원, 인민방송원은 190원쯤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 월급은 사실 의미가 적고, 정말 중요한 것은 배급이나 선물이지요. 대표적인 방송원들에게는 일반인이 접하기도 어려운 부식이나 공산품들이 당에서 직접 제공되곤 합니다. 매주 한 번씩 식료품을 실어다주니 다른 이들처럼 장마당에 나가서 비싼 돈 주고 사다 먹을 이유가 없지요.



여기에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당 창건일과 공화국 창건일까지 1년에 네 차례 이들에게는 상자 두 개 분량의 선물이 옵니다. 꿩이나 노루고기 같은 고가의 식료품과 함께 양복용 옷감 같은 물건이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꽤 일 잘하는 작가였던 나는 딱 한 번, 그것도 귤 한 상자를 선물 받은 게 전부였거든요. 이런 선물을 장마당에 나가서 팔면 월급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돈을 벌 수 있지요. 그것만 해도 상당한 특혜거든요. 하늘과 땅 차이랄까요.”

여기서 잠시 2008년 4월 중국 ‘세계신문보(世界新聞報)’가 전한 관련기사를 살펴보자. TV에 출연하는 아나운서들은 모두 평양 최고의 이미용실에서 무료로 머리를 손질하고 사우나를 하며 최고의 식사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간판급 여성 아나운서들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은 방송 즉시 유행이 되곤 하는데, 이들은 모두 평양 복장연구소에서 만드는 최신 의류를 무료나 염가로 제공받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양주 등 수입품 선물은 물론 일제 신형 자동차를 기사와 함께 제공받는 아나운서도 있다는 것이다.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평양 창광거리의 간이음식 판매점 앞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포장해 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07년 3월 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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