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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음악다방, 디스코 기차 여행 즐기며 ‘백 투 더 청춘’

7080 추억산업 전성시대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LP 음악다방, 디스코 기차 여행 즐기며 ‘백 투 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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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음악다방, 디스코 기차 여행 즐기며 ‘백 투 더 청춘’

음악 DJ가 추억의 LP판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서울 중구 광희동 ‘LP時代 음악의 숲’은 늘 7080세대 손님들로 북적인다.

“다 잊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 즐겨 듣던 노래가 하나씩은 있잖아요. 그런 곡을 틀어주면 눈물 흘리는 손님이 있어요.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흥에 겨워 테이블 사이에서 춤을 추는 분도 많고요. 다 비슷한 또래니까 다방 안에 있을 때는 나이를 잊는 것 같습니다. 잠시라도 추억에 젖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즐겁고 보람을 느껴요.”

충무로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는 김경일(59)씨도 “연배가 비슷한 거래처 사람들을 데려오면 열이면 열 ‘아직도 이런 곳이 있느냐’며 반가워하고 감격스러워한다”고 했다. 대학로나 홍대 거리가 형성되기 전 ‘젊음의 거리’였던 명동에는 통기타 라이브 카페가 많다. 옛 중앙극장 주변의 음악다방 ‘무아’‘필(Feel)’ 등에서는 매일 밤 공연이 펼쳐진다. 손님의 대부분은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중년층 직장인이다.

이들의 열기는 ‘전축’과 LP 음반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턴테이블을 수입·판매하는 아이파크백화점 오디오 전문매장 이택근 대리는 “구매 고객은 대부분 40~50대”라며 “예전부터 LP로 음악을 듣던 분들이 턴테이블을 교체하기 위해 오거나 LP 음반만 가지고 있다가 턴테이블을 새로 구매하러 오신다. 재작년부터 턴테이블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시절 음악뿐 아니라 먹을거리와 놀거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윤정(43)씨는 지난해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어린 시절 즐겨 먹던 군것질거리가 판매대 하나를 차지한 채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알록달록 납작하고 편평한 쫀드기를 팔더라고요. 어릴 때 연탄불에 살짝 구우면 얼마나 고소하고 바삭했는지, 잊고 있던 쫀드기를 발견하자마자 어릴 적 추억이 한꺼번에 살아나 신이 났어요. 남편한테 줬더니 ‘어디서 이런 걸 구했냐’며 신기해하더군요.”



대학시절 MT와 무전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열차여행도 중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열차 여행을 기획·판매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은 11시간 남짓 걸리는 ‘환상선 눈꽃열차’를 운행하면서 승객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그중 중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은 DJ 음악방송과 디스코타임이다. 직원 이지연씨는 “특히 디스코타임 때 중년 승객의 참여율이 높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남녀 승객들이 나이도 잊은 채 신나게 디스코를 추며 흥겨워한다”고 전했다.

7080세대가 복고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30대까지는 경제 활동과 자기 개발 등 현실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다른 데 눈 돌릴 여유가 없다. 그러나 40세가 넘으면 웬만큼 경제적 여유를 누리게 되는 반면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며 추억에 젖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중년들은 복고에 빠져든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집단적으로 복고 문화를 향유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황 교수는 그 이유를 한국인 특유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찾았다.

40대 사춘기

“선진국 사람들은 청소년 시기를 거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20세가 지나면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반면 한국인은 40대가 되어서야 자기 존재와 정체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30대까지는 주어진 일과 소속집단에 매몰돼 사느라 미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거지요. 그러다 40대가 된 어느 날 문득 지금 다니는 직장이 평생직장이 아니란 걸 절감하고,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한순간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때 정체성의 위기와 혼란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20대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황 교수는 최근 중년 남성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며 ‘삼촌팬’을 자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통해 본인이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시절을 느낌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20대 시절 즐겨 듣던 ‘흘러간 노래’를 들으며 청춘을 회상하는 것과 아이돌의 노래를 통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 똑같은 행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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