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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Asia - 신동아 특약

“명분 없는 희생의 반복 패권 유지 위한 고집만 남았다”

위키리크스, 펜타곤 페이퍼, 그리고 미국의 전쟁

  • 글·멜 거토프| 포틀랜드주립대 명예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명분 없는 희생의 반복 패권 유지 위한 고집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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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셋째, 미국은 이러한 전쟁에서 외로운 보안관 역할을 맡고 있다. 항상 함께 싸울 동료들을 찾아다니지만 정치적·군사적 전략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들의 돈과 병력이 필요할 때만 협의(를 가장한 압박)에 나서곤 한다. 이러한 동맹관계는 결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영국군과 네덜란드군은 아프간에서 철수했고 캐나다군과 독일군 역시 곧 철군할 예정이다. 최근 공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해 1989년까지 이 나라를 통치했던 러시아가 다시 아프간 문제에 개입하는 상황을 현지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넷째,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테러리즘(혹은 공산주의)을 종식시켜 평범한 현지 주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한다는 미국의 현란한 수사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지하는 현지 정부들은 부패했으며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채 파벌싸움을 일삼는다. 이 때문에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 지도자들은 베트남 정부에 대한 믿음 없이 전쟁을 이어나갔고, 백악관의 계속된 개혁 압박은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아프간에서도 반복되는 듯하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친척들이 부패 메커니즘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전쟁 승리라는 목표 앞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또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역이용할 수 있는지도 명확히 알고 있다. 미국이 전쟁 수행을 위해 신뢰하지도 않는 정부와 협조해야 하는 이러한 상황은 파키스탄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

다섯째, 미국은 전략 이행을 위해 번번이 비밀 군사작전을 활용한다. 펜타곤 페이퍼는 1954년 직후부터 미국이 북베트남과 이웃국가들을 상대로 수행한 각종 비밀작전의 역사를 열거한 바 있다. 이러한 작전은 의회에 거의 보고되지 않았지만 전쟁을 지속, 확대,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위키리크스 문건 또한 과거 미군과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수행한 암살 작전이나 준(準) 군사행동을 폭로하고 있다.

사라진 전쟁의 명분



여섯째, 전쟁이 진행될수록 미국의 국익과 이상 사이의 괴리는 점점 커진다. 펜타곤 페이퍼는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가던 당시 미국 관료들이 점차 베트남전을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장으로 인식하게 됐음을 잘 보여주었다. 해당 국가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본래의 명분 대신, 세계 패권국이자 자유세계의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명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전쟁 개입의 주된 목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경노선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는 위상에 걸맞으며 이를 위해 게릴라들에 대한 강도 높은 보복 폭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백악관 핵심참모들의 입에서 공공연히 거론된다. 1965년 3월 존 맥노튼 당시 국방장관 보좌관은 “베트남전쟁의 목표 가운데 70%는 미국의 치욕스러운 패배를 피하기 위함이고, 20%는 (남베트남) 영토를 중국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함이며, 10%가 베트남 국민에게 보다 자유로운 삶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아프간 정책에서도 미국의 명성이나 이미지, 국제적 리더십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이를 위해 카르자이 정부가 아무리 형편없는 국정을 편다 해도, 아무리 많은 자원이 전쟁 수행에 투입된다 해도, 탈레반을 패퇴시키는 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목표가 돼버렸음을 2010년 5월 발표된 미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아프간전에 대한 계속되는 재정 투입에 반대함으로써 이러한 전쟁목표에 반기를 드는 의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곱째,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언론의 자유는 다시 공격받는다. 펜타곤 페이퍼가 공개됐을 당시 닉슨 행정부 관료들은 펜타곤 페이퍼는 단지 지나간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은밀히 불법행위를 감행하고 유출 관련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등 이 문서의 출판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일부 관료들은 위키리크스 문건이 단지 뉴스용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역시 다른 한편으로는 연루된 미군 병사와 위키리크스 주요 관계자들의 위신을 깎아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해당 미군 병사의 성적 취향이 언론의 추측기사 소재로 등장했을 정도다.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에게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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