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변호사를 잘 선임하는 법

  • 입력2011-02-22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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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6년 3명의 변호사가 활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생겼다. 2008년 변호사는 1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 1만명이 되는 데는 100년이 걸렸지만 1만명에서 2만명이 되는 데는 불과 8~9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니 최근 변호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게 실감난다. 이로 인해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선택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자기에게 맞는 좋은 변호사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열정 있는 변호사가 최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민은 ‘내 사건을 대형 로펌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변호사에게 맡길 것인가’ 일 것이다. 대형 로펌의 수임료는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변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엔 치열해진 경쟁 때문에 대형 로펌이라고 해서 수임료가 높지만도 않은 시대가 됐으므로 수임료로 인해 대형 로펌을 피할 까닭은 없다.

    대형 로펌에 대해선 풍부한 변호사 인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건의 담당변호사는 한두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로펌의 크기보다는 ‘승부근성이 있고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서 내 사건에 매달릴 수 있는 변호사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런 열정 있는 변호사라면 개인변호사이든 대형 로펌 소속이든 별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고르는 법

    변호사 중에 “담당판사와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다” “담당검사가 후배라 잘 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관예우나 담당 검사와의 친분이 생각처럼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당사자에게는 이 말이 곧이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부디 ‘내가 잘 아는 판검사’라는 변호사의 말만 믿고 덜컥 선임하지 말 것을 간곡히 권한다. 단순히 판검사 선후배라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담당 판검사와의 인연을 내세우는 변호사라면 ‘최근 그 판사를 언제 만났는가’ ‘그 검사하고 얼마나 자주 만나는 사이인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왕 판검사에 대한 영향력을 기대하고 선임할 바에야 판검사와 진짜 친밀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변호사가 더 낫다?

    요즘에는 변호사의 전문분야를 묻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협회에서 전문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의료계의 전문의와는 거리가 멀다. 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은 어떤 시험을 통과해 받는 게 아니다. 변호사라면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이 길러지므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근 변호사들이 전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므로 전문변호사인지 여부는 참고자료로 삼는 것이 좋다. 전문변호사에게는 해당분야에 대한 사건 실적이나 연구 실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 없는 변호사

    변호사 사무장과 법률 상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은 법률상담은 물론 서면작성도 변호사가 직접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환자가 의사에게 설명을 듣는 것과 같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게 당연하지만 이상하게 변호사 업계에서는 아직 사무장에 가로막혀 변호사 만나는 게 어렵다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변호사가 직접 상담을 하는지,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넣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새긴 변호사는 사무실 번호만 달랑 써놓은 변호사보다 고객과 더 자주 접촉하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승소 장담하는 변호사 피하라

    많은 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는 당사자로서는 아무래도 승소 가능성이 가장 궁금할 것이다. 변호사로부터 ‘100% 승소’라는 시원한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처음에는 양쪽이 아니라 한쪽 당사자의 말만 들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재판은 판사가 하는 것이지 변호사가 하는 것이 아니고, 결론은 재판을 해보아야 나므로 정상적인 변호사라면 승소를 장담하지 않는다.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는 당장 먹기에만 좋은 약과 같다.

    싼 변호사도 피하라

    법률소비자인 국민은 변호사가 늘어나면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사무실 임차료, 직원 급여 등 만만치 않은 고정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기본 착수금 300만원의 서초동 수임료는 바닥 수준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수임료를 덤핑하거나 사건 내용에는 별 관심 없이 덮어놓고 선임 계약부터 하자는 변호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변호사는 절대 조심해야 한다. 변호사 입장에서 ‘박리’를 선택했다면 ‘다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사건당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은 기대하기 어렵다.

    징계 전력 검색할 것

    2004년 이후 매년 평균 25명의 변호사가 각종 사유로 징계를 당하고 있다. 변호사 1만명 시대의 그림자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변호사 징계 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변호사를 선택할 때 최소한 징계전력이 있는 변호사인지 정도는 살펴보아야 한다. 참여연대(www. peoplepower21.org)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자료를 정리해 징계변호사 검색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니 참고해볼 만하다.

    선임 시점은?

    형사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 상당수는 재판이 시작돼서야 변호사를 찾는다. 이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초기 수사가 잘못 진행된 것을 재판에서 바로잡는 것은 어렵다. 이왕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선임하는 것이 수사의 방향이 잘못 흘러가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미리 선임하는 경우 수임료가 다소 올라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민사사건의 경우 변호사를 정식으로 선임하기 부담스럽다면 변호사에게 상담료를 지급하고 정식으로 상담이라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무장이 아니라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야 한다. 상담료는 대부분 30분당 5만~10만원이다. 선임계약을 체결할 경우 수임료에서 이미 낸 상담료는 공제해준다. 소송에서 피고가 된 경우 소장을 받아본 후 30일 이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변론 판결, 즉 변론을 열지 않고 바로 판결 선고기일을 잡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업은 법률자문 필수

    상당수 대기업은 사내에 변호사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거나 자문계약을 체결해두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개인 업체는 자문계약조차 체결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료뿐 아니라 법률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변호사에게 계약서에 대한 법률검토만 받았어도 10억원짜리 소송을 피해갈 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문계약의 형태는 월 자문료 지급방식, 자문 건별 지급방식 등 형편에 따라 다양하게 체결할 수 있다.

    착수금과 성공보수 책정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은 소송결과와 무관하게 소송위임계약 단계에서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성공보수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인센티브로 주는 돈이다. 주의할 점은, 1심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해서 그 변호사가 3심까지 소송을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선임계약은 심급마다 하는 것이 원칙이다. 1심에서 선임한 변호사는 1심이 종료하면 선임의 효력이 소멸한다. 물론 3심까지 위임하겠다는 특별한 약정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공보수 책정 시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소송의 상대방이 무일푼이어서 재판에서 이기고도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성공보수만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돈을 회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성공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선임계약 때 변호사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변호사 선임료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무조건 싸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좋은 서비스를 전제로 했을 때에만 낮은 가격에 의미가 있다. 서울 서초동 개인변호사의 경우 비교적 간단한 소송의 착수금은 부가세를 포함해 330만원부터 시작하고 성공보수는 승소한 금액의 10% 선이다. 사건 규모, 난이도, 당사자 재산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임료가 결정된다. 변호사는 비싸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지레 포기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직접 만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변호사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라

    변호사를 선임한 후 변호사가 “잘 진행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하더라도 “진행상황을 알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좋다. 변론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법원에 제출된 것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

    소송을 제기하는 측은 피고에게 청구하는 내용을 적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상대방은 소장에 대한 답변이 적힌 답변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후 원고와 피고 측은 준비서면이라는 이름의 서면을 통해 공방을 벌인다.

    변호사를 잘 선임하는 법
    흔히 변호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변호사 업무의 대부분은 서면을 작성하는 글쓰기 작업이다. 따라서 재판의 진행상황을 알기 위해선 법정에 가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쪽 당사자가 제출하는 서면을 받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되도록 변호사가 서면을 판사에게 제출하기 전에 미리 보내달라고 해서 자신의 의견을 변호사와 조율하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을 때는 서면을 제출한 다음에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은 여기에 적용될 수 있다. 변호사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고객에게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게 된다. “우리 변호사님 바쁘실 테니 귀찮게 하지 말자”는 배려보다는 “소송에 이겨 성공보수 챙겨드리겠다”는 배려가 훨씬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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