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내 책은…’과학 삼국사기·과학 삼국유사 _ 이종호 지음, 동아시아, 360쪽·347쪽, 각 1만6000원우리 유산이 ‘아름답다’거나 ‘독창적이다’ 또는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하지만 우리 유산에 과학이 있다는 주장은 거의 듣기 어렵다. ‘과학’은 근대 서구에서 유입된 개념이라서 흔히 우리는 ‘과학’을 서구에서 일방적으로 수입하는 입장이었다고 인식한다. 이 땅에는 과학이 없었다고 단정해 말하기 일쑤다. 왜 그럴까?
먼저 우리의 유산 중에서 제작 방법이나 작동 방법 같은 과학적인 설명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자료가 거의 없다. 그나마도 기술적인 내용은 한자로 기록했고 그림도 많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둘째, 수많은 자료가 전란이나 관리 소홀로 파손되거나 멸실되었다. 전쟁 중에 자료를 간수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겨진 유산이 적다. 셋째, 위정자들이 고의적으로 자료를 파괴하거나 훼손했다. 문헌이나 자료에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있어 애초 선조들이 물려준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넷째, 한국인에게 뿌리 깊게 내려오는 조상과 스승에 대한 숭배사상이다. 과학은 미지의 것을 탐구하는 학문인데, 우리 선조들은 스승의 이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스승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철회하는 것을 순리이자 도리로 여겼다.
그러나 ‘흥부전’ ‘옹고집전’ ‘도깨비감투’ ‘도화녀와 비형랑’ 등을 보면 우리 조상들도 많은 작품 안에서 공상과학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를 보더라도 근래 SF에 자주 나오는 로봇, 둔갑술, 축지법, 공중부양, 무인비행체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과학유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이 외국 것에 비해 매우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우리 것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유산에는 과학성이 없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유산에 과학성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보다 시급한 일이다.
1959년 C.P.스노우는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단절을 ‘두 문화’로 규정했다.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간격이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날 통섭과 융합을 얘기하지만, 여전히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두 문화’의 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인문학을 한 틀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틀에서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유산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학 삼국사기’와 ‘과학 삼국유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호│과학 전문 저술가│
New Books지금, 경계선에서 _ 레베카 코스타 지음, 장세현 옮김마야·로마·이집트·크메르·명(明)·비잔틴 왕국.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위대한 문명은 왜 다 붕괴했을까. 이들의 붕괴에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면,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나타나고 있다면 인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과거의 문명과 현대 사회를 비교하며, 지금 인류가 몰락과 진보의 경계선에 서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몰락하는 징후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체 상태가 나타난다. 크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는데, 과거 작고 단순한 문제를 푸는 데 썼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두 번째 징후가 나타난다.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이다. 저자는 “우리는 구석기 시대의 감정과, 중세의 제도와, 신과 같은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즉시 발상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쌤앤파커스, 496쪽, 2만2000원버블의 탄생 _ 피터 가버 지음, 이용우 옮김인류 역사상 최초의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귀족과 신흥부자 사이에서 튤립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기가 일어나 튤립 한 뿌리 값이 한 달 만에 50배 이상 급등했다. 이후 가격이 폭락하자 수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한동안 네덜란드 경제는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널리 알려진 이‘상식’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출처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저술가들에 의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것(튤립버블)은 파이낸셜 타임스 논설 작성자가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기존 ‘상식’의 오류를 지적한다. 같은 방식으로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 영국의 ‘남해회사 버블’ 등 자본주의 초기 버블 이야기들이 어떻게 왜곡되고 부풀려졌는지 검증한다.
아르케, 157쪽, 1만3000원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_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홍콩 중문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월스트리트 와이어’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경제학자 10인’ 중 한 명으로 뽑혔을 만큼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가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할 만큼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맨얼굴을 파헤쳤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0.8달러로, 독일(30.6달러), 미국(21.89달러), 일본(20.68달러)은 물론 태국(1.96달러)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반면 연평균 노동시간은 2200시간으로 네덜란드(1389시간), 미국(1610시간), 일본(1758시간)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저자는 열악한 노동 환경 외에도 치솟는 물가, 성공의 기회를 박탈당한 중국 젊은이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기업 등 중국 경제가 직면한 16가지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중국인의 ‘가난’을 해결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한다.
미래의창, 33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