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미묘한 디테일’이 혁신의 승부수”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입력2011-02-23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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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서울 역삼동 티켓몬스터 사무실에서 만난 신현성 대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칸막이 없는 탁 트인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벽면에는 향후 일정과 통통 튀는 문구가 빼곡히 적혀 있다. 평균 나이 27.5세인 직원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친다.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 사무실을 찾는 수많은 방문객이 이 회사의 무서운 성장세를 짐작게 한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1위, 티켓몬스터를 일군 주인공은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로 불리는 신현성(26) 대표다. 그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와 비견되는 이유는 ‘정보기술(IT) 업계에 미친 영향력’과 ‘엘리트적 성장배경’ 때문이다.

    설립한 지 1년이 채 안 된 티켓몬스터의 성과를 보자. 지난해 5월 탄생한 이 회사는 창업 9개월 만에 3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셜커머스란 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일정 숫자에 달하면 파격적인 할인가에 제품 쿠폰을 제공하는 일종의 공동 구매 서비스. 미국의 그루폰이 이 서비스를 시작한 원조다. 신 대표는 국내에 ‘한국식 소셜커머스’를 처음 선보이면서 단숨에 ‘IT업계의 앙팡테리블’로 떠올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 졸업, 세계적 컨설팅그룹 맥킨지 근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의 화려한 이력도 눈길을 끄는 요인 중 하나다. 그야말로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엄친아’(엄마친구 아들)다. 수억원 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창업에 도전한 그의 성공스토리는 벤처정신의 모범으로 통한다.



    MB가 택한 ‘G20세대’ 기업인

    요즘 신 대표에게는 인터뷰, 강연, 행사 참여 요청이 쏟아진다. 지난해 말 그는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비즈니스 부문 후원사상을 받았다. 청와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2011년 업무보고 토론회의에 참가해 ‘벤처정신, 1인 기업 등의 기회와 성장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라디오 연설에서 그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경험한 젊은 세대인 ‘G20 세대’의 대표주자로 꼽았다. 한 경제신문은 그를 ‘2011년 주목받을 차세대 CEO’ 1위로 선정했다.

    때를 잘 만나 대박을 터뜨린 행운아인가. 시장의 기회 요인을 빠르게 포착한 천부적인 사업가인가. ‘과대평가된 건 아닐까’라는 궁금증을 품은 채, 2월8일 티켓몬스터 사무실에서 신현성 대표를 만났다. 앳된 표정에 듬직한 체구, 중저음의 목소리…. 삐딱하게 보려 했지만, 겉멋이나 허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담백한 말투에 왠지 믿음이 갔다.

    ▼ 요즘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안타까워요.”

    ▼ 국내에 소셜커머스 업체 수백개가 난립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업계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실행력 아닐까요? 마켓의 흐름을 잘 읽고 그때그때 결정을 잘 내리는 거죠. ‘지금은 영업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제 고객 센터를 강화할 시점이다’….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하고 실행에 옮긴 것 같아요. 제품의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품질 관리)’도 잘했고요.”

    ▼ 퀄리티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요즘 하루에 200군데 업체에서 홍보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와요. 블로그를 검색해 나쁜 평가가 많거나 입소문이 안 좋은 업체를 걸러내고, 나머지 업체는 저희가 일일이 방문해 서비스를 확인해요. 업체 사장님의 마인드도 중요한데,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겠다’고 하시는 분과는 일을 진행하지 않아요. 또 ‘티몬 리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저희 직원이 매장에 직접 가서 음식을 맛본 뒤 후기를 올려요. 직원이 본인의 얼굴을 공개하고 ‘파스타는 느끼한데, 스테이크는 맛있다’는 식으로 나름 객관적인 리뷰를 쓰죠.”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직원 평균 나이보다 어린 신현성 대표(오른쪽)는 직원들과 피드백을 활발하게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기를 꿈꾼다.

    신 대표가 최근 새롭게 만든 조직 중 하나는 바로 ‘퀄리티 컨트롤팀’이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팀은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제휴업체를 대상으로 성공적인 딜(deal·거래)을 하는 방법을 교육해요. 소비자와 업체 만족도도 분석하고요. 딜을 진행한 직후에는, 쿠폰이 특히 많이 팔린 매장을 저희 직원이 방문해요. 티켓몬스터 소속임을 밝히지 않고 소비자 입장에서 업체의 서비스에 혹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거죠.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업체의 경우, 저희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는지 확인하고요.”

    ▼ 다른 업체에선 비슷한 역할의 조직이 없나요?

    “아마 없을 거예요. 거기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그것도 다 비용이잖아요. 티켓몬스터에서 하루 25개 업체가 소개되는데, 그걸 직접 다 방문해서 확인하려면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최근 소셜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폰을 사용할 경우 ‘서비스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가장 흔한 불만 중 하나다. 최근에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셜커머스 판매로 대박내고서 저희 아버지 가게는 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급속도로 퍼졌다. 반값 티켓을 팔아 작은 식당에 2000명 가까운 손님이 몰렸지만 할인, 커미션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돌아오는 돈은 적고, 쿠폰 손님이 다시 식당을 찾는 경우도 없었다는 게 이 글의 요지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신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인터넷에 퍼진 그 글은 저희 업체 얘기도 아니고, 다른 사이트의 홍보글이었어요. 사실 저희는 좀 억울한 측면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한 방송뉴스는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구매한 쿠폰을 갖고 고기를 먹으러 가면 고기를 적게 준다’고 보여준 뒤 ‘그리고 티켓몬스터에서는~’ 하고 보도했어요. 문제의 식당은 티켓몬스터의 제휴사가 아닌데, 마치 저희가 그렇게 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물론 저희도 문제가 하나도 없다는 건 아니에요. 어떤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소비자를 100% 만족시키는 건 아니잖아요. 분명한 건, 저희는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있게 처리한다는 점이에요. 환불 정책도 그래서 있는 거고요. 퀄리티 컨트롤과 고객 만족도 측면에서 티켓몬스터가 어떤 업체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해요.”

    데일리픽이 티몬과 손잡은 이유

    ▼ 제휴사와의 상생 문제는 고민해야 할 이슈입니다. 저만 해도 반값 쿠폰이 싸니까 가는 것이지, 할인 쿠폰이 없다면 그 가게에 더 이상 방문하지 않게 돼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요?

    “지금은 서울을 8개 지역으로 나눠 할인 쿠폰을 판매하는데, 앞으로 지역을 더욱 세분화할 계획입니다. 집이나 회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레스토랑의 티켓을 사 갔다면, 재방문할 확률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티켓몬스터를 통해 집에서 3분 거리의 좋은 식당을 알게 되고 그곳의 음식 맛에 만족했다면 다음에 재방문할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1000명에게 티켓을 팔았을 때 20%가 재방문한다면, 업체 입장에서는 200명의 단골을 얻게 되는 거죠. 재방문 확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로컬한 딜을 만들 거예요.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제휴업체가 지속적으로 광고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들고 있어요.”

    ▼ 신세계, 효성 등 대기업도 소셜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투 모델’과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규모죠. 사실 모든 게 고리처럼 연결돼 있어요. 저희 사이트의 인지도가 가장 높으니까 홍보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그 중 좋은 곳을 선별하니 퀄리티도 높은 거죠. 그래서 더 많은 회원이 가입하고, 자금도 더 들어오고, 마케팅과 퀄리티 컨트롤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어요.”

    ▼ 티켓몬스터를 가장 위협하는 업체는 어디인가요?

    “저희가 현재 경쟁사로 보는 곳은 위메이크프라이스와 쿠팡, 두 군데예요. 티켓몬스터의 시장점유율이 약 40%라면, 나머지 두 곳이 각각 15% 정도 차지하죠. 다른 수백개의 업체가 나머지 30%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차차 정리될 거라고 생각해요.”

    티켓몬스터는 최근 미국 그루폰으로부터 거액의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 대신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3위 기업인 데일리픽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루폰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루폰과 일했다면, (일하는 방식이) 무척 딱딱해졌을 거예요. 우리가 존중하고 배워야 할 점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나요?

    “‘100% 환불해준다’고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안 해주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소비자가 환불을 위해 전화를 걸어도 업체가 잘 받지 않고, 설사 통화가 이뤄져도 환불 조건이 까다롭거든요. 또 그루폰은 일본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가 소수만 정직원으로 전환했어요. 저는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하거든요. 그루폰에 한국은 50개 마켓 중 하나일 뿐인데, 저는 우리만의 회사와 문화, 사람을 키우고 싶었어요.”

    ▼ 데일리픽 역시 그루폰의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티켓몬스터와 손을 잡았죠. 데일리픽이 티켓몬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사실 그루폰이 저희보다 데일리픽에 제시한 금액이 훨씬 높았어요. 하지만 데일리픽이 같이 일하고 싶은 업체는 저희였던 거죠. 이제 데일리픽은 진짜 티켓몬스터에 녹아들었어요. 회사를 다 합쳤고, 새롭게 역할 분담도 했어요.”

    ▼ 티켓몬스터는 미국 그루폰을 벤치마킹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사업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죠. 소셜커머스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티켓몬스터는 어떤 혁신 전략을 갖고 있나요?

    “과거 이노베이션은 누구도 상상 못하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 착각했었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있던 것을 미묘한 디테일로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예를 들어,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일반인이 볼 때 창의적인 것은 아니에요. 페이스북 이전에 다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있었고, 구글 이전에 야후 같은 검색 엔진이 존재했잖아요. 페이스북이 성공한 이유는 미묘한 디테일을 잘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생만 이용한다’ ‘친구에게 좋아하는 것과 친목관계 등을 공개한다’ 등 세부적인 특징을 잘 잡고, 좋은 회원들을 대거 유입시켜 사이트를 빠르게 확장해나갔잖아요. 이노베이션은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예전 방식보다 조금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봐요. 저희는 중소규모 업체가 광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판매 방식을 소개하자는 비전을 갖고 있어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회사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바로 혁신이겠죠.”

    공부와 사업을 잘하는 법

    신 대표의 성장과정은 그를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그는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자이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처조카이기도 하다. 그는 숭의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 기억 중 하나는 바로 반장 선거다.

    “어릴 때부터 리더십에 관심이 있었어요. 3학년 때 반장 선거에 나갔는데 제가 한 표 차이로 졌어요. 제 자신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거든요. 본인에게 표를 던지는 게 이기적이고 불법적인 일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자기를 뽑았더라고요. 그땐 아쉬웠는데, 제가 3학년을 조금 다니다 미국에 갔으니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죠.”

    ▼ 승부 근성이 강했나 봐요.

    “그냥 반장이 하고 싶었어요.”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신현성 대표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슈퍼스타 K’ 우승자 허각과 만났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어렵게 걸어왔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찾았다고 한다.

    ▼ 부모님의 교육 스타일은 어떠셨나요?

    “독특한 환경에서 자란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는데, 저희 어머니는 제게 사교육을 하나도 안 시키셨어요. 자유를 많이 주셨죠. 미국 가서도 ‘너 뭐해라’ 하는 말씀을 하나도 안 하셨어요. 제가 공부는 덜 체계적으로 했을지 모르지만, 그 대신 다양한 걸 경험했어요.”

    ▼ 미국에서의 학창생활은 어땠나요?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농구팀에서 활약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테니스를 많이 쳤어요. 버지니아 주 테니스 대표 선수였죠. 대학 다닐 때는 아카펠라 그룹에 들어갔어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리더십이나 팀워크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 리더십을 키웠던 에피소드가 궁금하네요.

    “대학 시절,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아카펠라 그룹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사람이 많고 재미가 없어서, 제 친구가 조직하는 한인 아카펠라 그룹에 합류해 리더로 팀을 이끌었죠. 그런데 새로운 그룹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오래 하는 편인 데다, 노래 연습을 위해 시간 빼는 걸 민감하게 생각했어요. 한 해는 그룹 멤버 중 절반이 그만둬서 급하게 멤버를 찾은 적도 있어요. 공연을 위해 인지도 없는 그룹을 알리는 작업도 쉽지 않았죠.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일이었어요. 물론 지금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는 수준이 아예 다르지만.”

    신 대표가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버지니아 주정부가 설립한 특성화고교인 토머스 제퍼슨 과학기술고에 입학하면서 IT기술에 대한 기본 소양을 익혔다.

    “고등학교에서 프로그램 개발을 배웠어요. 한때 게임이나 웹사이트 개발에 빠져 있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회사를 직접 이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과학은 느리고 꼼꼼한 성향이 필수인데, 저는 빠르고 다이내믹한 걸 좋아하거든요. 비즈니스스쿨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것도 사업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창업의 꿈을 품고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경영대(와튼스쿨)에 입학했지만, 학교 공부는 기대와 달랐다. “비즈니스스쿨이면 모두 사업을 가르치는 줄 알았는데, 와튼스쿨의 커리큘럼은 파이낸스 쪽에 치우쳐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대학 동기 중에는 유독 사업가가 많다. 신 대표는 “동기들과 사업 네트워크를 쌓으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두 차례 창업에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은 실패였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펜 입학생에게 빈 방, 기숙사를 소개하는 일종의 사이버 복덕방을 운영했는데 한정된 시장 때문에 사업을 접었다. 두 번째 창업은 성공을 거뒀다. 그가 2007년 창업한 배너 광고 대행업체 ‘인바이트 미디어’는 구글에 인수됐다.

    ▼ 두 번째 창업은 성공적이었는데, 계속 사업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제가 (인바이트 미디어에서) 나온 시점은 업체가 성공하기 전이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사업을 계속할까, 맥킨지에 들어갈까’를 고민했는데, 아버지께서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일단 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꼭 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평생 사업가로 살아온 아버지는 ‘회사생활을 많이 안 한 걸 후회한다’고 하셨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 많은 일을 벌이면서도 대학은 최우등으로 졸업했죠? 공부 잘하는 비결은 뭔가요?

    “저는 핵심만 공부해요. 디테일을 외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기억력이 나쁘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좋아하다보니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것인지 늘 고민했어요. 사업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 없는 것은 모두 잊어버려요.”

    ‘한국말 서툰 애가 사기 칠까…’

    대학 졸업 후 신 대표는 3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입사했다. 맥킨지보다 두 배의 연봉을 제시한 기업도 있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돈보다 귀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맥킨지에 근무하며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익혔다”고 말했다.

    “낮은 직책이지만,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세계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어드바이스를 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저는 주로 유니레버, 닥터페퍼처럼 소비재 기업과 함께 일했어요. CEO와 여러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다보니 제 나이보다 성숙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 기업에 다니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창업에 대한 갈망 때문에 그는 맥킨지를 박차고 나왔다. 모든 사람이 그의 결정을 말렸다. 특히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그는 “새 회사 입사일인 2010년 7월까지 한국에서 사업을 해보고 안 되면 미국으로 돌아오겠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한국말보다 영어가 능숙한 그가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대신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 꼭 살아보고 싶었어요. 호기심이랄까? 미국에서 계속 살았고 사업도 잠깐 해봤으니 전혀 새로운 게 없었거든요.”

    그는 지난해 1월5일 와튼스쿨 동기 신성윤씨, 후배 이지호씨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친구의 소개로 만난 KAIST 출신 김동현씨, 권기현씨가 닷새 후 신 대표의 창업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와튼스쿨 친구들에게 ‘같이 갈래?’ 하고 물었더니 흔쾌히 ‘따라가겠다’고 나섰어요.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제 창업계획에 대해 ‘안 된다’고 할 때, 카이스트 출신 2명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서로 뜻이 맞았던 거죠.”

    1년 전 돌아가신 신 대표의 할머니 집은 이들의 사무실이자 숙소였다. 이들은 합숙을 하면서 가장 먼저 창업 아이템 찾기에 매달렸다. 20개 신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하던 중 눈에 띈 것이 소셜커머스 사업이었다.

    “금전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았어요. 그런데 20개 중 상당수가 돈이 많이 들거나 특별한 인맥이 필요한 아이템이었어요. 저희가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소셜커머스 사업이었죠. 창업자 5명이 각각 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모아 티켓몬스터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미국에서는 그루폰이 한창 인기를 모으는데, 한국엔 유사 업체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창업 초기만 해도 업주들에게 낯선 소셜커머스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다. 티켓몬스터가 처음 티켓을 판매한 매장은 서울의 한 맥주집. 신 대표는 영업본부장과 함께 이 맥주집을 다짜고짜 찾아가 말했다.

    “매장의 빈자리를 우리가 모두 채워드리겠습니다. 홍보와 마케팅은 저희가 할 테니 좋은 서비스만 제공해주십시오.”

    맥주와 안주를 반값에 먹을 수 있는 티켓을 사이트에서 판매하자 1000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매장은 높은 매상을 올리며 입소문을 탔다. 이후 신 대표는 업계 바닥을 훑는 ‘저인망 영업’을 통해 음식점이나 중소기업과의 계약을 늘려나갔다.

    ▼ 영업을 할 때, 한국말이 어눌해서 오히려 유리했다고요?

    “한국말을 잘 못하는 건 당연히 불리하죠. 상대방이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유리한 측면도 있었어요. ‘한국말 못하는 애가 사기를 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도 영업을 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33억원, 올해 추가로 92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창업 초기, 거액을 투자받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1차 투자를 받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결국 투자자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어린 제가 어떻게 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인지 자신감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어요. 사실 많은 사람이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실행할 것이냐’이거든요. 사업은 98%의 실행력과 2%의 아이디어로 이뤄져요.”

    일이 너무 재밌어 야근하는 회사

    티켓몬스터는 한 달에 한 번 조직 개편을 해야 할 만큼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창업자 5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년이 채 안 돼 직원이 200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말까지 직원 수는 5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수익 창출 못지않게 특유의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도 신 대표의 큰 관심사다.

    ▼ 요즘 인턴을 계속 선발하고 있죠? 경쟁률은 어떤가요?

    “얼마 전 수백명의 지원자 중 50명을 인턴으로 뽑았고, 그중 20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했어요. 이제 2차 인턴 지원 신청을 받고 면접을 진행 중이에요.”

    ▼ 어떤 인재를 찾나요?

    “회사에 대한 오너십(ownership·주인의식)이 있는가,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가,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를 봐요. 그런데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이 중 한두 가지 장점을 가진 사람을 뽑게 되죠. 무엇보다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걸 공감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신 대표보다 나이 많은 직원도 많죠?

    “저희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이 40대 초반이에요. 저희 회사 직원 평균나이(27.5세)보다 제가 약간 어려요. 리더로서 직원들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데, 저는 나이가 어려 가르쳐줄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직원들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나가려고 해요.”

    ▼ 티켓몬스터의 기업 문화는 어떤가요?

    “한국 기업에서는 젊고 똑똑한 인재가 입사해 핵심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회사 직원은 누구나 발언권도 크고 중요한 일을 할 기회가 많이 주어져요. 회사가 빨리 크니까 일을 잘하면 두세 달 만에 다른 직원을 매니지(manage)할 수도 있죠. 나이나 경험을 떠나서 ‘얼마나 일을 잘하나’ ‘누가 더 회사를 생각하나’로 승진이 결정돼요. 저는 ‘상사가 일을 많이 줘서’가 아니라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직원들이 야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직원들도 신 대표의 생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성겸(26) 강남팀장은 티켓몬스터의 장점에 대해 “신입사원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만큼 소통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티켓몬스터 블로그(http://blog.naver.com/ tmonster/)를 들여다보면, ‘즐거운 일터’를 꿈꾸는 직원들의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지쳐 잠든 직원의 모습, 인턴사원과의 회식, 익살스러운 생일파티 등 ‘날것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 웃음을 자아낸다.

    ‘열정적 창조자’형 리더

    신 대표는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심리유형검사(MBTI)’를 활용한다. “직원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면,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대표의 경우 MBTI검사에서 ENTP(열정적 창조자, 발명가형)가 나왔다.

    “맥킨지에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ENFP(스파크형, 순수하고 아이다운 성격)가 나왔는데, 맥킨지에 들어간 이후 ‘F(감정)’가 ‘T(사고)’로 바뀌었어요. 리더에게서 F가 나오는 경우는 없거든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 성격도 바뀐 것 같아요. 하루에 결정을 내릴 일이 수십 가지인데, 감정에 좌우돼 판단을 못하면 리더를 할 수 없죠.”

    신 대표와의 인터뷰 내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손과 한쪽 뺨에 남아 있는 빨간 펜 낙서 자국이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많아 손에 메모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예상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20대 청년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이건 창피한데. 어제 눈의 다래끼가 커져서 치료받은 뒤, 오랜만에 여자친구를 만났어요. 아프다며 투정도 부리고 잘 지냈는지 얘기하고 싶었는데, 제가 3분 만에 잠들어버린 거예요. 화가 난 여자친구가 제 얼굴과 손에 낙서를 하고 가버렸어요. 10번 넘게 씻었는데도 잘 안 지워지네요.”

    그가 여자친구 얘기를 꺼내자, 기자는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줄곧 의젓한 모습을 보이던 그에게서 딱 그 나이다운 면모를 발견한 것이 반가웠다.

    문득 신 대표가 청와대에서 ‘슈퍼스타 K2’ 우승자 허각과 함께 찍은 ‘인증사진’이 떠올랐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궁금했다.

    “그분하고 제가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특히 ‘너 이거 못할 거다’ 하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는데도,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왔다는 게 비슷해요. 제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아이디어가 별로다’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나와도 될까 말까’라는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죠. 그래도 저만의 고집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잖아요.”

    신 대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벤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20~30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업가는 하루하루 업 앤 다운 되는 감정을 조절하고 다이내믹한 환경을 즐길 줄 알아야 해요.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강하게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이가 ‘좋은 사람이 생기면,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가는 거고,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거든요. 스마트폰으로 인해 창업 시장이 세계로 넓어졌어요.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창업해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생긴 것 같아요.”

    “연 매출 2000억원 넘어설 것”

    매일 자정 넘어 퇴근하고 하루 평균 5시간씩 자는 바쁜 일상이지만, 신 대표는 행복하다.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회사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뿌듯하기 때문이다. 그가 거둔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과대평가됐다”고 하기에, 그가 앞으로 보여줄 것이 너무나 많다.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올해 예상 매출액을 2000억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얘기한 다음 후회했어요. 일단 1월 매출액만 105억원인데, 현재 성장성을 반영하면 올해 매출이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겁니다. 미국 온라인신발 판매 사이트 ‘자포스’처럼 고객을 감동시키는 게 2011년 목표예요. 현재 저희가 진행하는 일이 100가지 정도 되는데, 하나씩 선보여야죠.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보다 새롭고 재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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