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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취재

“최첨단 우주과학이 ‘한반도 게임판’ 바꾼다”

北 이동식 미사일 100% 잡는 ‘하늘의 눈’

  • 윤성학|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최첨단 우주과학이 ‘한반도 게임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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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진실을 가로막을 때 사람들은 흔히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고 절규한다. 이는 ‘비유적 표현’으로 하늘에 모든 걸 지켜보는 눈은 없다. 그러나 몇 년 후 하늘은 실제로 모든 것을 지켜볼지 모른다.

인공위성의 레이더를 이용한 ‘하늘의 눈’ 프로젝트는 지구상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나아가 예측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이 그 대상이 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에 착수했다. 핵무기를 자신의 생명선으로 간주하는 김정은은 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먼저 군사적 제재에 나서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결국 남은 과제는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응징이다. 미국 전력으로 보아 응징은 쉽다. 문제는 감시다.



‘숨기는 자’와 ‘찾는 자’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감시는 주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 인공위성은 북한 핵개발과 핵실험과 관련한 사진을 하루에도 수천 장 찍어 미 국방부로 전송한다. 관련 요원 수백 명이 이 사진들을 분석해 북한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이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북한은 미국이 위성을 통해 자국 동향을 파악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가는 보통 핵심 전력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으로 대응한다. 벙커에 핵심 전력을 저장하는 ‘강화’, 다양한 전력을 배치하는 ‘중복’, 이동 및 숨기기를 통한 ‘은폐’가 그것이다.

북한은 이 중 은폐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풍계리, 동창리 같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장은 대개 지하에 있다. 지상에선 모든 게 가림막으로 덮여 있다. 주요한 작업은 사진 촬영이 힘든 야간이나 구름이 낀 날에 진행한다. 인공위성은 ‘열 감지 센서’를 갖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야간에 선명한 사진을 제공하기 힘들다. 북한의 이러한 은폐로 인해 미국은 북한 도발 징후를 모든 것이 완료되기 직전에야 겨우 확인할 수 있다.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 주도 연합군은 이라크의 이동식 미사일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 미국의 위성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고정식 발사체에서 이동식 발사 차량으로 미사일 발사 방식을 바꾸고 있다. 또한 액체연료 로켓 추진체에서 즉각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로켓 추진체로 변경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현재 위성 수준에서는 이동식 발사 트럭의 은밀한 기동을 포착하기 힘들다. 야간, 비가 오는 날, 구름이 낀 날에 발사체 차량을 지하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포착될 가능성이 낮다.

북한의 이런 은폐 전술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응책은 구름을 뚫고 야간에도 투시할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뿐이다. 레이더를 통해 물체를 영상으로 판독하는 SAR 기술은 이미 1980년대 개발되어 기후 관측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SAR 시스템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능동센서를 사용하기에 기존 광학식 방법과 달리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구름, 눈, 연기, 안개를 투과하는 성질이 있어 기상조건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값싸진 고성능 눈

태풍의 눈도 얼마든지 촬영이 가능하다. 광학센서와 달리 지형 구조, 표면 거칠기, 토지에 함유된 수분 같은 정보도 취득한다. 시간과 위치를 달리하면서 취득된 영상들의 위상차를 이용한 간섭기법은 수㎜에 걸쳐 일어난 지표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측정하기에 지진, 화산, 빙하의 움직임, 지반 침하 같은 지표의 변위를 정밀하게 측정해낸다. 현존하는 최고의 스마트센서라고 할 수 있다.  
SAR 시스템이 그동안 군사적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것은 비싼 비용 탓이다. 전통적인 SAR 위성은 스쿨버스 크기로 약 1.2t이며, 비용은 개당 5억 달러에 달한다. 2007년 미 의회 예산국은 21개 레이더 인공위성을 가동하기 위해선 최대 94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이 인공위성 기반 SAR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2016년 스탠퍼드 대학 창업 스쿨에서 SAR 영상제공 서비스 사업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배낭 크기의 SAR 영상 위성을 만든 것이다. 미 국방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자 미 국방부는 스타트업 회사인 카펠라 스페이스(Capella Space)를 주목해 이 회사로부터 SAR 위성을 공급받기로 했다. 미국 매체 ‘디펜스 원’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실험사업단은 향후 2년에 걸쳐 카펠라 스페이스로부터 초소형 SAR 인공위성 36개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 36개의 위성이 우주로 올라가면 미군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북한의 모든 지점을 상세히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카펠라는 값싸고 가벼운 SAR 인공위성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위성은 ‘비치볼’만 한 작은 크기로, 1m 해상도로 흑백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카펠라의 CEO 파얌 바나자데는 “트럭이 밤에 비포장도로를 운행하면서 만드는 1~2㎜의 파인 자국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말까지 첫 번째 레이더 위성이 올라가고 2년 내 36개의 궤도 위성이 구축된다.

SAR 기반 인공위성이 비싼 것은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발사비용 및 데이터 처리비용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우주산업이 발전하면서 발사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SpaceX는 재활용 로켓을 이용해 발사비용을 절감한다. 약 10개 회사가 인공위성을 우주로 운반하는 작고 저렴한 로켓을 만든다. 

인공위성 SAR은 하루에 만 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이 엄청난 양의 사진 속에서 1㎜ 이상의 변화를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에 의한 빅데이터 처리기술이 동원된다. 이것은 ‘관찰의 진실’로 불린다.



“투명성 혁명”

스타트업 업체인 스페이스노우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크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보여줬다. 흑해 지역 준설 사진을 통해 군대와 탱크가 지나가는 다리와 도로가 크림 남부지역에서 확충되고 있었다. 이곳은 아조프 해를 통해 러시아와 연결된다. 이 회사는 수천 명의 위성사진 분석가 대신 고작 수십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이 작업을 해내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빅데이터 처리기술은 위성사진 판독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의 인공위성보다 훨씬 정교한 SAR 인공위성 수천 개가 활동하면 이제 지구 위에서 은폐와 기만행동을 더 하기 힘들 것이다. 독재국가의 통계 조작도 쉽지 않다. 거짓 선동도 통하지 않게 된다.

나아가 예측 불가능한 자연 재난도 레이더 감시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태풍과 허리케인 속의 변화를 촬영해 진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SAR은 지구상의 어떤 지점이든, 짧은 간격으로 변화된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예보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작물 상태를 평가해 최적의 수확 시기를 예측할 수도 있다. 아마존 삼림 벌채와 시리아 난민촌을 추적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 수도 있다. 

카펠라, 플래닛, 디지털글로브, ICEYE 등 SAR 위성 관련 업체들이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업력이 3년 이하다. SAR 데이터가 증가하면 다양한 응용 산업이 봇물처럼 나올 것이다. 이는 SAR이 지구에 가져올 ‘투명성 혁명’으로 불린다. 구글도 검색엔진에 SAR 정보를 추가할지 모른다. 인간과 자연 전반에 걸쳐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정확한 예측이 구현된다. 


김정은 정권에는 재앙?

SAR 인공위성이 뜬다는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에는 재앙 같은 일인지 모른다. 북한은 더 이상 은폐를 통한 공격이 불가능해진다. 미국이 우주 저궤도에 SAR 위성을 충분히 발사해 북한 상공을 담요로 덮듯 감시하면 북한의 미사일 동향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 긴급 표적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도 10분 이내로 가동된다. 핵무기의 은닉이나 이동도 원천적으로 다 추적될 것이다. 무기로서의 북핵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북한은 한미동맹군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가진 거의 유일한 무기는 핵과 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통해 언제 어디에서든 불시에 한국과 미국에 핵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위협한다. 이 위협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려 야밤에 미사일 발사대를 이동하면 현재로선 알아낼 재간이 별로 없다.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면 북한은 서울에 불시에 핵미사일을 쏠 것이므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SAR 인공위성은 이러한 ‘한반도 게임판’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북한이 야밤에 수백 대의 미사일 발사대를 이동해도 SAR 인공위성이 이를 모두 포착해 알려준다. 발사 징후가 명백하면 이 발사대는 순식간에 파괴된다. 북한의 거의 유일한 대응수단인 미사일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북한 핵의 무기적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정치적·외교적으로 북한 김정은에게 심각한 타격이 된다.”

2년 뒤 혹은 얼마간의 시간이 더 지난 뒤 인공위성 SAR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북핵 위협은 군사적으로는 끝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간은 추적자인 미국 편이지만 아직 ‘하늘의 눈’ 프로젝트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초소형 SAR 인공위성은 아직 발사되지 않았다. 올해 말 첫 위성을 올리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2년 뒤에는 36개 위성이 배치될 계획이다. 안정적인 발사와 운영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발사 비용도 여전히 비싸다. 초기엔 다른 거대 발사체에 실려 우주 공간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SAR 인공위성이 여전히 매우 도전적”이라고 조심스러워한다.



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북한 처지에선 ‘하늘의 눈’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 이전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 더 급진적이고 과격한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 SAR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해  다양한 중복 전술과 위장 발사체를 동원할 것이다. 요새화되어 있는 지하 터널과 벙커를 더 확충할 것이다. SAR 인공위성에 위협을 느낀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도 주목된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 군사 전문가는 “2년도 길다. SAR 인공위성이 더 빨리 실전 배치되면 좋겠다. 한국 국민은 지긋지긋한 북핵 위협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킬 체인의 핵심인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2018년부터 전력화할 예정인데 장기적으로 SAR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한국도 SAR 인공위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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