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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아이돌 그들이 사는 세상 ①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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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계약의 덫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분쟁으로 개별 활동을 하고 있는 동방신기 멤버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왼쪽부터)

상시적인 스트레스도 이들을 괴롭힌다. YG 연습실에는 ‘가수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돼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SM 연습생들은 회사에서 누구를 만나든 먼저 큰 소리로 인사하도록 교육받는다. 회사 내 일거수일투족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탈출구조차 없이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연습생들의 유일한 목표는 “어서 빨리 연습생 생활을 끝내고 데뷔하는 것”이다. JYP에서 8년간 연습생으로 지내다 그룹 ‘2AM’으로 데뷔한 조권은 방송 인터뷰에서 “내겐 청소년기의 추억이 없다. 다시는 나처럼 오래 연습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돌 멤버들이 고되고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기획사는 ‘미완의 대기’가 ‘한류 스타’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쏟는다. 교육기간에 드는 레슨비와 식비, 운영비 등을 전액 부담하고, 평가를 통과한 연습생들이 새로운 아이돌 그룹 결성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면 합숙훈련비 등 추가 비용도 투자한다. 최근까지 대형 기획사에서 인기 걸 그룹의 매니저를 맡았던 C씨는 “큰 회사의 경우 성형수술까지 시켜준다.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은 본인 부담이지만, 기획사가 권할 때는 100% 회사 부담으로 하는 것이 관례”라고 했다. 팀의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게 작사가, 작곡가, 안무가, 스타일리스트, 매니저를 조합해 팀을 짜는 것, 이와 어울리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잡아주는 것도 기획사 몫이다. C씨는 “아이돌 그룹은 사실상 기획사의 아이디어에 따라 창조되는 일종의 상품”이라고 했다.

5인조 걸그룹 ‘파이브걸스’의 소속사 코어콘텐츠 미디어의 김광수 대표는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파이브걸스’는 연습 기간 매달 투자비가 숙소 임차료 140만원, 레슨비 500만원, 차량 유지비 200만원, 식비 200만원, 의료비 100만원 등 1800만원에 달했다. 데뷔를 앞두고는 뮤직비디오 촬영비, 의상 제작비, 작곡료, 녹음비 등이 별도로 들어갔다. 이 그룹이 데뷔 후 실패할 경우 투자비용은 고스란히 기획자의 몫으로 남는다.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2PM은 아크로바틱을 하면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실력파 아이돌 그룹으로 유명하다.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 멤버가 전속계약을 맺는 것은 이처럼 아직 미래가 불투명할 때다. 동방신기 멤버 시아준수는 초등학생 때 SM 연습생으로 선발돼 트레이닝을 받다가 중학생 때인 2000년 전속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데뷔 후 10년으로 정하고, 그 사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투자액의 3배와 예상 이익금의 2배를 지불하기로 했다. 시아준수와 SM 사이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나중에 계약 내용을 변경해 계약기간을 데뷔 후 13년으로 늘렸다. 사실상 남자 아이돌 가수가 활동할 수 있는 전 기간을 계약기간으로 잡은 것이다. 위약금 액수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연습생 시절, 기획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데뷔에 목마른 상황에서 어떻게 그 계약을 거부할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이런 계약은 동방신기 사례에서 보듯 아이돌 그룹이 성공한 뒤 분쟁의 불씨가 된다.



동방신기의 경우 “계약기간 중 SM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일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조항도 문제가 됐다. 스케줄 거부권이 없는 동방신기는 하루 사이에 한국과 일본을 왕복하는 등(표1)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해야 했다. ‘SM 불공정 계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해임 대표는 “팬들이 동방신기의 스케줄을 조사한 결과, 멤버들은 68개월간의 활동기간에 지구 여섯 바퀴 반을 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을 거점으로 하고 중국 대만 등 범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느라 휴식 기간은 1년에 2주일도 안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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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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