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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아이돌 그들이 사는 세상 ①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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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연예고시 통과하면 고된 연습, 노예계약… 산 첩첩 물 겹겹”
이 과정에서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도 쌓였다. 동방신기 전속계약서에 따르면 각각의 멤버들은 연예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 중에서 운영비를 제외한 수입의 12%를 받는다. 이때 운영비는 연예활동을 위한 모든 경비, 즉 ‘교통비 및 숙박비, 식대, 메이크업 및 코디네이터 비용, 무용단 및 필요 무대인원 비용 등 실제 연예활동시의 일반적인 필요비용과 매니저 및 로드매니저의 월급, 숙소에서의 모든 생활비와 연예활동을 위한 트레이닝비’ 등이다. 수익에서 이 모든 비용을 제외한 금액의 40%를 기획사가 가져가고, 멤버들은 나머지를 5분의 1씩 나눠 가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계 인사는 “해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방송 출연 같은 스케줄로 한국 일본 중국을 오갈 경우, 고되게 일하고도 수입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방신기는 활동 중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는 머리에서 서로 다른 스위치를 켜야 한다.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방송 환경과 우리가 부를 노래, 안무도 전혀 다르다”고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면서 정작 실익은 없는 스케줄이 반복되는 데 불만이 쌓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C씨는 “기획사는 동방신기가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얻을 게 많다. 후배 가수를 함께 출연시킬 수 있고, 홍보도 된다. 하지만 멤버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드디어 해외에서 대박을 만들어 상상치도 못한 실적을 올렸단 소리에 가벼운 걸음으로 급여 날 회사로 들어갔어. … 그때 받은 정산서엔 실적이 마이너스 4000만원이. 내가 본 것이 잘못 본 거라 생각하고 다시 확인을 해보니 모든 것이 경비다 젠장, 그 많던 게 다 경비로 빠졌다.’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부존재확인소송을 낸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발표한 ‘이름 없는 노래 part 1’의 가사다. 카라 역시 기획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며 “지난해 상반기 ‘루팡’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멤버 1인에게 돌아온 수익은 월평균 14만원에 불과했다”고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또 “허리 골절상을 입은 멤버를 무리하게 무대에 세웠다”며 무리한 스케줄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계약 내용도 문제 삼았다. 반면 두 사건 모두에 대해 기획사 측은 “연예인 지망생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서로 합의에 따라 계약을 맺었는데 인기가 올랐다고 해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 계약을 둘러싼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아이돌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당장 계약서 안에서 불공정한 내용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대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도 스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아이돌 연예인들이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학과 공부를 하고 친구를 사귀며 나이에 맞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에는 ‘만 7세 이상 미성년자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고 그중 3시간은 학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다. 영국 노동법도 ‘16세 이하 연예인은 9시간30분 이상 촬영장에 있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동민 한림예술고등학교 교사는 “어린 청소년들이 연예계 데뷔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오래갈 수 없다. 우리 연예 사업의 중심에 있는 10대 연예인들이 이후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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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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