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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전문기자의 중국 미래권력 심층해부 ⑨

배경도 파벌도 없이 실력으로 정상 향하는 무당파 4인

  • 하종대│동아일보 사회부장, 전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배경도 파벌도 없이 실력으로 정상 향하는 무당파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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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고 열심히 일 잘하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 이런 사회가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며 공평한 사회입니다.” 그가 인사가 있을 때마다 부하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그 역시 이를 좌우명으로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온화하고 예의를 갖추며 친화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상이 개방적이고 근면하며 몸가짐이 바르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일벌레(工作狂)다. 취미가 일과 독서라고 할 정도다. 2005년 12월 후난성 서기 취임 이후 4년 만에 후난성은 전국 31개 성 가운데 지역총생산(GRDP) 상위 10위 안에 드는 성으로 발돋움했다. 농업대성으로만 불렸던 후난성은 2009년 해외직접투자 1위를 할 정도로 급속히 공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부민강성(富民强省)’을 기치로 동부에 비해 크게 뒤처진 중부지역의 한 성인 후난성의 굴기(·#54366;起)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던 그는 지난해 4월20일 갑작스레 중앙의 호출을 받고 베이징에 갔다가 4일 뒤 곧바로 신장자치구의 서기로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엔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도 참석해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그를 격려하고 지지했다. 신장에서의 그의 첫 임무는 독립투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위구르자치구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20년 가까이 신장의 제후로 군림해온 왕러취안(王樂泉·67)을 대신해 그를 보낸 것도 중앙정부가 그의 이런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록 무파벌 무배경으로 특정 정치세력의 후원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촘촘한 고속도로망으로 중국의 교통대계를 일궈놓은 장 서기가 내년 가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에 진입하는 것은, 신장에서 대규모 독립투쟁이 일어나 그의 지위가 흔들리는 등의 결정적인 이변이 없는 한 어려울 것 같지 않다.

▼ 루·잔·궁



관리 티 안 나는 무당파 복장(福將)

배경도 파벌도 없이 실력으로 정상 향하는 무당파 4인
‘관리 티(官架子) 안 나는 복장(福將)’. 루잔궁 허난성 당 서기 겸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주임을 이르는 말이다. 1억명의 인구를 거느린 중국 최대 인구대성의 당 서기가 아니라 시골 촌 서기 같은 인상을 풍기는 그의 이력을 보면 복(福)이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첫 번째 운은 1999년 샤먼(廈門)에서 터졌다. 사회주의 중국 건립 이래 사상 최대의 밀수사건에 푸젠성과 중앙 고위 지도부가 줄줄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대리성장이던 시진핑은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다.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아들과 자칭린(賈慶林)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 주석의 부인 린유팡(林幼芳) 등 상상을 뛰어넘는 고위직 인사의 친인척이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자 시 성장도 법대로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그는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강력 주장했고, 결국 웨이젠싱(尉健行)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중앙지도부가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건은 원칙대로 처리됐다. 사건을 적당히 처리하려 했던 시 당시 푸젠성장은 2002년 저장(浙江)성 대리성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반면 루잔궁은 2001년 1월 푸젠성 부서기, 2002년 10월 대리성장을 거쳐 2003년 1월엔 성장으로 쾌속 승진했다.

두 번째는 2000년 12월 푸젠성 서기로 내려온 쑹더푸(宋德福)가 폐암에 걸리는 바람에 베이징으로 돌아가 입원 치료를 받은 2003년부터다. 쑹 서기가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되자 2004년 2월 당시 성장이던 루잔궁이 대리 서기로 당 업무까지 맡게 됐고 이어 같은 해 12월 정식으로 서기 직에 올랐다. 2003년 당시 57세였던 쑹은 병이 깊어지자 2005년 1월 결국 푸젠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주임직도 사직한 채 병마와 싸웠지만 지난해 9월13일 결국 세상을 등졌다.

하지만 복과 운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포착되는 것이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다. 루 서기는 정치적 연줄도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었다”며 “시골에 내려가서는 우마차를 잘 잡아탔고 학교에 들어가는 반장과 공청단 지부 서기를 했듯 기회를 잘 잡았을 뿐”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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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동아일보 사회부장, 전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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