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G2’ 중국 미래 결정지을 중국 과학기술력 실태는?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입력2011-02-23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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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 중국 미래 결정지을 중국 과학기술력 실태는?
    지난 1월 미국 의회 시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스푸트니크 얘기를 꺼냈다. 스푸트니크는 1950년대 세계 최강국으로 안주하던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소련의 인공위성이다. 1957년 세계 최초로 발사된 이 인공위성은 미소 냉전 시대 미국에 군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 각 부문에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미국이 질 수는 없다고 다짐하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한다. 이어 과학과 교육에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냄으로써 소련을 앞질렀다.

    그 뒤 스푸트니크는 미국에서 ‘위기가 닥쳤으니 경각심을 갖고 극복하자’는 의미로 통용되어 왔다. 오바마는 스푸트니크를 거론함으로써 다시 위기가 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중국이다.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동안 중국은 고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중국은 넘치는 자본으로 과학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1월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에 와 있을 때 보란 듯이 독자 개발한 스텔스기를 시험 비행했다. 미국은 이러다 중국에 밀리겠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과학기술력은 국력의 총체다. 그런데 과연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종합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은 여전히 폐쇄 사회여서 정보 접근이 턱없이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한계 내에서 필자는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해보기로 했다. 과연 중국의 과학기술은 미국을 따라잡을 정도까지 와 있는 것일까?

    SCI 논문 2위, 세계특허 4위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따르면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할 만한 척도인 국제 특허 출원 건수에서 2010년 미국은 1위를 지켰다. 그러나 건수는 전년에 비해 1.7%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은 전년 대비 무려 56.2%나 늘어서 4위에 올랐다. 건수 자체로 보면 아직 미국과 중국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4만4855건인 반면 중국은 1만2337건이었다. 2위와 3위는 일본과 독일, 5위는 한국이었다.

    중국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량은 학술 논문 수로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학기술 논문 질의 기준으로 삼는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량을 보면 2009년도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2위였다. 중국은 전년도보다 약 13% 증가한 약 12만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중 SCI급 논문은 15.5%인 1만5000여 건으로 전년보다 4%포인트 늘었다. 우리나라는 논문 수로 볼 때 11위였다. 그러나 중국의 논문은 타 논문에 인용되는 횟수가 평균 5.9번에 그친다. 이는 세계 수준인 10.57번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올해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일본을 앞서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2010년에 발표된 유네스코 과학 보고서는 중국이 과학대국으로 부상하리라고 내다본다. 보고서는 “2007년 기준으로 개발도상국이 세계 과학자의 38%를 차지한다”며 “그중 3분의 2가 중국인”이라고 했다. 중국의 과학자 수는 약 142만명으로 미국과 같았다. 유럽연합의 과학자 수와도 비슷하다. 미국, 중국, 유럽이 적어도 인구 면에서는 세계 과학계를 삼등분하고 있는 셈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전체 과학 연구 인력은 318만명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연구 투자액은 약 100조원으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09년 국제학업성취도에서도 중국의 성장세는 놀라움을 안겼다. 65개국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비교 연구에서 늘 핀란드가 차지하던 1위 자리를 중국 상하이가 가져갔다. 수학, 과학, 읽기 3개 부문에서 2등과 현격한 점수 차이를 보였다. 물론 다른 나라는 국가 수준에서 참여하는 반면 중국은 교육 수준이 높은 상하이에서도 아마 학력이 높은 학생들만 참여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G2’ 중국 미래 결정지을 중국 과학기술력 실태는?

    1월19일 미국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읽기에서만 8~20위권에 들었을 뿐 수학과 과학은 20위권에도 오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4위였다. 오바마는 지금까지 한국 교육을 배우자고 말했는데 다음에는 상하이를 언급할지 모른다. 아무튼 이러한 수치로 평가한다면 중국의 과학기술은 장밋빛 일색으로 곧 미국을 추월할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0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중국은 2050년에야 미국과 맞먹는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40년은 더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 한 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40년의 세월은 변수가 너무 많은 기간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8년 기준 국가 경쟁력은 미국이 1위, 중국이 17위이며 과학기술 수준도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특허출원 건수, 논문 발표 건수, 연구개발투자비, 과학자 수, 학업성취도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현재 과학기술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기는 하지만 경제·산업 분야, 기초과학 분야 등의 과학기술력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이다. 세계시장에서 중국 상품은 여전히 ‘짝퉁’ ‘싸구려’ 이미지다.

    중국은 과학기술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긴 해도 GDP의 1.7%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3%대이므로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 분야는 자본 투자를 많이 한다고 그에 걸맞은 실용적 효과가 반드시 도출되는 분야도 아니다.

    중국은 자국의 과학기술력 수준을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에 투자하거나 수출하는 해외기업에 기술 이전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반발했지만 어느 정도는 체념하는 듯하다. 올해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 때 중국이 수백억달러의 미국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나서자 미국은 첨단 항공기 기술을 이전해주기로 했다. 중국은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첨단 분야에서 한국, 일본 등과도 합작회사를 설립해 기술 수준을 높이려고 애쓴다.

    중국은 우수한 과학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린다. 중국은 2008년 1월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고급 과학기술 인재 1000명을 유치하려고 한다. 이들을 귀국시켜서 자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G2’ 중국 미래 결정지을 중국 과학기술력 실태는?

    중국의 우주개발 프로젝트인 텐궁1호(왼쪽)의 우주에서의 모형도.

    2009~10년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한 중국인 유학생은 12만7628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미국 내 외국인 학생의 19%를 차지해 인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들 대부분은 이공계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으면 90% 이상이 미국에 정착한다. 중국은 이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한 사람당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의 연구비를 제공한다고 한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중국의 경제 환경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중국의 과학기술의 진로에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이 지금과 같은 고도성장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성장은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토대로 세계의 굴뚝 역할을 함으로써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임금 상승, 소비 증대, 자원 부족, 자연 파괴, 환경 비용 증가로 인해 값싼 하청 공장을 만들어 수출하는 식의 성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치체제, 부의 양극화에 반발해 국내 정치적, 사회적 불안이 커질 소지도 있다. 이 역시 중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도성장의 엔진이 식는다면 중국 각 분야 과학 기술력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군사·우주 분야에선 성과

    ‘G2’ 중국 미래 결정지을 중국 과학기술력 실태는?

    중국 최대 가전제품회사인 하이얼의 베이징시내 홍보전시관.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몇 가지 결과물로 평가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긴 하지만 중국은 군사·우주, 슈퍼컴퓨터 등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스 전투기 젠-20은 군사 부문 과학기술의 최근 성과로 꼽힌다.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전파를 혼란시킴으로써 노출되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 자체는 몇 개국이 보유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이용가능한 수준에 이른 나라는 미국이 유일했다. 중국이 예상보다 일찍 여기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젠-20이 실제로 사전적 의미의 스텔스 기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검증되지 않았다.

    중국은 1970년에 첫 로켓을 발사한 이래 100여 차례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렸다. 2003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3번째 국가가 됐다. 2008년에는 우주 유영에도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달 탐사. 미국은 아폴로 탐사선의 달 착륙 순간을 생중계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국가 이미지 홍보 효과를 봤다. 중국도 이런 점을 노린다.

    중국은 2007년 10월 창어(嫦娥) 1호를 달로 보냈다. 창어 1호는 2009년까지 16개월 동안 달 상공 200㎞를 돌았다. 2010년 10월 중국은 창어 2호를 발사했다. 창어 2호는 달 궤도에 진입해 선명한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창어 2호는 6개월 동안 달 상공 100㎞를 돈 뒤에 달에 추락할 예정이다. 창어 2호의 임무는 2013년 달 착륙 임무를 띠고 발사될 창어 3호를 위한 기술 습득이다. 중국은 창어 3호로 달 표면에 월면차를 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우주 분야에서 2008년 우리가 중국에 0.5년 앞섰다가 2010년 추월당해 0.4년 뒤처졌다고 평가하는데, 창어를 보면 이런 평가가 무색해진다.

    중국은 해양 강국이 되기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기술을 빼냈다는 논란 속에 스텔스 잠수정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세계 5번째로 유인 심해 잠수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심해 잠수정 교룡호는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 영해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수심 3759m까지 들어가 로봇팔로 깃발을 꽂았다. 중국은 2년 내 수심 7000m까지 들어가는 심해잠수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 성능 조사 기관인 톱500은 2010년 중국 슈퍼컴퓨터 톈허(天河) 1호의 연산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발표했다. 그전까지는 미국의 재규어가 1위였다. 재규어는 초당 1759조회 계산을 할 수 있는데 톈허 1호는 그보다 빠른 초당 2566조회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톈허 1호의 연산 칩 같은 주요 부품은 미국산이다. 그러나 중국 부품도 많이 들어가 있으며 각 부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핵심이므로 그 성과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평가다. 슈퍼컴퓨터 개발에는 조 단위의 예산이 든다. 톈허 1호는 슈퍼컴퓨터의 투자나 성과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과학기술력과 관련해선 중국의 지도자 상당수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거리다. 후진타오 주석은 칭화대에서 수리 공정을 전공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베이징 지질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했다.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부주석은 칭화대에서 화공학을 수학했다.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모두 이공계 출신인 테크노크라트다.

    중국 지도자들은 해마다 설에 원로 과학자의 집을 찾아가 문안을 드리는 것을 전통으로 삼는다. 올해 설에는 시진핑이 우주항공, 의학, 육종학 분야 세 원로 과학자를 찾았다.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의 토대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보다.

    중국의 정치 엘리트 그룹이 과학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점은 중국의 과학기술 도약에 도움이 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것만으로 중국의 과학기술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중국 사회에는 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다른 부정적 요인들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과학인재 스카우트의 그늘

    과학자와 일반인은 사고방식이 좀 다르다. 후자는 과학기술을 언제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를테면 상대편 연구실과 똑같은 실험 장비, 약품, 재료를 갖추어놓고서 상대편 연구실의 뛰어난 인재를 빼오면 동일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 역사를 지닌 살아 있는 생명체와 비슷해졌다. 장인이 수십 년 동안 써오며 길들인 끌로 나무를 깎을 때와 막 시장에서 구입한 끌로 나무를 깎을 때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없는 것과 같다. 어느 분야의 과학기술이든 나름의 대체불가능성을 가진다. 이에 따르면 중국이 해외 인재를 귀국시켜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스텔스기 개발을 이끈 공로로 스창쉬 박사에게 국가 최고과학기술상을 수여했다. 미국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한 뒤 냉전 때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국하려 애쓴 인물이다. 앞으로도 그런 뛰어난 인재를 계속 데려올 수 있느냐, 어떻게 그들이 새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새 환경으로 옮긴 뒤 꾸어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임을 깨닫는 과학자들의 사례를 우리는 종종 접한다. 결국 죽음을 택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많은 돈을 주고 끌어오면 그만큼 성과를 기대하게 마련이다. 연구실에 유무형의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것은 과학의 자유로운 정신과 충돌한다.

    중국은 중국과학원이 1998년 착수한 KIP(Knowledge Innovation Programme)라는 혁신 계획에 따라 연구소 쇄신, 연구 성과에 대한 꼼꼼한 평가를 통해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경제성장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실용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려는 듯하다. 핵융합, 원자력폐기물 관리, 줄기세포, 재생의학, 나노기술, 정보기술, 공중보건, 우주과학, 청정에너지, 환경 기술이 그렇다.

    그러나 중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선 국민의 과학 인식을 제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학기술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기초적 과학소양을 갖춘 국민의 비율은 3.27%에 불과하다. 대중의 과학소양 부족은 과학기술 투자 및 성과를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되기 쉽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환경보호에 대한 외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역시 큰 취약점이다. 선진국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꿋꿋이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에 눈을 감아왔다. 그러나 환경의 복수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 모른다. 중국은 지금 국토의 사막화, 사상 유례가 없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 베이징은 식수 문제에 직면해가고 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국가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과학기술 발전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이를 의식해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때 석탄 청정화 등 청정에너지 공동개발과 기술이전에 역점을 뒀다.

    중국 과학계의 전근대적 풍토

    중국에선 유교 전통과 과학 간의 가치충돌도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조지프 니덤은 근대 중국 과학이 서양에 뒤처진 이유 중 하나로 유교 전통을 들었다. 유교 전통은 연장자와 선배를 존중하라고 말하는 반면 과학은 선배의 연구를 뒤엎으라고 한다. 과학 전문가들은 중국이 2020년 과학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선 비판 정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중국 과학계 풍토를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미국 ‘사이언스’의 편집장은 지난해 중국 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선배를 존중하는 나머지 감히 비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중국의 유교 전통, 관료주의, 인맥 중시 풍토는 과학발전의 자양분인 창조,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해외에서 데려온 연구자들은 중국 내 인맥이 없다. 그래서 이들은 인맥을 쌓아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선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정작 실험실에 있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에선 후진적인 논문 표절 문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직 중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 과학계의 이러한 분위기와 연관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공산당 1당 독재체제가 전반적으로 관료주의, 엘리트 네트워크, 부정부패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이 연장선인 과학계 풍토가 개선되기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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