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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금지금(金地金) 사건 판결

국세청, 금시장 질서 잡아 수천억원 세수 확대

폭탄사업자 낀 금괴 거래에 된서리…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국세청, 금시장 질서 잡아 수천억원 세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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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없는 환급 없다

국세청, 금시장 질서 잡아 수천억원 세수 확대

최근 나온 금지금 관련 대법원 판결로 국세청은 연간 5700억원 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국가는 왜 소송에서 패했던 것일까. 그리고 이번에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동안 국세청은 “금지금이 수입돼 수출되는 과정에서 물건의 이동은 없고 서류로만 거래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거래가 아닌 명목상의 거래”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곧바로 한계에 봉착했다. 거래 업체들이 실질거래로 위장하면 그만이었다. ‘명목상의’ 거래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거래의 형태에만 집착한 국세청의 논리는, 본질은 같지만 형태가 다른 사건을 만날 때마다 서로 다른 판결을 가져왔다. 어떤 것은 이기고 어떤 것은 지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편법거래의 유형은 점점 세련돼갔다. 한마디로, 명목상의 거래였다는 논리만으로는 국가가 금지금 업체들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지난 몇 년간의 소송에서 확인된 셈이다. 유형이 같은 금지금 거래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논리의 생산이 점점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우선 그림과 같은 구조의 금지금 거래 관행을 법원에 충분히 설명하면서 “조세법률주의에 의한 판단보다 사회 정의에 입각한 민법을 적용해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은 허위 세금계산서라는 논리는 그림의 거래(나)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림 전체를 보면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가가치세 논리상 매출세액으로 납부되지 않은 것은 매입세액으로 공제, 환급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대법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 논리를 설득했다. 법원에 탄원서도 여러 차례 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금지금 가격은 국제시세에 연동되어 시장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결정된 가격과 실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는 극히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수출업체가 공급받은 금지금의 가액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액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액이다. 정상거래로는 절대 공급받을 수 없는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세금을 환급받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가 허위기재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거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법원에 주로 설명했고 설득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금지금 사건은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모두 같다. 국가가 입는 폐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타 업종에도 적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금지금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기업들이 불복종하며 납부를 거부해온 금액은 무려 5700여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금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기업들이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아 가는 부가가치세가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 새 금지금과 같은 부정 사례는 유류, 비철금속의 거래에서도 광범위하게 등장했다. 이들 거래에서도 예외 없이 폭탄사업자가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금지금을 이용한 부정 환급 금액의 환수라는 의미 외에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세금 부정 환급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차삼준 사무관은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폭탄사업자를 거친 거래는 무조건 부가가치세 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선례가 생겼습니다. 룰이 생긴 만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각종 정치적 압력 가능성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조사자의 재량권도 상당부분 없어져 세무공무원의 청렴도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매출세액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상품 공급자가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되는 계기도 됐습니다. 지하경제를 운영하는 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를 위장사업자인 폭탄사업자로 내세운 뒤 제도권으로 들어와 지하자금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문제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됐고요. 금지금 변칙거래를 모방한 비철금속, 유류 등의 사기 거래로 인한 부가가치세 부당환급을 막음으로써,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신동아 201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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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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